진실을 가로막는 허위에서 빚어지는 폭력과 비극
폐쇄된 현실 속에서 진실을 구현하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먼동』 『남과 북』등의 소설을 통해 한국 전쟁의 상흔과 현대사의 질곡을 탁월하게 그려내는 작가 홍성원의 장편소설 『마지막 우상』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되었다.
『마지막 우상』은 낚시 여행을 떠난 주인공 김인규가 우연히 가막도라는 섬에 발이 묶이면서 가막도 사람들의 폐쇄적인 삶을 보게 되고 그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가막도 사람들은 외부인에게 배타적이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규칙을 가지고 삶을 영위하려 한다. 그러나 김인규의 등장과 전염병으로 인해 외부와 접촉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그들이 지닌 아픈 역사와 가막도를 내버려두지 않았던 외부의 폭력들이 점차 드러난다. 6?5라는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상흔과 권력을 지닌 자들의 오만함, 이에 맞서 자신들의 삶과 그 터전을 지켜가려는 가막도 사람들의 노력 등이 작가 특유의 힘 있는 문체에 실려 폐쇄적인 현실 속에서 진실을 구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1985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작가 홍성원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허탈하다. 큰 짐을 부려놓은 듯한 홀가분함은 잠시뿐이다. 얼마 전까지도 간절히 원했던 가막도에 대한 사실 보도가, 지금의 인규에게는 묘한 허망감과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하루 늦게 도착하는 신문보다 매일 시간별로 전달되는 라디오 방송들의 흥미 위주의 날조된 보도들은, 듣기가 민망할 정도며 때로는 역겹기까지 하다. 역겹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차라리 남의 옷을 강제로 벗긴 듯한 부끄러움에 더 가깝다. 감춰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거짓으로 위장된 옷은 반드시 벗겨져야 한다. 그러나 모든 상처가 진실의 이름으로 반드시 즉석에서 고쳐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어떤 상처는 수술을 뒤로 미룬 채 화자와 함께 관 속에까지 동행하는 것도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드러난 상처보다 그 상처를 도려내는 시술이 더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