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를 지탱하는 경쟁력의 기반을 분석한 최초의 학술서

지금의 3~40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19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유입부터 일본만화가 만화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지금까지, 한두 번쯤 일본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만화의 영향력에 비해 다양한 만화 작품들이 소개된 것은 아니었으며 또한 일본만화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진 적도 없었다. 199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잘 알려진 작품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만화들이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출판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국내 만화시장의 대부분을 일본만화가 점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렇듯 일본만화가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몇몇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들을 소개하는 책들은 간간이 출간되었지만, 일본만화의 탄생에서부터 연간 40억 부 이상이 판매되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영향을 미친 요인들과 그 역사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과연 일본만화는 어떻게 탄생하였고 현재의 만화왕국 일본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는가. 이 책은 만화사적 접근을 통해 일본만화의 탄생부터 단기간에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거대한 매체로 발돋움하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한 최초의 학술서이다.

일본만화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온 기반을 찾아내기 위해 이 책에서는 만화의 생산영역과 소비영역, 제도·정책 영역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생산영역은 문화상품으로서의 만화의 생산과 관련된 영역으로 저자는 자본과 조직력 면에서 어떤 특징을 갖는 출판사들이 만화출판을 담당하고 있으며 또 어떤 출판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장시켜왔는가를 검토한다. 또한 주요한 만화 생산자인 만화가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는 어떠하며, 만화가가 되는 사람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충원되고 있는지, 그리고 만화가와 출판사의 관계는 어떠한지 살펴본다. 둘째, 소비영역은 만화가 읽히는 독자층을 뜻한다. 어떤 독자들이 만화의 주요 소비자층인지, 그리고 이들에게 있어 만화는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 또 만화가 계속적으로 독자층을 넓혀나갈 수 있는 기반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제도·정책 영역은 만화의 생산과 소비, 사회적 존립을 규정하는 만화에 대한 규제 및 제도적 관심을 의미한다. 만화가 끼치는 광범위한 사회적인 영향을 생각할 때 만화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영향력이 작동하는 정책적 대상이 되어왔다. 이러한 만화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규제뿐만 아니라 만화에 대한 관심을 하나의 문화로서 인정하고 발전시켜나가려는 제도적 관심도 고찰하여 만화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저변 인구를 확대하려는 노력들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1장에서는 일본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와 만화학이 성립된 과정, 일본만화를 뒷받침하는 기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제2장에서는 만화출판을 담당하는 출판사가 어떤 출판사이며 이들 출판사에서 어떤 출판전략을 통해 만화산업을 성장시켜 왔는지를 분석한다. 제3장에서는 제2장에서 도출한 일본의 독특한 출판방식이 역사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제4장에서는 만화작품을 직접적으로 창작해내는 만화가에 초점을 두어 만화가라는 직업집단이 일본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떤 충원경로를 통해 만화가의 충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세대별로 나누어 분석한다. 제5장에서는 만화독자에 초점을 두어 일본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소비문화가 만화발전에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지를 분석한다. 제6장에서는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정책이 만화발전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분석한다. 제7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분석을 토대로 일본 만화문화의 특징은 무엇이며 일본의 사례가 우리만화 발전에 시사해주는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한다.

따라서 이 책은 그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던 일본만화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 주는 뜻깊은 저서이다. 이 책은 일본만화에 대한 이제까지의 논의를 넘어 보다 다양한 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한국만화의 발전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