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역사
통권 제65집 2004년 0
분야 반년간 사회와 역사
[머리말]
─제65집을 발간하면서
이번 호 『사회와 역사』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역사적 감수성과 현실적 문제 의식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는 매우 흥미롭고도 참신한 논문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전통과 근대, 여성과 남성, 북한과 남한이라는 틀 속에서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선 특집으로는 조선 후기 섹슈얼리티의 구체적 양상과 그 근대적 전환이라는 주제하에 모두 다섯 편의 논문이 실렸다. 정지영은 「조선 후기의 첩과 가족 질서: 가부장제와 여성의 위계」에서 조선 후기 ‘첩’의 존재를 본격적인 역사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가운데, 주자학적 질서에 기반을 둔 사회 속에서 첩이 어떻게 정당화되었고, 또 그 정당화를 위하여 정실부인에게는 무엇이 요구되었으며, 첩 또한 어떠한 입지를 부여받게 되었는가의 문제를 여성사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신경숙은 「19세기 일급 예기의 삶과 섹슈얼리티: 의녀 옥소선을 중심으로」에서 안민영이라는 ‘여악 매니저의 텍스트’인 『금옥총부(金玉叢部)』를 기생의 관점에서 ‘재구축’하는 작업을 통하여, 당시 기생들 삶의 구체성 속에서 그녀들이 직접 경험했던 섹슈얼리티의 실상을 추적하고 있는바, 보다 구체적으로는 ‘옥소선’이라는 한 기생의 ‘일상적 경험 세계’와 그 속에 나타났던 섹슈얼리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은·조성윤은 「한말 서울 지역 첩의 존재 양식: 한성부 호적을 중심으로」에서 한말 첩에 대한 이해는 한국의 가부장적 가족 제도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지점이면서 동시에 여자의 몸을 타자화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지점이라는 문제 의식하에, 당시의 호적 자료에 나타난 첩의 사회적 존재 양상을 신분 및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밝히고 있다. 권희영은 「호기심 어린 타자: 구한말-일제 시기의 매춘부 검진」에서 20세기 초 한국에 도입되었던 매춘부 검진의 역사적 의미를, 특히 당시 검진 정책을 성립시켰던 기본적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어 밝히고 있으며, 나아가 당시 도입·시행되었던 공창 제도를 배경으로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타자Other의 변화된 시선을 추적하고 섹슈얼리티의 근대적 관리 문제를 탐색하고 있다. 서지영은 「식민지 근대 유흥 풍속과 여성 섹슈얼리티: 기생·카페 여급을 중심으로」에서 식민지 시대의 ‘요리집’과 ‘카페’라는 유흥 공간과 그곳에 배치되었던 기생과 여급에 대한 역사적 탐색을 통하여 당시의 유흥 풍속과 여성의 관계망을 살펴보고 있으며, 또한 이 시기의 일부 소설 자료를 통해 주로 남성 작가들에 의하여 재현된 당대 기생과 카페 여급의 이미지의 구성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이들을 바라본 재현 주체의 시선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연구 논문의 경우에도 모두 다섯 편의 논문이 실렸다. 강이수는 「근대 여성의 일과 직업관: 일제하 신문 기사를 중심으로」에서 식민지 산업화에 따른 여성의 근대적 직업에의 참여 양상과 특징, 일제하 ‘직업 부인’의 등장과 이에 따른 사회적 담론의 구성과 전개 내용, ‘직업 부인’ 자신들의 경험과 직업관을 당시의 신문, 잡지, 총독부의 통계와 자료 등을 통하여 재구성·분석하고 있다. 박미해는 「조선 중기의 혼수·위요·인척 관계: 유희춘 가의 혼인을 중심으로」에서 조선 중기 양반 관료인 유희춘(柳希春)의 『미암일기(眉巖日記)』를 통하여 당시 혼속의 변화 과정, 특히 혼인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바, 즉 유광선의 혼인의 성립 과정, 신랑 집의 혼수 준비, 위요의 부탁과 사회적 유대 관계의 형성, 인척 관계 간의 물품 수수의 내역 등을 차례로 살펴보고 있다. 이호영은 「한국 전쟁 후 남북한 ‘민족 정체성’의 형성: ‘타자성’의 사회학」에서 한국 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민족’ 관념이 변화해온 과정과 ‘민족적 정체성’이 재정립되어온 역사적 과정을 탐색하고 있는바, 특히 분단이 야기한 두 개의 ‘민족적 정체성’의 발생과 성장, 그 고착화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이는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문화적 ‘민족 의식’의 과대함이 정치적·사회적 ‘시민권’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필자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장세훈은 「북한 대도시의 도시화 과정: 청진·신의주·혜산의 공간 구조 변화를 중심으로」에서 한국 전쟁 이후 50년 동안 북한 사회도 상당히 역동적인 사회 변화를 경험해왔다는 전제하에, 각종 문헌 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도시화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바, 특히 도시의 공간 배치 그 자체보다는 이것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맥락과 물리적 공간 구조로 형상화된 사회적 관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수미·오유석은 「북한 도시 여성의 삶과 의식: 청진·신의주·혜산을 중심으로」에서 사회주의에서의 가족, 여성, 공공 정책의 입안과 실행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남녀 평등’의 원칙이 왜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말았는가에 대한 실증적 해답을 모색하려는 문제 의식하에, 해방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북한에서 시행되었던 주요 여성 정책을 역사적 맥락에서 짚어보는 동시에 이를 신의주·청진·혜산에 거주했던 북한 여성들의 구체적 삶과 의식을 통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 의식에 대하여 나름대로 답하고 있다.
이상에서 소개한 바대로, 이번 호에는 평소보다 많은 모두 열 편의 연구 논문을 게재하여 지면이 상당히 늘어난 관계로 ‘연구 비평’과 ‘연구 노트’ 및 ‘서평’란은 불가피하게 생략하게 되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사회와 역사』 편집위원회
[특집] 조선 후기 섹슈얼리티와 그 근대적 전환
조선후기의 첩(妾)과 가족 질서: 가부장제와 여성의 위계 _정지영
19세기 일급 예기(藝妓)의 삶과 섹슈얼리티: 의녀(醫女) 옥소선(玉簫仙)을 중심으로 _신경숙
한말 서울 지역 첩의 존재 양식: 한성부호적을 중심으로 _조은, 조성윤
호기심 어린 타자: 구한말-일제 시기의 매춘부 검진 _권희영
식민지 근대 유흥 풍속과 여성 섹슈얼리티: 기생, 카페여급을 중심으로 _서지영
[연구 논문]
근대 여성의 일과 직업관: 일제하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_강이수
조선 중기의 혼수, 위요, 인척: 유광선의 홍인을 중심으로 _박미해
한국전쟁 후 남북한 ‘민족정체성’의 형성:‘타자성’의 사회학 _ 이호영
북한 대도시의 도시화 과정: 청진, 신의주, 혜산의 공간구조 변화를 중심으로 _장세훈
북한 도시여성의 삶과 의식: 청진, 신의주, 혜산을 중심으로 _구수미, 오유석
[영문 요약(Abstr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