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서구문명의 도전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보다 문명과 세계질서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응하여 나아가야 할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국내역량을 효율적으로 동원하지 못했다. 이것은 당시 한국지성의 빈곤과 정치엘리트의 리더십 부족으로 요약될 수 있다. 19세기 서구문명의 도전에 주체를 상실하지 않고 근대화에 성공할 가능성은 없었는가? 다시 말해 당시 전면배제(위정척사론)와 전면수용(문명개화론)의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자주적 근대화를 추진할 수는 없었는가? 유길준의 ‘조선적 근대화’론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유길준의 ‘조선적 근대화’론은 자기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통과 근대의 복합화를 통해 근대문명에 창조적으로 적응하고 더 나은 보편문명을 창출하고자 하였던 지성인의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유길준의 지적 실험은 21세기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기에 직면한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고찰한 유길준은,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조선적 근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전통’과 ‘근대’를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더 나은 보편문명을 창출하고자 하였던 문명인의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유길준이 인식한 ‘근대’와 ‘문명’은 제국주의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은 아니었다. 더욱이 서구의 실제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오해’였기 때문에 비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오해는 근대를 넘어서 새로운 문명을 모색하는 오늘날에 들어와 동서양 모두에게 더욱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의 문명복합화론은 더 나은 보편문명을 창조하려는 노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서남 동양학술총서 간행사
책머리에
서론
제1부 배경
제1장 유길준의 생애와 한국근대사
제2장 개화사상의 논리 구조
제2부 근대 국제질서로의 이행과 자주․독립
제3장 주권 개념의 수용과 활용
제4장 양절(兩截)체제론
제3부 근대 국민국가상의 형성과 정치 관념의 변화
제5장 근대 국민국가상의 형성
제6장 군민공치(君民共治)론
제4부 근대적 인간형의 창출과 전통
제7장 ‘인민의 권리’ 개념의 수용과 변용
제8장 국민 형성과 전통
보론 문명개화론의 덫: 『윤치호일기』를 중심으로
결론 신서유견문: 21세기의 문명표준과 그 대응 방안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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