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중국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문제작가’인 왕멍,
그의 과감하고 다양한 형식적 실험과 풍자와 유머로 거듭나는
치열한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자전적 소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중국 영화들 중 다수가 원작 소설이 있으며 많은 경우 영화보다 원작이 더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설, 특히 현대 중국어로 씌어진 소설은 국내 독자들의 인식의 정도가 얇기 그지없다. 그나마 서유기나 삼국지, 홍루몽 등의 고전과 무협소설 혹은 몇 년 전 안반 극장에 중국 드라마가 수입되면서 덩달아 소개된 중국 여성 작가들의 가정연애소설 정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래야 다이허우잉(戴厚英)의 『사람아, 사람아』나 루쉰(魯迅)의 중단편 소설이 고작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면 너나없이 판권 계약에 열을 올리고 필독서로 그 상찬을 아끼지 않는 국내 출판계에서 2000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가오싱지엔(高行健)의 『영산(靈山)』 역시 그 명성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는 데 실패했다. 그 이유로, 근본적으로는 두 나라 사이 사회 문화적 맥락의 차이가 크다는 점, 실제적으로는 번역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들의 대부분이 우리 독자가 보기에 그 서술과 묘사가 지나치게 소박하거나 진부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소위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마오쩌둥(毛澤東)의 문예사상, 10년간이나 지속된 문화대혁명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중국 문학이 1970년대 후반 정치 상황이 급변하여 소위 신시기(新時期), 즉 새로운 역사 시기가 시작되면서 이제는 다른 어느 나라의 소설에 못지않은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 195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는 중국의 현대 문학사를 논하면서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인물, 왕멍(王蒙)이 있다. 실제로 2000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정식 추대되면서 당대 아시아권 작가들 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명되기도 했던 왕멍은 문예이론가, 사상가, 그리고 소설가로서 자신의 50년 창작 인생을 꾸려온 거인이다. 이미 100여 개에 이르는 소설과 산문, 시와 학술 저작을 출판했으며 그의 작품은, 20여 가지 언어로 번역되어 각국에 출판되었고 중국 국가급 문학상과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유수의 국제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그의 거대한 문학 성취는 그의 평범치 않은 개인적 경력과 탁월한 재능, 예민한 사유, 통찰력, 예술적 창조력, 그리고 놀라운 의지와 분투 정신이 함께 어울려 그를 문화 대가이자 세계적 명성의 위대한 작가로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