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뒤를 잇는 이탈리아 문학사의 거장 알레산드로 만초니,
그가 남긴 세계 문학사의 위대한 역사소설, 국내 최초 번역!
『약혼자들』은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최초의 근대적인 장편소설로 평가받는다. 괴테는 만초니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꼬집으면서도 인본주의에 대한 천착과 소박하고 해학적인 문체의 조화로움이 주는 경이로운 감동을 들어 대단히 높게 평가했고, 루카치는 이 소설로 만초니가 역사소설 분야의 스승인 월터 스콧을 능가하는 위대한 작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작품은 밀라노 폭동, 30년 전쟁,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던 17세기 초의 롬바르디아를 무대로, 악독한 그 지방 태수와 비겁한 교구 사제들 때문에 쉽사리 결혼하지 못하는 두 농사꾼 연인의 투쟁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1840년 처음 출간된 직후 일반 독자들의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반면, 당시의 비평가들은 전통적인 시학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 고전처럼 귀족적이고 고상한 주제와 인물을 다루지 않고 하층민들의 세계를 평범하고 소박한 문체로 묘사한 점을 들어 혹독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오히려 바로 이러한 요소가 『약혼자들』의 문학적 가치로 인정받게 되었다. 19세기는 신학이나 보편적인 윤리가 지배하던 어둠의 세계에서 탈피하여 인간의 이성을 중심으로 문명의 발전을 도모한 시기이다. 르네상스, 계몽주의, 프랑스 혁명 등 일련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주체적인 인간이 강조되었고, 이런 주체성의 원리는 종교와 철학, 법 등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을 규정하게 되었다. 『약혼자들』에는 이렇듯 시대가 요구하는 주체적인 인간, 즉 민중이 전면에 등장한다. 때문에 이 작품은 전통적인 이탈리아 문학의 폐쇄성을 탈피하여 새로운 근대 문학의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