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역사
통권 제64집 2003년 0
분야 반년간 사회와 역사
[머리말]
─제64집을 발간하면서
개인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통제는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개인은 이러한 통제에 맞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번 호의 특집 글들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근식은 「식민지적 검열의 역사적 기원: 1904~1910년」에서 국가 권력에 의한 의사 소통의 통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식민지 시기에 실행된 근대적 검열을 원고의 사전 검열, 민족적 법 적용의 차별화, 번역관의 검열 활동으로 규정하면서, 이 모습이 식민지 이전에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주장한다. 개인에 대한 통제는 국가와 더불어 사회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특히 개인의 일상 생활에서 그러하다. 이종서는 「11세기 이후 금혼 범위의 변동과 그 의미」에서 고려 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금혼의 범위가 확대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결혼에 대한 통제를 넘어 부계성이 확립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사회에 의한 또 다른 통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가와 사회의 통제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측면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현의 글, 「중국의 국민 정체성과 시민권(또는 국적)」에서는 근대적 국민 국가의 형성에 의해 개인의 시민권 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중국의 경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특집 논문에 더하여 네 편의 연구 논문이 이번 호에 실려 있다. 전상인은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역사사회학의 방법론의 논의를 「반사실적 추론과 역사(사회학) 연구」에서 발전시키고 있다. 개성 기술적 연구 방법과 법칙 정립의 연구 방법을 합성한 방법론으로서 반사실적 추론은 역사적 우연성을 강조하는 최근의 경향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일은 「한국학의 기원과 계보」에서 한국, 동아시아,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학의 발전 과정을 밝혀내고 있다. 이 글은 관련 주제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여러 요소를 적절히 잘 정리해주고 있으며, 각 지역의 한국학 연구 경향을 해당 지역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요인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근대의 형성에 관한 두 개의 논문이 포함되어 있다. 그 하나는 박태호의 「『독립신문』과 시간-기계」인데, 필자는 이 글에서 근대적 시간 개념의 형성을 다루고 있다. 필자는 근대적 시간 개념의 도입에 신문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가정하면서, 『독립신문』을 통해서 근대적 시간 개념이 시간-기계로 작동하는 모습을 구성해내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근대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에 비해 그 독창성이 뛰어난 글로 여겨진다. 근대성에 관한 두번째 글은 동학 농민 전쟁을 다룬 김선경의 글이다. 「갑오 농민 전쟁과 민중 의식의 성장」에서 필자는 농민 전쟁을 통해 공적 영역으로 진출하려던 농민들의 다양한 참여 방식을 찾고 있다. 이 분석을 통해 필자는 농민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고,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책의 끝머리에는 『근대 사회 변동과 양반』에 관해 김필동이 쓴 서평 「사회사 연구의 한 근본 과제에 대한 도전」이 실려 있다.
─『사회와 역사』 편집위원회
머리말
특집 사회의 통제와 개인의 저항
식민지적 검열의 역사적 기원─1904~1910년_정근식
11세기 이후 금혼 범위의 변동과 그 의미_이종서
중국의 국민 정체성과 시민권(또는 국적)─문화주의적 접근에 대한 비판_최 현
연구 논문
반사실적 추론과 역사(사회학) 연구 전상인
한국학의 기원과 계보─한국과 동아시아, 미국을 중심으로_김경일
『독립신문』과 시간-기계─독립신문』에서 근대적 시간-기계의 작동 양상_박태호
갑오 농민 전쟁과 민중 의식의 성장_김선경
서평
사회사 연구의 한 근본 과제에 대한 도전_김필동
영문 요약(Abstr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