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좋은 요리사는 해가 지나면 칼을 상하게 하고, 보통 요리사는 달이 지나면 칼을 부러뜨리나이다. 소인의 칼은 열아홉 해 동안 소를 몇천 마리나 잡았지만, 칼날이 숯돌에서 막 가져온 듯하나이다. 마디엔 틈새가 있고, 칼날은 두터움이 없사옵니다. 두터움 없음으로 틈새 있음 속으로 들어가니, 넓고 넓어, 칼을 놀릴 여지가 있사옵니다. 그래서 열아홉 해가 지났어도, 칼날이 숫돌에서 막 가져온 듯하나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사물을 다루는 데서 결을 찾는 일이 중요함을 잘 보여준다. 작게는 연필을 깎는 것부터 크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까지, 결을 따르는 것은 중요하다. 순리(順理)나 역사적 교훈이란 개념도, 따지고 보면, 사물의 결을 찾아 그것에 거스르지 않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여기 실린 글들은 내가 복잡하고 불투명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내 눈길을 끈 모습들이다. 그런 모습들에서 나는 언뜻언뜻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진 결들을 보았다.
제1부의 「10. 좋은 물음을 던지는 능력: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는 졸저 산문집 『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에 실렸는데, 이 책의 취지에 맞는다는 생각에 다시 넣었다.
2003년 11월
복거일
서언
제1부 자양을 주는 흙으로
1. 융성하는 제국의 관료 탈타아
2. 떠안은 위대함과 이룬 위대함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케쿠스·박정희
3. 실패한 개혁 왕안석
4. 더 큰 재능에 가려진 불운 로버트 후크
5. 불모의 위업 정화
6. 2천년기를 대표하는 인물 갈릴레오 갈릴레이
7. 작은 나라의 외교 정책 서희
8. 고대 문자의 해독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
9. 평가의 당대성 제라드 맨리 홉킨스·로버트 브리지스
10. 좋은 물음을 던지는 능력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
제2부 물로 씌어진
11. 20세기의 가장 애석한 실패 토머스 우드로 윌슨
12. 지적 성공의 비결 애덤 스미스
13. 사상의 그늘에 가려진 업적 빌프레도 파레토
14. 늦게 익는 인품 배리 모리스 골드워터
15. 태어난 세상 밖으로 넘친 기개 임제
16. 속세에서 고뇌한 신의 대리인 교황 비오 12세
17. 권력과 인연이 먼 임금들 일본의 천황들
18. 관료주의의 관찰자 C. 노스코트 파킨슨
19. 우아한 삶 살라-알-딘 유수프 이븐 아유브
20. 영웅 같지 않은 현대의 영웅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
21. 우연한 명성 토머스 그레셤
22. 가장 나쁜 정치 지도자 최우
23. 무자비한 이주 정책의 실행자 투쿨티-아팔-에샤라
24. 이단적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25. 새로운 문명을 북돋운 번역가들
제라르드 데 크레모나·현장·도쿠가와 요시무네
26. 가장 성공적인 교과서의 저자 유클레이데스
제3부 가슴에 깃든 불을
27. 자신의 작품들을 태운 시인 남곤
28. 패군지장의 명성 한니발
29. 권력의 찬탈자들 당 태종·조선 태종
30. 압제받는 사람들의 수호 성인 스파르타쿠스
31. 무자비함이라는 덕목
오다 노부나가·도요도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
32. 평화를 사랑한 정치 지도자 하트셰프수트
33. 지도력의 본질 측천무후
34. 적을 고르지 못한 정치 지도자 김대중
35. 욕심을 다스리지 못한 금욕주의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
36. 과도기의 지도자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
37. 재능을 우대한 시대의 지식인들 소진·장의
38. 대공황에 묻힌 지도자 허버트 클라크 후버
39. 두려움에 맞선 지도자 프랭클린 델러노 루즈벨트
40. 난세의 영웅 제갈양
41. 틀린 예언에 대한 후한 보답 스탠리 큐브릭
42. 찌들지 않은 시대의 시인 조영
제4부 바람의 이야기에
43. 스스로 밝힌 삶, 드러난 삶 유성룡·김구
44. 충성심이 지향하는 곳 풍도·탈레랑
45. 유망 직종의 창시자 앨런 핑커턴
46. 조심스러운 삶 이완
47. 재발명으로 얻은 명성 새뮤얼 핀리 브리즈 모스
48. 일본 문화의 특질 아카보시 인데쓰
49. 로마를 대표하는 인물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50. 중국을 대표하는 인물 진시황제
51. 성공적 발명의 조건들 제임스 와트
52.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조선인 고선지
53. 가장 성공적인 사람 아프리카 이브
54. 21세기 정치가의 모형 토니 블레어
55. 바른말 하는 신하의 상징 위징
56. 가공적이지만 이상적인 삶 디오게네스
57. 역사적 평가와 시적 정의 이승만·김구
58. 참된 지혜 솔로몬·손변
59. 너그러운 분노 조지 오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