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일상을 한 방에 날려 버린 꼬마의 호기심!
호기심으로 촉발된 낯선 여행은 어디서 끝나게 될까?
아이들에게 호기심이 많다는 건 굳이 말을 안 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호기심을 마음껏 풀어 보는 ‘용감한’ 아이는 극히 드물다. 그 호기심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아는 엄마나 어른들한테 ‘너,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귀 따갑게 들어 왔으니까. 아이들이 뭘 해 볼라치면 항상 그런 말이 떠오르니까. 어느 정도 철들고 말귀 알아듣는 아이들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이들은 호기심이 충족이 되면 항상 제 있던 자리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다만 어른들이 그걸 기다려 주지 못하는 것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 클로드라는 남자 아이와 펭귄 스파키도 날마다 조용한 날을 보내다가 어느 날 ‘등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잠재우지 못해 결국 남극 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면서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면 얼마나 심심하고 추억거리도 없을까? 작가는 그런 걱정을 ‘길 잃은 물개 선장’을 등장시켜 단번에 날려 버린다. 물개 선장은 나이 많고 눈도 어두운 그야말로 퇴역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선장이다. 마지막 항해에서 길도 잃고 안경도 잃어버려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된 물개 선장은 클로드와 스파키를 보자마자 도움을 청한다. 무심코 떠난 여행길에 이보다 더 신나고 극적인 일이 있을까?
클로드와 스파키는 물개 선장과 함께 미지의 나라로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 가 보는 여행길이 순탄할 리 만무하다. 바람이 윙윙 불고 파도가 크게 일어 작은 배가 파도에 휩쓸리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나면 누구나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물개 선장, 클로드, 스파키는 작은 배를 잘 조정해 얼음으로 된 멋진 물개 선장의 고향에 무사히 도착한다. 생전 처음 보는 얼음으로 된 멋진 도시의 모습, 따뜻하게 맞아 주는 많은 물개들…… 이것만으로도 클로드와 스파키의 여행은 대성공이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클로드와 스파키에게 물개 선장은 나침반, 육분의, 지도 등 항해에 필요한 것들은 선물한다. 이제 클로드가 바다의 선장이 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음 미로를 만나지만 지도와 나침반을 보며 얼음 미로를 빠져나간다. 무심코 떠난 여행을 통해 클로드와 스파키는 어느새 부쩍 성숙해지고 자란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의 모습이나 얼음으로 만들어진 멋진 도시, 물개들이 사는 북적대는 도시, 빠져나가기 힘들 것만 같았던 얼음 미로…… 이런 그림을 보면 그 안에 숨겨진 작가 특유의 익살과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연합뉴스] 2003.08.26
■ 새로 나온 책
물개선장, 집으로 가다 = 테리 덴튼 글. 그림. 박향주 옮김. 주인공 소년 클로드와 펭귄 스파키는 날마다 조용한 날을 보내다가 어느날 ‘등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잠재우지 못해 결국 남극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끝은 어디일까? 문학과지성사 刊. 32쪽.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