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 콜린 티엘과 로버트 잉펜이 만나 우리에게 광활한 자연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선사해 줍니다. 웅장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폭풍 소년』은 오스트레일리아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고전 가운데 한 권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클롱의 빼어난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그 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며 살아가는 폭풍 소년과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펠리컨 ‘얌전이’의 우정이 진한 감동으로 전해져 옵니다.
탁월한 이야기꾼 콜린 티엘이 들려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로버트 잉펜이 펼쳐 놓은 멋진 화폭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그 곳의 자연 가운데 일부가 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자연에 대한 묘사가 빼어난 작품입니다.
자연은 하늘이 우리에게 준 크나큰 선물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들은 왜 그렇게 자연을 그대로 둘 수 없는 걸까요? 우리는 곳곳에서 동물들이 밀렵꾼들에 의해 멸종되어 가는 모습이나 자연을 훼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폭풍 소년』은 그런 인간들에 맞서 자연 본래의 모습을 지켜 나가는 소년과 아버지와 원주민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와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여 줍니다.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도시를 떠나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클롱에 사는 폭풍 소년. 파도가 몰아치는 해안과 바람이 강한 모래 언덕의 오두막에서 아버지와 단출한 삶을 삽니다. 이웃이라곤 ‘손가락뼈 빌’이라 불리는 원주민 할아버지가 전부이지만 두 사람 모두 행복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이들의 친구이니까요. 딱정벌레, 개미핥기, 펭귄, 거센 파도와 바람에 쓸려 온 온갖 보물들,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다니는 새로 가득한 해안…… 비록 말은 통하진 않지만 이런 자연은 폭풍 소년에게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되어 줍니다.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지요.
하지만 폭풍 소년을 슬프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새들을 사냥하기도 하고 둥지를 발로 차고 알을 짓밟기도 하거든요. 사람들이 무참히 짓밟은 둥지 안에서 폭풍 소년은 아기펠리컨 세 마리를 구해 줍니다. 집으로 데려가 펠리컨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보살펴 주고 ‘자랑이’ ‘똑똑이’ ‘얌전이’라고 이름까지 지어 줍니다. 이제 폭풍 소년은 얌점이와 함께 새 지킴이가 되어 사냥꾼들로부터 새들을 보호해 줍니다. 조난당한 선원들을 구하는 데까지 한 몫 하게 된 얌전이지만 결국 사람들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맙니다. 더 이상 얌전이를 볼 수 없게 되었지만 폭풍 소년은 얌전이와 함께 보내 시간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얌전이 같은 새는 진짜로 죽지 않으니까요.
■ 옮긴이의 말
사람은 왜 사는가?
우리 인간은 이 문제를 죽을 때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하나밖에 없는 생명과 삶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생명과 삶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축복이 아니에요. 우리와 함께 삶을 공유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도 그 생명과 나름대로의 삶이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해요.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폭풍 소년’과 아버지 ‘은둔자’ 그리고 ‘손가락뼈’ 할아버지는 자연 상태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동물들의 눈에는 거지로 보이는 초라한 삶이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구해 줍니다. 잘난 척하며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우리는 그들의 삶 속에서 참과 거짓, 진실과 허위, 아름다운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을 볼 수 있어요.
여러분도 이 책에서 대자연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껴 보세요.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대자연 속에 묻혀 자연과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축복이며 선물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2003년 7월
김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