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불안을 예리하게 포착한 일본 신감각파의 대표 작가 요코미쓰 리이치의 장편소설
예술소설과 대중소설의 접목을 시도하여 순수소설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 화제작
거칠면서도 탄력적인 신선한 문체로 ‘신감각파’라 불리며, 일본 문단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요코미쓰 리이치는, 일본 신문학의 양대 원천 중 좌익계 문인에 대항한 예술파 문인의 대표 작가였다. 그는 신감각파 문학 운동을 전개했으며, 유럽의 심리주의 소설 기법을 도입하는 등 문학 논쟁 속의 중심에 서서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1934년 발표 당시 일본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에는 몰락한 명문 집안 출신의 행동가 가리가네와 학계의 권위자 야마시타 박사의 아들로 자의식이 강한 히사우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생선 간장, 바나나주 등의 발명에 열심인 실험가 가리가네가 온갖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자랑스런 조상을 상기하면서 재기해 나가는 모습이 이 작품의 주축을 이룬다. 세상 물정 모르고 발명에만 전념하는 행동가 가리가네와는 대조적인 히사우치는 한때 가리가네와 혼담이 있었던 아쓰코를 부인으로 맞이한 인물로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남자다. 여유 있는 계층 출신으로 외국의 철학책이나 문학책 등을 읽으며 가끔 글을 쓰기도 하는 자의식 과잉가이다. 가리가네와 히사우치는 서로 연적이자, 발명계의 대립 세력이지만 이들은 서로를 알아갈수록 존경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가리가네는 일본 정신의 화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가리가네의 행동력의 원천인 정의의 신념은 그가 연구하고 발명한 것을 국익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소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편 사회 권위, 특히 학벌 관료주의의 대표 야마시타의 아들 히사우치는 서양 사상의 지배를 받아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면서 자기 자신에 갇혀버린 전형적인 근대 지식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히사우치가 가리가네의 행동력에 감명을 받아 자신을 재정립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평생 문학 이론의 선봉에 서서 일본 문단을 이끌었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순수문학이 통속으로 흐르지 않고 예술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문장
옮긴이 해설: 시대의 불안을 예리하게 포착한 일본 신감각파의 대표 작가
작가 연보
기획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