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소년과 산토끼의 아름다운 우정과 모험!
부모를 잃고 혼자 된 데니가 엄마를 잃은 새끼산토끼 티미를 만나 펼치는 모험과 우정을 다룬 아름다운 이야기.
『티미』는 마음의 상처로 주변에 잘 적응하지 못 하는 소년의 심리와 동물 사이의 우정을 따스한 시각으로 그린 감동적인 작품이다. 어딘가 닮은 데니와 티미는 서로를 좋은 버팀목삼아 때로는 친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잔인하기도 한 세상에서 생존해 가는 법을 어렵게 터득해 나간다. 또 연약한 동물을 보살펴 주며 자연스럽게 자연을 이해하게 되고,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작가는 거친 야생의 본능을 가진 티미가 데니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모습을 통해 신뢰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 콜린 티엘이 펼쳐 놓는 광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탄탄한 문체도 좋다.
■ ‘과수원은 마법의 장소였고, 오로지 데니 혼자만의 것이었다.’
그렇다. 과수원은 이모네 것이지만 오로지 데니만을 위해 존재하는, 온전한 데니의 것이었다. 데니는 그 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일들을 맞이하게 되니까.
아빠는 집을 나가고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자 오갈 데가 없어진 데니는 시골 이모네 집으로 오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외롭던 데니는 과수원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색과 즐거움의 장소였던 과수원은 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공포와 두려움의 장소로 바뀌고 만다. 데니 눈앞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던 산토끼가 느닷없는 그레이하운드의 공격을 받고 처참하게 죽고 만 것이다. 데니는 산토끼가 죽은 것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발견하게 된 새끼산토끼. 데니는 죽은 산토끼의 새끼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야생의 동물을 길들이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데니가 다가갈수록 티미는 인간의 손길을 거부한다. 늘 사람을 경계하고 모든 일에 의심이 많은 새끼산토끼에게 데니는 ‘티미’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티미는 겁이 많다는 뜻의 티미드(timid)와 학명을 나타내는 라틴어 우스(-us)가 결합된 단어.)
■ 데니와 티미에게 세상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늘 소극적이고 조용한 데니는 학교에도, 주변 환경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극히 내성적인 아이다. 그런 데니가 사육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티미를 위해 밭에다 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티미가 좋아할 만한 먹이를 찾기도 하며 차츰 밝아진다. 티미를 위한 수고가 오히려 데니에겐 큰 기쁨이 된다. 엄마를 잃고 세상에 내던져진 티미도 데니를 차츰 신뢰하게 된다. 자기만의 세상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데니에게 티미는 바깥세상의 자유를 맛보게 해 주고, 온갖 위험에 둘러싸인 티미에게 데니는 좋은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때로는 사람보다 동물이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알아 주고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데니도 사람에게서 얻을 수 없는 위로와 기쁨을 티미라는 산토끼를 통해 얻고자 했을 것이다.
■ 야생의 동물을 언제까지 사람의 손으로 돌볼 수 있을까? 그건 자연에 대한 도전일까?
늘 우리 속에 있는 티미를 보며 안심하던 데니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생기고 만다. 깜빡 잊고 우리의 문을 열어 놓고 온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티미를 찾았지만 다시 우리 문을 잠가 놓을 수 없다는 걸 안 데니는 티미에게 진정한 자유를 준다. 한없는 자유를 얻은 티미이지만 때때로 데니를 찾아와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곤 한다. 그런 데니와 티미에게 또 한 번의 크나큰 위기가 찾아온다. 늘 산토끼 때문에 골치를 앓던 옆집의 미넬리 아저씨가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티미를 발견하자마자 총구를 겨눈 것이다. 하지만 총알은 그걸 보고 뛰어든 데니의 가슴을 스쳐 지나간다. 데니가 티미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자신은 생각지도 않은 채. 그 일 후로 데니는 티미를 예전처럼 가까이서 볼 순 없지만 탁 트인 언덕과 들판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아갈 거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렇게 생각하며 말이다.
‘사람이 끼어들어 그렇게 날렵하고 아름다운 동물을 우리에 가두는 것은 옳지 않았다.’
예전처럼 티미를 늘 곁에 두고 볼 순 없지만 티미는 데니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 옮긴이의 말
데니와 티미는 서로 닮았습니다. 티미가 어미를 잃고 위험한 세상에 홀로 내던져졌듯이, 데니도 엄마를 잃고 낯선 곳에 와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했지요. 사람을 두려워해서 꽁꽁 숨는 티미는, 혼자 후추나무 전망대에서 노는 데니와 많이 닮았습니다.
데니가 이모의 반대도 무릅쓰고 티미를 키우게 된 것도, 티미를 돌보고 사랑한 것도, 어쩌면 티미한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데니는 티미를 만나면서 변화합니다. 티미를 키우려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는 과정에서 늘 안으로만 움츠러들었던 데니는 조금씩 조금씩 바깥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를테면 이모는 산토끼에 대해 알려 주고, 함께 티미의 우리를 만들어 주고, 티미가 사라졌을 때 침착하게 데니를 달래 주며 함께 찾아다닙니다. 그렇게 이모와 함께 하면서 데니는 늘 서먹하고 무섭게만 생각했던 이모가 엄격하지만 따뜻하고 인정 많은 사람임을 깨닫고 차츰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성격이 괄괄하고 활달해서 좀처럼 다가가기 힘들었던 메리도 티미의 우리를 만드는 일을 도와 주면서 친구가 되지요.
하지만 야생 산토끼인 티미를 언제까지나 좁은 울타리에 가두어 둘 순 없습니다. 티미에게 가장 행복한 일은 저 드넓은 산과 들을 마음껏 내달리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일 테니까요.
데니는 비록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불운한 사고로 티미와 헤어지게 되지만, 그 아픔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티미가 거친 자연 속으로 돌아갈 만큼 튼튼하게 자랐듯이 어느덧 데니도 이별의 아픔을 이겨 낼 만큼 자란 거지요.
데니는 어쩌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티미를 만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자란다는 것, 성숙한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 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그런 과정이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그 따스한 여운이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 6월
햇살과나무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