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잠이 깼을 때 하늘은 어두컴컴했고 나는 오한을 느꼈다. 나는 그게 꿈이 아니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저 꿈이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선명하고 생생했던 것이다. 나는 그곳으로 가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한 시간쯤 어깨를 떤 다음 내가 취한 행동은 가방을 꾸리는 것이었다. 친절했던 화실 원장을 위해 나는 가까스로 종이 쪽지 한 장을 남겼다.“살아 있다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삼십 분 후 나는 그 도시를 벗어나고 있었다.
_「미끄럼을 타고 온 절망」에서
채영주의 소설은 사랑이라는 기호를 도둑질한 중산층의 신화를 다시 도둑질하여 재신화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미끄럼을 타고 온 절망」의 회피와 죄책감, 그리고 「바이올린맨」의 비극적인 방식의 사랑의 이룸은 그 재신화화의 좋은 예가 된다. 그 재신화화를 통해 채영주는 사랑이란 ‘나’와 ‘너’의 쌍방의 문제인 동시에 근본적으로 ‘나’의 ‘진정한 욕망’의 문제라는 점을 깨우쳐준다. 안타깝게도 채영주는 이미 피안으로 건너갔지만, 그가 남긴 글들은 대중문화의 지배에 문학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회피할 수 없는 물음으로서 우리에게 계속 작용하며 살아 움직일 것이다.
_성민엽 문학평론가
목차
바이올린맨 1
미발표 유작: 바이올린맨 2
자전소설: 미끄럼을 타고 온 절망
해설: 사랑의 재신화화(再神話化)_성민엽
작가 연보_한수영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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