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해학, 낭만과 재치로 가득 찬 동양 소설의 걸작!
『서유기』는 일반 독자들에게 잘못 알려졌듯 어린이용 이야기나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무려 1천 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갈고 닦고 집대성하여 이룩한 낭만주의 소설 문학의 결정체이다.
이 소설을 마지막으로 완성한 저자는 우선 범속을 초월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신비성과 기발함을 극대화시킨 과장법으로 신화적인 환경을 꾸며놓고, 그 속에 황당무계한 변형 기법으로 등장인물의 형상을 하나같이 두드러지게 변모시켜놓았다. 그 결과 주인공들은 물론, 신불(神佛)과 요괴 마귀들에게조차 모두 동물성과 인성(人性), 신성(神性)의 이미지를 동시에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소설의 주역을 맡은 손오공은 2,500여 년 전 고대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원숭이 임금 하누만의 혈통을 이어받고 여기에 중국 도교 고사 가운데 ‘도를 닦아 요정이 된 원숭이’를 접목시켜 빚어낸 돌 원숭이이다. 그리고 소설의 무대 배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고대 중국의 신화 전설을 바탕으로 신비스럽게 채색되어 있다. 이런 것들이 곧 낭만주의 기법의 하나라 하겠다.
그 특성을 꼽는다면, 시대정신과 사회 역사의 본질적인 진실감을 반영했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실생활의 본 면목을 직접 반영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가공(架空)의 인물, 허구적(虛構的) 환경, 가설적(假設的) 스토리의 전개를 통해, 저자가 생존하던 시절의 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풍자하고 고발하려 했던 것이다.
저자 오승은이 살던 시기는 명나라 말엽 가정(嘉靖) 연간의 암울한 시대였다. 당시 도교의 맹신자였던 세종은 불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요망한 도사들에게 미혹 당한 채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밤낮으로 종교의식에만 몰두하여, 나라를 쇠망의 길로 끌어들인 황음무도한 폭군이었다. 그 밑에는 환관들과 간신이 들끓어 권력을 농단하고 매관매직을 일삼아, 조야(朝野)는 부정부패로 뒤죽박죽 난장판이 되는가 하면, 전국 지방에는 봉건 통치자들이 무거운 세금과 부역을 빈번하게 매겨 백성들을 수탈하고, 토호 악패들이 횡행하면서 농민들을 가혹하게 착취하는 세태였다. 게다가 환관이 거느린 ‘동 서창(東西廠)’ ‘금의위(錦衣衛)’와 같은 정보기관의 사찰요원과 친위부대가 역모를 색출하고 민간의 유언비어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사면팔방에 깔려, 전국의 도로가 공황에 빠졌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곧 『서유기』의 모델이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소설 『서유기』라는 픽션을 통해 허구적 환경을 설정하고 가공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가설적 스토리를 엮어나가는 과정에서 은연중 그러한 실태를 우회적으로 풍자,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울분을 토로하고 후세에 고발하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소설『서유기』를 쓰게 된 의도요 목표였으며, 그 시대에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이기도 했다.
『서유기』는 저자의 절묘한 필치 속에 진위(眞僞)가 하나로 융화되어 거짓 중에 진실이 담겨 있으며, 상상 가운데 진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중견진(幻中見眞)’이야말로 곧 낭만주의 기본 예술의 특성을 적합하게 구현하는 요소로서, 현실주의 문학과 더불어 논할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소설『서유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희극적 풍격에 있다. 저자는 소설 전편에 걸쳐 세련되고도 과장된 필치로 당시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던 기존 종교, 특히 당시 현실적으로 증오의 표적으로 삼은 도교에 대하여 익살맞은 해학으로 조롱하고, 추악한 세태와 관부의 실태를 날카롭게 풍자 고발하고 있다. 그것들은 주로 손오공과 저팔계의 신변을 통해 구현된다.
다음으로는 유머이다. 강렬한 풍자 요소를 제외하고도『서유기』속에서 유머는 손오공의 낙천주의 낙관주의를 구현하는 정신적 기둥으로서, 대적투쟁에 있어 자신을 믿는 굳센 신념과 사악한 세력을 압도하는 우월성의 수단으로 승화시키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또 저팔계의 겉모습이나 약점을 통하여 ‘미(美)와 추(醜)’를 대비시키는 희극 형식으로 농도 짙게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골계(滑稽)이다. 골계의 본질은 추(醜), 곧 익살맞고 못난 이미지이다. 그것도 결과적으로 항상 터무니없이 도리에 어긋나야 한다는 황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소설을 전반적으로 평가해볼 때, 저팔계는 중대한 결함과 약점을 숱하게 지닌 골계의 전형적 인물이다. 그 외형은 추레한 돼지 모습에 바보스러움과 아둔하고 굼뜬 동작이다. 게다가 습성은 여색과 식탐을 즐기고 잠꾸러기에 물욕 또한 대단하다. 이것이 골계의 대상이 되었지만, 저자는 그가 지닌 품격의 긍정적인 핵심으로 성실한 본색, 거의 미련하고 치졸하다 할 만큼 솔직하면서도 순박한 기질을 ‘어린애처럼 천진무구한’ 내면적 천성으로 인식했다.
『서유기』 1백 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 1회부터 7회까지는 손오공(孫悟空)의 탄생과 천궁(天宮)에서의 난동, 그리고 그가 마술적 힘을 얻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둘째 부분은 8회부터 12회까지로 삼장 법사(三藏法師)의 기구한 출신 내력과 불경을 얻으러 떠나게 된 연유를 썼으며, 셋째 부분인 13회부터 마지막 회까지는 서천으로 가서 불경을 얻어 오는 과정을 서술했는데, 여기에는 영취산에서 불경을 얻어 가지고 돌아오기까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스승을 보호하여 온갖 요괴들과 싸우며 40여 차례의 난관을 천신만고로 극복하면서 넘어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 문학과지성사는 아래와 같이 세 차례에 걸쳐 『서유기』 전 10권을 완간합니다.
1차분 (제1권~제3권) 2003년 4월 초 발행
2차분 (제4권~제6권) 2003년 5월 말~6월 초 발행
3차분 (제7권~제10권) 2003년 7월 초 발행
옮긴이 머리말
제1회 신령한 돌 뿌리를 잉태하니 수렴동 근원이 드러나고, 돌 원숭이는 심령을 닦아 큰 도를 깨치다제2회 스승의 참된 묘리를 철저히 깨치고 근본에 돌아가, 마도를 끊고 마침내 원신을 이룩하다
제3회 사해 바다 용왕들과 산천이 두 손 모아 굴복하고, 저승의 생사부에서 원숭이 족속의 이름을 모조리 지우다
제4회 필마온의 벼슬이 어찌 그 욕심에 흡족하랴, 이름은 제천대성에 올랐어도 마음은 편치 못하다
제5회 제천대성이 반도대회를 어저럽히고 금단을 훔쳐 먹으니, 제신들이 천궁을 뒤엎어놓은 요괴를 사로잡다
제6회 반도연에 오신 관음보살 난장판이 벌어진 연유를 묻고, 소성 이랑진군, 위세 떨쳐 손대성을 굴복시키다
제7회 제천대성은 팔괘로 속에서 도망쳐 나오고, 여래는 오행산 밑에 심원을 가두다
제8회 부처님은 경전을 지어 극락 세계에 전하고, 관음보살 법지를 받들어 장안성 가는 길에 오르다
제9회 진광예는 부임 도중에 횡액을 당하고, 그 아들 강류승은 아비의 원수를 갚고 근본을 되찾다
제10회 어리석은 경하 용왕 치졸한 계략으로 천조를 어기고, 승상 위징은 서찰을 보내어 저승의 관리에게 청탁하다
서유기-총 목차
기획의 말
저는 대학생입니다. 서유기를 그동안에 읽고 싶었다가
10권으로 나왔다길래 지금 하나씩 읽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좋은 글씨 크기 책값에 비해 너무 작습니다.
책값이 비싸면 글씨라고 크게 해주셨으면 눈에 피로가 쉽게
옵니다. 그래서 1판이 나온다면 글씨의 크기를 좀 크게 확대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