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한 사이인데

여자애들 이야기

원제 Trop copines

크리스 도네르 지음 | 미셸 게 그림 | 최윤정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3년 2월 17일 | ISBN 9788932013930

사양 양장 · · 64쪽 | 가격 12,000원

수상/추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 달의 책

책소개

너무 친하지만 처한 환경이 너무 다른

두 여자 아이가 들려 주는 따뜻한 우정 이야기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너무 친한 사이니까-남자 애들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작품이다. 친하지만 처한 환경이 정반대인 두 여자 아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차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빈부의 차이, 프랑스 인과 아랍인의 차이. 아랍계 아이 알리마는 황당할 정도로 부자인 프랑스 아이 시도니와 제일 친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의 차이는 둘 사이의 우정에 장애가 되고 만다. 그것도 다름 아닌 감자튀김 때문에……

 

작가는 단순하면서도 셈세한 심리 묘사로 알리마가 ‘차이’에 눈뜨는 과정을 생생하고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세계에서 그런 ‘차이’는 우정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것을 산뜻하게 보여 준다.

 

프랑스 아이 시도니와 아랍계 아이 알리마는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 시도니는 대저택에 사는 외동딸이고, 알리마는 방 두 칸짜리 아파트에서 아홉 명의 형제, 자매들이랑 옹기종기 모여 산다. 시도니는 아빠는 파일럿, 엄마는 수의사라 많은 걸 누리고 살고 있지만 알리마는 간식 하나도 형제 자매들과 똑같이 나눠 먹어야 한다. 이 두 아이가 서로를 너무 좋아하는 건 어쩌면 그처럼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새 학기 첫날부터 둘은 딱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알리마는 거침 없는 성격의 시도니가 마냥 신기하고 좋을 뿐이다. 시도니네 집에 가서 걔네 식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놀면서 시도니와 친밀함을 쌓아 간다. 전혀 자기와 다른 것이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서.

 

하지만 정말 때로는 정말 별것 아닌 일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갈 뻔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 아무 의미도 없는 것 때문에. 시도니 아빠, 시도니와 함께 시도니 엄마의 생일 선물을 사러 샹제리제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선 알리마. 맥도날드에 들러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를 먹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모든 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감자튀김을 시키지도 않은 시도니는 먹겠다는 말도 없이 알리마의 감자튀김을 자기 것처럼 집어먹기 시작한다. 한두 개 먹고 말 줄 알았지만 끝까지 다 먹어 버린다. 알리마는 그런 시도니를 이해할 수 없고 모든 것이 역겹게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선물 고르는 일에 동참하게 된 알리마는 거울에 비친 시도니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자기와 너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서 알리마의 마음 속엔 갈등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도니 엄마의 생일 파티에서 케이크를 가져 가도 된다는 시도니의 말에 갈등이 폭발하고 만다.

 

“싫어! 난 너네 케이크 싫어. 크림도 너무 많고 버터투성이고 느끼해 죽겠어. 우리 집이 무슨 쓰레기통인 줄 아니!”

 

되담을 수 없는 말로 둘 사이엔 냉랭함이 흐르지만 그 냉랭함이 둘 사이의 우정을 깨뜨리진 못한다. 둘은 금세 서로에 대해 미안한 것을 사과한다. 그리고 알리마는 케이크를 싸 가지고 가서 식구들과 나눠 먹는다. 그리고 잠자리에서 생각한다.

 

‘나는 내가 아직도 시도니를 미워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내일 아침에 학교 앞에서 걔를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다시 전처럼 될 것이다. 아니 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알리마는 어느 한편이 우세하고 어느 한편이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 옮긴이의 말

빈부의 차이옛날에 어떤 부산 출신 학생이 내게 가르쳐 준 노래가 있다. ‘서울내기~ 다마네기~, 서울내기~ 다마네기~’.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어릴 때 부르던 그 노래를 불러 보였는데, 서울 애들은 양파처럼 까도 까도 속을 모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서울내기’인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어떤 감정보다는 예쁘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 학생이 예쁜 건지, 운이 착착 들어맞는 그 노래말이 예쁜 건지, 복잡다단한 지역 감정을 그렇게 간단한 비유에 담을 수 있는 게 예쁜 건지 분명하지 않은 채로…… 문학 작품 속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서울 사람은 착하거나 멋있거나 개성이 강하거나 하여간 좋은 그림으로 그려지는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독하게 중앙 집권적인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서울에서 쓰는 말이 ‘표준’말이 되고 서울의 많은 것이 삶의 기준이 되는 판이니 서울 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 미워하는 문화가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어른인 나는 서울 ‘특별’ 시민으로서 다른 모든 ‘보통’ 지역 사람들에게 약간의 미안함과 부담을 가지고 사는 것을 스스로 당연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린이 문학을 들여다보면서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어린이 책에서도 예외 없이 시골 아이들은 순수하고 착하고 자연 속에서 티 없이 자라나는 것으로 그려지는 반면, 서울(도시) 아이들은 회색 시멘트 속에서 자라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없고, 기계에 길들여져 있어서 생각이 깊지 못하고, 사람에 부대끼면서 자라서 계산 속이 빠르면서 순진하지 못하고 등등…… 지금도 생각난다. 대한민국에서 꽤 큰 아동문학상을 받았던 어떤 작품 속의 도시 아이가 아무 근거 없이 ‘나쁜 아이’로 그려져 있던 것을. 그뿐인가, ‘옳음’을 추구하는 운동을 하는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도시의 아이들을 비난하거나 다만 가엾게 여기는가! 우리 아동문학 동네에서 나는 그런 글을 수도 없이 읽었다. 그러면서 도시 아이의 부모로서 참 속이 상했고, 아이들은 도시에서도 티 없이, 아이답게, 생명력 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걱정되는 것은 당사자인 도시 아이들은 그런 작품들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점이었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에 따라서 아이들은 다르게 자란다. 그리고 어떤 사회에서도 ‘차이’는 생기게 마련이다. 당연한 얘기인데도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끊임없이 ‘차이’에 대해서 말해 주어야 하는 것 같다. 『너무 친한 사이인데』도 ‘차이’에 대해서 말하는 작품이다. 빈부의 차이, 프랑스 인과 아랍 인의 차이. 프랑스의 아랍 인들은 떠올리기만 해도 우울하다. 툭 하면 휴일인 프랑스 가게들과는 달리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밤 열 시까지 일을 하지만 언제나 가난한 그들, 범죄가 일어나면 영장도 없이 경찰이 들이닥쳐 집 안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그들, 대부분 프랑스 식민지였기에 프랑스 말을 유창하게 하면서도 언제나 눈치 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그들…… 현실 속의 프랑스 인들은 그들에게 인종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문학 작품 속의 프랑스 인들은 그런 태도의 옳지 못함을 말한다.

어떤 작품에서건 사회 비판적인 눈길을 늦추지 않는 크리스 도네르가 이번에는 아랍계 여자 아이 알리마를 등장시켰다. 알리마는 황당할 정도로 부잣집 외동딸인 프랑스 아이 시도니와 ‘제일 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둘 사이에는 참으로 아이들다운 우정이 싹트지만 서로 다른 환경의 차이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서 알리마가 ‘차이’에 눈뜨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내가 마음에 끌렸던 부분은 무엇보다도 알리마가 시도니를 선망하면서 빠져들었다가 화려함의 극치인 샹제리제 거리에서 문득 자신과 시도니의 차이를 깨닫는 대목이다. 알리마와 시도니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 각자의 경계선 안에서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편하다. 그러나 그 경계선 바깥의 것들을 적대시할 위험이 크다. 그런데 알리마는 그 경계선의 이쪽과 저쪽을 왔다갔다한다. 경계선을 넘어본 사람은 안다. 어떤 식으로든 경계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부질없다는 것을. 오히려 경계선의 이쪽과 저쪽을 자주 넘나들면 들수록 훨씬 풍부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계선으로 나뉘어진 어느 한편이 우세하고 나머지 한편이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친한 사이인데』는 그걸 산뜻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역자 후기는 작품을 읽을 마음이 생기게 써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내 생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생각과 정반대가 된 것 같다. 작품은 경쾌하고 재미있는데 역자 후기는 지루하고 무겁게 되어 버렸으니……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독자에게도 또 작가에게도.

2003년 2월 최윤정

작가 소개

크리스 도네르 지음

크리스 도네르Chris Donner는 195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학교 졸업장이라고는 받아 본 적이 없는 그는 영화배우로 출발해서 감독을 거쳤고 스물다섯 살 무렵에 첫 소설을 발표했다. 그 후 어린이, 청소년, 어른을 위한 많은 책을 쓰고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멕시코, 미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어린이 책으로는 『말의 미소』 『내 친구는 국가 기밀』 『너무 친한 사이니까-남자 애들 이야기』 『너무 친한 사이인데-여자 애들 이야기』 등이 있다.

최윤정 옮김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와 파리3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린이 책에 눈을 떴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로 어린이 책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여 지금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전문 출판사 ‘바람의아이들’ 대표로 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아이들과 책과 교육에 대해서 부단히 성찰하고 작가, 편집자, 사서, 교사 등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양파 이야기』 『미래의 독자』 『슬픈 거인』 『그림책』 등이 있으며, 『글쓰기 다이어리』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내 꿈은 기적』 등을 번역했다. 201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을 받았다. 현재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블로그(http://blog.naver.com/ehjnee)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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