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한 사이니까: 남자 애들 이야기

원제 Copain trop copain

크리스 도네르 지음|미셸 게 그림|최윤정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3년 2월 17일 | ISBN 9788932013923

사양 양장 · · 80쪽 | 가격 6,500원

책소개

너무 친해서 집이랑 가족까지 바꿔 버린  

두 남자 아이가 벌이는 우습고도 재미난 이야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어린이 책 작가이자 소설가인 크리스 도네르. 현장감 있는 문장, 거침없는 표현으로 인간의 삶과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의 작품은 어린이 책으로는 드물게도 상당히 현실 비판적이다. 이번에 문지아이들에서 소개된 두 권의 책에서도 여지없이 그의 글쓰기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너무 친한 사이니까-남자 애들 이야기』는 너무 친한 두 남자 아이의 우정을 재미있고 발랄하게 그리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친한 친구들끼리(특히 남자 아이들)는 별의별 장난을 다 하고 놀기 마련이다. 무슨 장난을 해도 용서가 되는 건 그만큼 우정이 가져다 주는 탄탄한 신뢰가 친구들 사이를 지켜 주기 때문이다. 집안 분위기가 사뭇 다른 파트릭과 프랑수아는 갖은 장난 끝에 집이랑 가족까지 바꿔 버린다. 제일 친한 친구네 집에서 보내게 된 하루 동안의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형제간보다 더 친한 파트릭과 프랑수아는 학기 초부터 꼭 붙어 다니며 갖가지 놀이를 지어 낸다. 싸우기놀이, 욕하기놀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진짜로 주먹질, 발길질하기 등등. 이 놀이는 얘네들만 하는 놀이다. 그러면서도 자기들만의 규칙이 있다. 엘리베이터만 타면 온갖 짓궂은 장난을 딱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도 결국에는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파트릭과 프랑수아는 놀이를 바꿔 보기로 한다. 새로운 놀이라는 건 둘이 서로 전부 다 바꾸는 것이다. 학교가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파트릭은 프랑수아네로, 프랑수아는 파트릭네로 간다.

 

전문직을 가진 부모 밑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자란 프랑수아는 파트릭네 집에 가 있으면서 엄마를 도와 식탁을 차리고, 형이 부르는 소리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심부름을 하고, 아빠가 독차지한 텔레비전 채널을 아빠의 명령에 따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한다. 저녁 식사 후엔 모두 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고,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들어 눈 내리는 풍경을 구경하면서 ‘이런 게 가족, 진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한다. 거기에 여자들이 나오는 잡지를 보다 들킨 파트릭네 형과의 은밀한 거래도 프랑수아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편 여러 식구들과 왁자지껄 시끄럽게 살던 파트릭은 엄마 아빠랑만 사는 프랑수아네로 가서 자기네 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엄마는 피아노를 치고, 연주가 다 끝나자 책상에 앉아 일에 몰두한다. 그리고 숙제를 다 했다는 파트릭의 말을 그대로 믿어 준다. 진짜 파트릭 엄마는 확인을 해 볼 텐데…… 그리고 ‘희극’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파트릭은 프랑수아네 집이 점점 맘에 든다. 하지만 파트릭은 클래식 음악, 희극 이 모든 것을 하루 저녁에 소화해 내기가 벅차다는 걸 느낀다.

 

그건 프랑수아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리를 원래 주인인 파트릭에게 넘겨 주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먼저 다시 바꾸자는 말도 못한 채 잠이 든 악동 파트릭과 프랑수아는 결국 악몽과 함께 원래 자기 자리고 돌아가게 된다. 재미있는 놀이가 이렇게 복잡해질 줄 몰랐을 것이다.

 

■ 옮긴이의 말

머리로 지어 내서 쓴 글은 좋은 글이 아닐까?

머리로 지어 내서 쓴다고 하면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쩐지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진짜’가 아니라는 건 아이들도 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이 다 ‘지어 낸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독자들은 읽는 동안만은 마치 그것이 현실인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든다. 그런 착각에 빠져들게 하면 할수록 좋은 작가,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크리스 도네르의 경우는 또 그렇지가 않다.

사실임직하기는커녕, 많은 부분이 황당하고 기발해서 웃음이 날 지경인데 그 황당함이 진실에 기가 막히게 봉사하고 있다. 이 책도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그러면서도 금지와 불안과 회의에 길들여진 내 정신은, 파트릭과 프랑수아가 고안해 낸 욕을 지어 내는 놀이라든가, 엄마 몰래 포르노 잡지를 보는 프랑수아의 고등 학생 형과 파트릭이 ‘거래’하는 이야기 같은 게 나올 때마다 이런 게 어린이 책에 나와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었다. 하지만 크리스 도네르는 나같이 고리타분한 사람들의 걱정을 잘 알고도 남는 사람일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사와 부모는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일 테니까. 초등 학교 교사도 아니고 아이 아버지도 아닐 뿐 아니라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도 못하는 사람인데도 이 작가는 신통하게 아이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 그리고 어른들의 교육적인 태도가 얼마나 답답한지 그러면서도 어른들이란 도대체 얼마나 비교육적으로 사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나 같은 사람의 걱정을 가볍게 날려 버리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유쾌하다. 아이들은 자기를 둘러싼 환경을 ‘세계’로 인식한다. 엄마 아빠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나쁜 일이고, 하라는 대로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알게 된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해라’와 ‘하지 마라’를 수없이 들으면서 나름의 도덕률을 만들어 나간다. 그런데 다른 엄마, 다른 아빠의 ‘해라’와 ‘하지 마라’가 자기네 집에서와는 다를 경우, 심지어 정반대일 경우 아이들은 처음엔 놀라고 다음엔 생각하게 된다.
전문직을 가진 부모 밑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자란 프랑수아가 파트릭네 집에 가 있으면서 식탁을 차리고, 아버지와 형이 부르는 소리에 뛰어다니면서 심부름을 하고 저녁 식사 후엔 모두 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고,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들어 눈 내리는 풍경을 구경하면서 ‘이런 게 가족, 진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너무 친한 사이니까』는 『너무 친한 사이인데』와 짝을 이루는 작품이다. 우리말과 달리 프랑스 어는 낱말에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있기 때문에 제목만 보아도 앞의 작품은 남자 아이들 얘기, 뒤의 작품은 여자 아이들 얘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 걸 가만히 지켜 보면 처음에는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잘 논다. 그러나 자라서 사회화가 되면서 남자와 여자를 가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초등 학생 정도 되면 남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끼리 여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끼리 논다. 놀이의 내용도 다르고, 정서에도 차이가 있다. 그리고 책을 잘 읽는 아이들 중에는 여자 아이들이 많다. 물론 이런 현상은 여자 아이들의 어떤 특성과 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동화가 너무 여성 취향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이 재미없어하는 거 아닌가 싶다. 독서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책을 잘 안 읽는 남자 아이들에게 그 정서에 맞을 만한 책을 권해 주면 금방 빠져들곤 한다. 동화 작가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라 그런지 우리 나라 동화들은 여성 취향인 경우가 많다. 늘 외국 동화를 보는 나는 거의 자동적으로 항상 ‘비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우리보다 훨씬 ‘남녀평등’한 나라에서 나온 남자 아이들 얘기(남자 아이들을 위한 얘기가 아니라)와 여자 아이들 얘기(여자 아이들을 위한 얘기가 아니라)로 나뉘어 있는 이 책에 주목했던 것 같다. 그런데 번역을 해 놓고 보니까 그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몹시 아쉽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많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남자 아이들도, 그리고 여자 아이들도!

2003년 2월 최윤정

작가 소개

최윤정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와 파리3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린이 책에 눈을 떴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로 어린이 책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여 지금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전문 출판사 ‘바람의아이들’ 대표로 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아이들과 책과 교육에 대해서 부단히 성찰하고 작가, 편집자, 사서, 교사 등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양파 이야기』 『미래의 독자』 『슬픈 거인』 『그림책』 등이 있으며, 『글쓰기 다이어리』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내 꿈은 기적』 등을 번역했다. 201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을 받았다. 현재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블로그(http://blog.naver.com/ehjnee)를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 도네르

크리스 도네르Chris Donner는 195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학교 졸업장이라고는 받아 본 적이 없는 그는 영화배우로 출발해서 감독을 거쳤고 스물다섯 살 무렵에 첫 소설을 발표했다. 그 후 어린이, 청소년, 어른을 위한 많은 책을 쓰고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멕시코, 미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어린이 책으로는 『말의 미소』 『내 친구는 국가 기밀』 『너무 친한 사이니까-남자 애들 이야기』 『너무 친한 사이인데-여자 애들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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