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가의 말]
소설을 쓰면서 간혹 소설이 없는 세계를 꿈꾸곤 했다. 소설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따라서 소설가가 된다는 것이 불가능한 세계를. 그것은 다른 세계, 다른 공간이다. 그랬다. 나는 소설을 쓰면서 다른 세계, 다른 공간을 꿈꾸었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소설은 한 마리 낙타였다. 그 낙타는 스스로 길이 되어 삶의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내 허약한 두 발은 짐승의 네 발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아득한 길 위에서 내가 갈망한 것은 낙타의 등 위로 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낙타는 결코 자신의 등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낙타를 놓치지 않았던 것은 나의 눈이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힘들면 벗어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나는 벗어나고 싶었다. 낙타의 길에서. 그것은 ‘내가 아닌 나’를 꿈꾸는 행위이기도 했다.
그런 데가 있기는 할까? ‘내가 아닌 나’의 존재가 숨쉬는 곳이.
2003년 2월 정찬
목차
은빛 동전
깊은 강
적멸
가면의 영혼
죽음의 질문
저문 시간
베니스에서 죽다
시인의 시간
숨겨진 존재
물의 길
섬진강
해설: 지금-여기에서 존재 탐구가 뜻하는 것 – 성민엽
작가의 말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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