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형

대산세계문학총서 015

원제 Una Muneca Rusa

아돌포 비오이 까사레스 지음|안영옥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3년 1월 7일 | ISBN 9788932013800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188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작품 해설]

이번에 소개하는 단편 모음집 『러시아 인형』은 인간사에 일어나는 자잘한 이야기가 비오이 까사레스라는 대가의 손을 거치면서 어떻게 우리를 기이한 환상의 세계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모음집에 수록되어 있는 총 아홉 편의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비오이의 미학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그가 운명을 달리하기 얼마 전에 출판된 최신작에 속한다. 이 모음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우리를 숨 가쁘게 불안 속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잔인함에 진저리 치게도 만들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환상 속의 세상을 거닐게도 한다. 또한 현실을 전복하는 예기치 않은 스토리 전개와 그로테스크한 묘사, 완벽한 이야기 구조와 독특한 문체로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이 책은 비오이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비오이의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책은 출판된 지(1991년 3월) 3개월 만에 3쇄를 찍어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독서 시장의 현실은 이 책을 소개하는 데 10년이 걸리게 만들었다.

첫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러시아 인형」은 불안과 초조 속에서 현실을 전복하는 그로테스크한 내용과 기법으로 예기치 않은 결말과 환상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멋진 결말을 선사하고 있다. 「로취에서의 만남」에서는 작가가 어떻게 독자를 황당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 일을 위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우리에게 물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카토」는 예술과 정치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쓰라린 아이러니로 묘사하며 우리에게 인간은 사회적이자 정치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여행자가 자기의 조국으로 돌아가다」는 짧은 내용의 글이지만 몽환적 느낌과 아주 야릇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단편 작가이자 환상문학 작가로서의 그의 역량을 눈부시게 보여준다.「우리들의 여행」은 남성과 여성 간의 묘한 서로 다른 이해 구조를 밝히는 이야기지만 전혀 설명적이지 않다. 그저 웃음을 흘리며 읽다 보면 바로 내 자신의 이야기인 듯하다. 여기에 비오이 특유의 아이러니컬한 유머가 있다. 작가 자신의 여성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나 집착은 바로 이런 면에서인지도 모른다. 작품 구조가 특이해 약간의 부연 설명을 하자면, F. B.라는 사람이 고인이 된 자기의 친구 루이스 에레라의 여행 일기 중의 몇 개를 발췌하고 거기에 자신의 서언과 결어를 붙인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창조해낸 루이스 에레라라는 인물은 살아생전 여성들 때문에 마음 고생만 하다가 죽음을 맞이했으며 죽은 뒤조차 그 여성들에게 버림을 받는 인물로 우리는 그에게 왠지 모를 씁쓰레함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물 아래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극치에 도달한 느낌이 든다. 너무나 인간적이자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에 은근슬쩍 풍겨나오는 유머와 환상적 사건 설정으로 비오이 작품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마르가리따 또는 철분 플러스의 힘」에서 다루는 소재는 평범한 것 같으나 다른 모든 작품들에서처럼 작품 속에 드러난 이야기보다 그 간단한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더 많은 내용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글이다. 이런 경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정도는 그 진폭을 달리한다. 「어떤 냄새」에서는 우리를 혼란에 빠트리는 작가의 재주가 참으로 기발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작가가 설정한 사건 자체도 기막히지만 그 사건을 두고 움직이는 인물들의 행동이 절묘하다. ‘3편의 작은 환상 작품’ 중 마지막 작품 「패배한 사랑」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아주 간단한 표현으로 남성의 사랑관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작가의 재주가 특출하다. 한마디로 이 작품집은 참을 수 없는 웃음에서 불안, 초조, 경악, 공포까지 아우르는 그의 절묘한 글쓰기 기법과 무궁무진한 작가의 창의력, 그리고 미로를 헤매다가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정확하게 보여줌으로써 비오이의 문학 세계 및 환상문학의 완벽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집은 우리나라에 환상소설의 원형이 어떠한 것인지를, 그리고 현실감이 있는 환상소설의 길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를 소개하는 대표작으로 전혀 손색이 없으리라고 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비오이가 왜, 중남미 환상소설의 대가인지를 그의 글솜씨가 정말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비오이 까사레스가 보르헤스와 함께 집필 편집한 『돈 이시드로 빠로디를 위한 여섯 가지 문제들』과 『환상문학 선집』과 『모렐의 발명』 및 『판타지 이야기』(1972), 『여성들의 영웅』(1978), 『태양 아래 잠들다』 등과 같은 빼어난 환상문학 작품들도 곧 한국 문단에 소개되기를 바란다.

목차

러시아 인형

로취에서의 만남

카토

여행자가 자기의 조국으로 돌아가다

우리들의 여행(일기)

물 아래에서

세 편의 작은 환상 작품 :
마르가리따 또는 철분 플러스의 힘
어떤 냄새
패배한 사랑

옮긴이 해설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작가 소개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환상문학의 대가 아돌포 비오이 까사레스(1914~1999)는 1914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1999년, 이 세상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그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그의 기나긴 문학 여정은 매우 창조적이며 다양하다. 그의 나이 18세에 알게 된 32세의 보르헤스와는 55년간의 기나긴 시간을 함께하는 문학의 동반자였다. 그동안 보르헤스는 비오이 까사레스의 작품을 ‘새로운 장르,’‘완벽한 결정판’이라고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비오이 까사레스는 열네 살에 자신의 첫번째 단편소설 「허영, 아니면 공포의 모험」을 탈고한다. 대학에서 그는 법학과 문학을 전공했지만 학업을 마치지는 못했다. 그는 15세 연상인 여류작가 실비나 오깜뽀와 1940년에 결혼했고, 이때 현대 소설의 고전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모렐의 발명』이 세상에 나왔다.

이후 그의 수많은 작품과 보르헤스와의 공동 작업으로 펴낸 『패러디를 위한 6가지 문제들』(1942), 『가장 훌륭한 단편 탐정소설』(1943), 『부스또스 도멕끄의 연대기』(1967), 『부스또스 도멕끄의 새로운 연대기』(1977)가 빛을 보았다. 1978년에는 그가 1968년부터 썼던 단편들을 모아 『여성들의 영웅』이란 단편 모음집을 출간했다. 이후 『엉뚱한 이야기들』(1986), 『러시아 인형』(1991), 『실비나에게 보내는 여행지에서의 편지』(1996)를 세상에 내놓았다. 장편소설로 『한 사진 기사의 쁠라따에서의 모험』(1985)과 『고르지 못한 챔피언』(1993),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1997)를 발표했다. 부인과 함께 탐정소설 『사랑하는 자, 증오하는 자』(1946)를 발표하였으며, 이 둘과 보르헤스의 참여로 『판타지 문학 선집』(1940)과 『아르헨티나 시선집』(1941)을 발간했다. 그는 『모렐의 발명』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가 수여하는 그해의 최고 문학상을, 1975년에 SADE(아르헨티나 작가협회)의 ‘위대한 명예상’을 수상했고, 1981년에 프랑스 문단의 명예위원으로 선정되었다. 1990년에는 스페인 정부가 스페인어로 씌어진 작품에게 수여하는 노벨 문학상격인 세르반테스 상을 품에 안았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다른 책들

안영옥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서문법의 이해』 『스페인 문화의 이해』와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죽음 저 너머의 사랑』 『죽음의 황소』 『라 셀레스띠나』 『세 개의 해트 모자』 『인생은 꿈입니다』 『돈 후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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