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벌레인 대왕|몰타의 유대인|파우스투스 박사

대산세계문학총서 014

원제 Tamburlaine the Great|The Jew of Malta|Doctor Faustus

강석주 옮김 | 크리스토퍼 말로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2년 12월 12일 | ISBN 9788932013756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542쪽 | 가격 20,000원

책소개

[옮긴이 해설]

위반과 욕망의 미학크리스토퍼 말로의 대표적인 희곡 작품들, 「탬벌레인 대왕Tamburlaine the Great」, 「몰타의 유대인The Jew of Malta」, 「파우스투스 박사Doctor Faustus」는 영국뿐만 아니라 서구 유럽 문화의 전성기였던 르네상스 시기가 인간의 사고와 가치관에 어떤 강렬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즉 중세의 봉건적, 신 중심, 계급 중심의 세계관과 새롭게 대두한 자본주의, 인간 중심, 개인의 능력 위주의 세계관이 대립, 갈등, 공존하였던 르네상스 시기에, 말로는 그 혼란스러우면서도 격정적이었던 사회가 추구하였던 권력과 지식, 부의 욕망을 대변하는 비극적이면서도 영웅적인 인물들을 창조함으로써 영국 문학사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인이라는 이유로 그 빛이 많이 가려졌다. 셰익스피어의 걸작들이 르네상스 시기 영국을 대표하는 희곡들로 평가받음으로써 그의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평가 절하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셰익스피어가 존재하게 된 배경에는 크리스토퍼 말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극작가로서 성공하기 전에 이미 당시 극장가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었던 말로의 주요 작품들(이 책에 번역된 작품들)은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상상력과 작품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로의 극단적인 작품 세계가 있었기에 셰익스피어는 그 활동 범위가 더욱 넓어졌으며, 또한 그와의 경쟁을 통해 더욱 분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20대 초반에 영국 드라마 역사에서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놀라운 작품들을 발표한 말로가 29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영국의 문학사는 다시 쓰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들은 르네상스 시기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얼마든지 우리에게 개인의 삶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깨우칠 수 있는 걸작들이다. 더구나 말로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은 바로 실험 정신으로, 그는 반복과 중복을 거부하고 각 작품마다 항상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탬벌레인 대왕」의 경우 주인공 탬벌레인은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평가가 가능할 정도로 모호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탬벌레인은 자신과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으며, 도덕적으로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흔들림이 없다. 그는 패배를 모르는 정복자로서 죽음을 맞이할 때조차, 아들들과 추종자들의 애도 속에서 하늘에서의 영원한 권좌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 하지만 이 극의 매력은 그러한 탬벌레인의 확신에 찬 영웅적 언행의 타당성에 대해 우리가 결코 확신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탬벌레인의 적들은 그를 천하고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야비한 도둑이자 찬탈자, 괴물, 악마로 부르지만, 또 다른 순간에는 그의 놀라운 능력에 경이를 표하고 그를 지지하기도 한다. 탬벌레인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모호한 태도는 비평가들의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어떤 비평가들은 그의 적들이 내리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고, 작가는 우리가 탬벌레인 자신의 확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비평가들은 표면적으로는 탬벌레인이 매력적인 존재로 묘사되지만 그의 거만한 자기 과장은 본질적으로 악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또 한편으로는 작가가 위의 상반되는 견해들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으며, 혼합과 변화를 추구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몰타의 유대인」은 주인공 바라바스가 끊임없이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탐욕의 화신이기에, 그 극단적인 상상력에서 「탬벌레인 대왕」과 어떤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극의 표현 방식이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탬벌레인 대왕」이 화려한 대사와 볼 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인 반면, 「몰타의 유대인」은 볼 거리가 거의 없으며 액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러한 액션의 강조는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되어 이 극을 비극보다는 멜로드라마나 소극에 가깝게 만든다. 하지만 극장에서의 성공 이상으로 이 극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사회에 대한 강하면서도 일관된 풍자적 비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작품에는 겉으로는 숭고한 종교적 가치들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난이 담겨 있다. 성서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이 예수 대신 십자가의 형벌에서 구한 인물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유대인 주인공의 운명은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 르네상스기 영국 사회에서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극의 표면에 드러난 질서는 바로 사악한 유대인과 터키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승리다. 그러나 결말이 보여주는 아이러니와 극의 전반적인 효과는 이러한 표면적인 결과에 대한 확신을 모호하게 만든다. 결국 말로는 이 작품을 통해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도덕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암시해준다.놀라운 천부적 재능을 지닌 「파우스투스 박사」의 주인공 역시 그 극단적인 상상력에서 탬벌레인과 바라바스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는 위대한 존재는 환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파우스투스가 처음에 열망했던 것과 영혼을 판 후에 그가 이루는 것과의 차이에서 분명해진다. 신학과 철학, 법학 등 세상의 모든 학문을 모두 섭렵하고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기에 루시퍼와 계약하여 현세에서 가장 경이로운 존재가 되었지만, 파우스투스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는 없었고 그가 얻은 것들은 아름다운 헬레네로 모습을 바꾼 악마처럼 허구에 불과하다. 이 극에 대한 평가는 대조적이다. 즉 우주의 섭리에 대항하는 파우스투스의 반란을 인간 정신의 위대성의 증거로 보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는가 하면, 이 극이 인간의 한계와 그 한계를 부인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과 구조를 볼 때, 후자의 견해가 훨씬 무게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우스투스의 비극은 의미심장하고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파우스투스가 종교적인 인물이었고 결말 부분에서 그가 겪는 고뇌가 너무나도 깊기 때문에, 그가 받게 될 영원한 저주는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말로의 주인공들은 작가 자신의 삶처럼 강렬하고 극단적이다. 그들은 동시대의 시인 스펜서의 주인공들과는 정반대로, 자신들의 욕망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것들을 깨트리려고 애쓰는 인물들이다. 말로는 인간의 정체성은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질서가 위반되는 순간에 형성된다고 본다. 이러한 시각이 반영된 말로의 작품들은 후기 구조주의의 지평 위에서 볼 때, 매우 현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후기 구조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성과 권력, 질서의 틀 안에서 구성되고 만들어진다고 보며 인간을 그러한 권력과 질서의 틀에서 해방시키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현대의 사상적 흐름을 미루어 볼 때, 말로의 작품들은 르네상스기라는 독특한 시대적 상황을 통해 현대 사회가 지향하는 인간 존재의 해방과 권력의 연관 관계를 새롭게 비추어볼 수 있는 훌륭한 거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목차

탬벌레인 대왕

제1부

제2부

몰타의 유대인

파우스투스 박사 A텍스트

파우스투스 박사 B텍스트

옮긴이 해설: 위반과 욕망의 미학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작가 소개

강석주 옮김

옮긴이 강석주(姜晳周)는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셰익스피어 세미나 과정을 이수했다. 서강대·아주대·숙명여대 강사를 역임했다.저서로 『셰익스피어의 문학 세계』 『무대 위의 삶, 사랑, 그리고 죽음』이 있으며, 역서 『볼포네』(공역)와 논문 「르네상스 광기 담론」 외 다수가 있다.현재 서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말로 지음

크리스토퍼 말로(Christopher Marlowe, 1564∼1593)
영국 캔터베리 출생.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였고, 셰익스피어와 함께 르네상스 시기 영국의 대표적인 극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대 사회에서 무신론자로 공격받다 체포당하기도 했으며, 술집에서 다툼으로 인해 칼에 찔려 2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다.주요 극작품으로는 「탬벌레인 대왕」 「몰타의 유대인」 「파우스투스 박사」 「에드워드 2세Edward II」 「파리의 대학살The Massacre at Paris」 등이 있으며, 주요 설화시로 「히어로와 리앤더Hero and Leander」가 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2년 8월 28일 | 최종 업데이트 2012년 8월 28일

ISBN 978-89-320-1375-6 | 가격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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