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해설]
미래의 유령이시여! 나는 지금껏 만난 그 어느 유령보다도 당신이 무섭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제게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이제 저는 새사람이 되기로 했으므로, 고마운 마음으로 당신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저와 이야기 좀 하시겠습니까?
―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라는 이름 자체에 어떤 마력이 숨어 있다.
― 찰스 디킨스, 『보즈의 스케치』
크리스마스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12월 25일은 동짓날로부터 며칠 뒤입니다. 동지에 태양은 북반구에서 가장 멀어집니다. 동지가 지나면 태양은 북반구를 향해 다시 올라오면서 빛이 강해지고 낮이 길어집니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촛불이나 장작불을 지피며,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태양신에게 원기를 불어넣고 겨울의 고통을 몰아내려 했습니다. 12월 중순에 열리는 로마의 농신제 사투르날리아Saturnalia가 그 좋은 예입니다. 라틴어로 사투르누스Saturnus는 ‘풍요’라는 뜻입니다. 이날 사람들은 축제와 도박과 춤과 노래를 농업의 신인 사투르누스에게 바쳤고, 선물도 주고받았습니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12월 25일을 ‘정복당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일natalis solis invicti’로 정했는데, 이날에는 전차 경주가 벌어졌고 나뭇가지나 작은 나무로 장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로마인들의 한겨울 이교(異敎) 축제는 예수 탄생 후 몇 세기에 걸쳐 계속되었고 초기의 기독교인들도 이 풍습을 버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교도의 풍습을 아무리 금지하려 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교회는 이들 풍습 중에서 이교적인 부분을 버린 후 기독교적으로 바꾸었습니다. 로마 역서(曆書)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의 크리스마스 축제는 336년경 로마에서 거행되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7세기 전반 30년전쟁 당시 스웨덴 사람들이 독일 땅에 전파했으나, 대중화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라고 합니다. 1756년 라이프치히의 어느 친구 집에 간 괴테는 그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하지만 1605년의 기록에 따르면, 집 안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는 것은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의 관습이었다고 합니다).
1840년, 이런 독일 관습이 프랑스와 영국에 동시에 전래되었습니다. 파리에 이를 도입한 것은 오를레앙 공작의 아내가 되는 메클렌부르크의 엘렌 왕녀 그리고 알자스와 독일의 개신교들이었습니다. 영국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에 의해 전파되었습니다. 1840년에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은 윈저 궁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습니다. 여왕은 독일 관습에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는데, 그것을 보고 앨버트 공은 “크게 감동한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8년 후 『일러스트레이트 런던 뉴스』는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선 여왕 부부의 모습을 실었고, 그때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영국에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사전인 로베르 고유명사 사전에 의하면, 산타클로스는 19세기 후반 유럽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왔으며 상업적으로 창조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이 인물의 성공에 상업적 요소가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가 완전한 상상의 인물은 아닙니다. 산타클로스는 오늘날의 터키에 있던 비잔틴 왕국의 지중해 해안에 있는 제밀러 섬의 성 니콜라스Saint Nicolas (산타 클로스Santa Claus)를 모델로 한 것입니다. 12월 6일의 성인인 성 니콜라스는 가난한 사람들, 특히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그와 함께 일하는 푸에타르 노인은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주고 갔다고 합니다. 이 인물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독일 출신의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옮겨져 ‘상업화’되었던 것 같습니다.그렇기는 하지만, 비록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의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더라도 산타클로스는 이미 19세기 초 파리에 분명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인생사』에서 프랑스의 소설가 조르주 상드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회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1810년에 여섯 살이었습니다. “내가 그 시절 지니고 있던 확고한 믿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자정이 되면 흰 수염을 기른 노인네인 자그마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벽난로를 타고 내려와 내 조그만 구두에 내가 깨어나자마자 발견하게끔 선물을 놓고 간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자정이라! 이 얼마나 환상적인 시간인가! 아이들은 모르는 시간, 그때까지는 도저히 깨어 있을 수 없다는 시간! 자그마한 할아버지가 등장할 때까지 잠들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를 정말 보고 싶기도 했고 동시에 보게 될까 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난 결코 단 한 번도 그때까지 깨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내가 맨 처음 눈길을 던지는 곳은 난롯가에 있는 내 신발이었다. 하얀 종이에 싸여 있는 선물을 보고 얼마나 감동했던가! 왜냐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정말 깔끔한 양반이라 선물을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맨발로 뛰어가 내 보물을 움켜쥐곤 했다. 우리는 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근사한 선물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작은 과자, 오렌지 하나, 아니면 빨간 사과였다. 하지만 내게는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져 차마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크리스마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와 눈으로 덮인 세상, 호랑가시나무와 담쟁이로 덮인 집, 반짝이는 장식으로 뒤덮인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예수의 탄생, 캐럴 혹은 오랜만의 가족 모임, 아이들, 그리고 선물…… 우리가 ‘전통적’이라고 믿는 크리스마스(축제)는 산업 혁명이 끝나갈 무렵인 1840년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생겨났습니다. 사실, 19세기 초만 해도 유럽과 북미 대륙에서 크리스마스의 전통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다양한 의식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전통은 찰스 디킨스의 『피크위크 클럽의 기록』(1836)과 『크리스마스 캐럴』(1843), 워싱턴 어빙의 『스케치북』(1818), 니콜라이 고골리의 『지카니카 부근 농가에서의 밤』(1832)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특히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빅토리아 시대의 크리스마스 모습뿐만 아니라 현대판 크리스마스의 탄생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불편한 시기라고만 생각하는 비정한 자본주의자 스크루지 영감이 신문팔이 소년에게 팁을 주고 가난한 집에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는 아저씨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은 이 이야기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영국과 북미 대륙, 아니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1843년 12월 19일 채프맨 앤드 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해 크리스마스까지 모두 6천 권이 팔린 이 책은 그 즉시 가장 인기 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채 못 되어 이 책의 해적판 연극 대본이 여덟 가지나 나왔고, 그것들 모두가 상연되었습니다. 디킨스는 박애주의자인 애슐리 경과 서신 교환을 하다가 이 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기계의 시대가 사회에 끼친 끔찍한 해악, 특히 탄광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들의 열악한 환경에 큰 충격을 받아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영국의 소설가 새터리는 이 책을 “영국이 받은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 일종의 ‘크리스마스적’ 전통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이 소개·번역되고 대중적 인기를 얻음으로써 이후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모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이래 발표된 크리스마스 이야기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원래 ‘예수의 미사’라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교회 의식이었는데도 말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자취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크리스마스 노래 속에서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러한 노래들도 세속적인 실천, 즉 다음과 같은 통속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눈이 오는 추운 겨울, 축하 잔치, 장작, 선물의 교환,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신발 놓아두기, 그리고 나중에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덧붙여졌습니다.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을 통해서 크리스마스의 신성함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계층 간의 차이를 소멸시키고 사회적 일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달리 말하면 이제는 잃어버린 동질성의 이미지 아래로 독자들을 모으고자 하는 의지에서입니다. 그는 베들레헴에서의 예수 탄생과는 분리되는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세속적인 삶의 한복판에 자리잡았습니다.『크리스마스 캐럴』의 작가는 자비, 공동체에 대한 생각, 친절함의 장기적인 이익 같은 가족적 가치 혹은 주제를 강조함으로써 크리스마스 축제에 하나의 도덕을 부여했습니다. 디킨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중세의 윤리가 남아 있는 옛 영국의 축제 장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농촌에서 한 영주가 크리스마스에 마을 사람들에게 연회를 베풀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이러한 풍습은 영국의 작가 월터 스콧의 작품에 잘 묘사되어 있고, 많은 크리스마스 이야기 선집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풍습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디킨스가 그것을 믿었고, 그가 살았던 산업 혁명과 도시 혁명의 혼란스런 시대에 ‘옛 영국’의 사회적 공평성의 전통을 재현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디킨스는 성탄절의 가치에 사회적 진보에 대한 너그러운 생각을 결합하면서 성탄절의 가치를 현대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킨스의 이러한 생각은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스크루지 영감의 조카가 하는 다음과 같은 말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도 그중의 하나지요. 그래서 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크리스마스라는 신성한 이름이나 기원에서 생기는 존경심을 떠나서 생각해보더라도―만약 그런 마음을 떠나서 생각할 수 있다고 치면 말입니다―항상 즐거운 때라고 믿어왔습니다. 친절하고 너그럽고 인자하고 유쾌해지는 때란 말씀입니다. 1년 중 남녀노소가 모두 한마음이 되고, 굳게 닫혔던 마음을 모두들 활짝 열어놓으며, 자기들보다 못 한 사람들도 결국은 다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동무라고 생각하는 때가 제 생각에는 오직 이때뿐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가 금화나 은화 한 닢 제게 준 것은 없지만 저를 즐겁게 해줬으며 앞으로도 즐겁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메리 크리스마스!”흔히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철학’이라고 부르는 디킨스의 이러한 철학은 빅토리아 시대 전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적’ 전통에 대한 향수는 하나의 모델로 작용하면서 오늘날까지 씌어진 수많은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영감을 주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의 환상적 이야기
찰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전통에 관한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크리스마스 이브는 사람들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시간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다룬 초기의 이야기들이 지니고 있는 환상적인 성격을 생각한다면 이 점은 그리 놀랄 만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 그런데 좀 창피하지만 고백해야겠다. 그 얘기들이 귀신 이야기였다는 것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장작을 태우며 벽난로 앞에 모여 유령의 출몰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안뜰 문 앞에서 환상적인 검은 사륜 마차가 항상 기다리고 있는 집”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크리스마스는 이처럼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간입니다. 디킨스와 그의 친구들은 이러한 기회에 환상적 유희를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사실 1840년부터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반드시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기를 위해 씌어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제목 아래 이 책에 모인 이야기들은 모두 크리스마스 시기에 신문에 발표된 이야기들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디킨스에 의해 대중화된 크리스마스의 전통을 참고하면서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사람을 죽이다」는 몇 가지 면에서 디킨스를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골동품 상점 주인을 살해한 후 마크하임은 어떤 기묘한 인물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는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도록 마크하임을 부추기지만, 마크하임은 이러한 또 다른 자신의 말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죄를 자백함으로써 구원을 받습니다. 우화와 비슷한 이 소설은 유혹하는 악마의 형태로 자신의 분신을 등장시키면서, 선(善)과 마찬가지로 악(惡)도 인간의 영역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인간 의식의 어둠에 대한 것과 함께 19세기 초반에 앵글로색슨식 크리스마스의 중요한 소재가 된 선물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지프 셰리던 르 파누의 「악마를 만나다」는 매혹적인 소도시 골든 프라이어스Golden Friars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악마도 받아내야 할 몫이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음울하고 유쾌하지 못한 존재입니다. 악마는 알퐁스 도데의 「음식을 탐하다」에서는 어린 성당지기의 통통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작은 성당의 신부를 유혹해 탐식의 죄를 범하도록 합니다. 도데는 크리스마스 날 밤중에 먹는 특별한 식사인 레베이용을 가톨릭의 세 번의 독송 미사와 대립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베이용은 원래 기원은 가톨릭에 있었지만 19세기 후반에 점차 세속적인 축제로 일반화되었습니다. 신자들은 자정 미사가 끝난 후 레베이용을 하고, 세속적인 이들은 극장을 갔다 온 후에 레베이용을 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더 이상 종교적인 핑계를 찾을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카미유 르모니에의 동화 「그들만의 크리스마스」는 안데르센의 비극적인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모방한 작품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노래와 먹음직스런 음식, 선물 등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은 갖기 어려운 사치품일 뿐입니다. 르모니에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부르주아적 크리스마스의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 드 모파상의 「악령에 들리다」는 하얗게 얼어붙은 벌판에 떨어진 달걀을 먹고 악령에 들린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신비주의적 경험과 정신의학적 분석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습니다.디킨스에 의해 대중화된 크리스마스의 환상적 이야기는 신성과 세속의 중간에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불안 사이에 있는 일종의 다리처럼 특권적이고 제식적인 공간입니다. 많은 작가들은 크리스마스가 오면 디킨스가 창조한 크리스마스의 ‘전통’과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가들은 그것을 현대화시켰고, 다른 작가들은 그것을 조롱하기 위해 그것으로부터 벗어났으며, 또 다른 작가들은 지역적 전통의 샘에서 소재를 얻으며 ‘옛 크리스마스’에 대한 향수 쪽으로 더욱 멀리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모든 작가들은 크리스마스의 환상적 마술, 그들의 크리스마스를 되찾거나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폴 오스터)에 나오는 작가처럼 “위선적인 값싼 감상과 입에 발린 달콤한 말의 홍수를 떠올리지 않으려” 하면서 “디킨스, 오 헨리 그리고 다른 크리스마스의 유령들과 싸우며” 올해도 밤을 지새울 것입니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의 서문에서 말했듯이 “어떤 생각의 혼령을 불러내고 싶어서” 이 이야기들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이 책이 “독자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반목하도록 만들지” 않기를, “생각의 혼령이 독자의 집에 즐겁게 깃들고, 아무도 이를 내치려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음식을 탐하다 -알퐁스 도데
악마를 만나다 -조지프 셰리던 르 파누
악령에 들리다 -기 드 모파상
사람을 죽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성냥팔이 소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카미유 르모니에
크리스마스 트리 -찰스 디킨스
옮긴이 해설 -고봉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