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문학과지성 시인선 264

채호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2년 6월 14일 | ISBN 9788932013428

사양 신46판 176x248mm · 156쪽 | 가격 9,000원

수상/추천: 김수영문학상

책소개

[시인의 말]

시는 늘 불가능을 향해 뜨거운 구애의 눈길을 던지는데, 또한 그 불가능은 ‘가능하지 않음’이 아니라 ‘가도가도 가능함에 다다르지 못함’이다. 아시다시피, 그 채워지지 않는 도정이 바로 아름다움이 솟아나오는 지점이다. 감히 그리고 수줍게 말씀드린다면, 내 시가 늘 그 도정에 있기를 나는 바랐다. 아아, 언제까지 열정이 허물을 덮을 수 있을 것인가.

2002년 6월 채호기

[뒤표지글]

내가 사는 동네 근처 연못에는 6월에서 8월까지 수련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한두 해 여름 내내 자전거를 타고 수련이 핀 연못으로 달려가 한동안 수련을 쳐다보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내 몸 안에 수련은 하얀 멍처럼 피어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나는 그 멍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수련을 시로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련(睡蓮)은 그 이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빛이 없는 밤에는 꽃잎을 닫고 자다가 낮에 빛이 있을 때 깨어나 꽃잎을 여는 꽃이다. 또한 뿌리와 줄기는 물속에 둔 채 타원형의 녹색 잎과 둥글고 여러 잎으로 된 흰(혹은 붉은) 꽃을 수면에 띄우는 아름다운 꽃이다. 수련 주위에 있는 물과 공기, 햇빛, 하늘, 수양버들, 부들 등이 모두 내 시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고 물속에 있는 작은 물고기와 물풀, 우리가 들여다볼 수 없어서 한없이 깊고 신비로운 수중 세계가 또한 내 시의 원천이 되었다. 나는 시를 쓰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몸과 언어에 대한 관심을 줄곧 시로 표현해왔는데, 수련은 형태적으로 그런 나의 관심을 촉발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시 말하면 뿌리와 줄기를 물속에(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고 꽃만 물 밖으로(보이는 곳으로) 내미는 수련은 언어를 몸으로 하고 느낌이나 생각을 그 언어로 표현하는 시와 형태적으로 동류의 것으로 내게는 받아들여졌다. 수련이 수중 세계의 신비를 알려주는 메신저라면 시는 바로 우리 몸이 부딪치며 겪는 세계를 의미화하여 알려주는 메신저이다. 나는 몸과 정신(혹은 감각과 의식)이 겹쳐지는 접점을 시로 표현할 수 있기를 열망하여왔는데, 수련 연작들을 통해서는 시와 수련(언어와 실물)이 겹쳐지는 접점을 시로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목차

시인의 말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저 투명한 슬픔 위에
물과 수련
잠자는 수련을 응시하는 물
흰 수련
어느 날 문득
저녁의 수련
수련은 커다란 거울 위에
한 여인
그대의 흰 손
너의 청춘은 푸른 물
백지의 수면 위로
수련의 육체
모네의 수련 1
모네의 수련 2
해질녘
물에로의 끌림
물방울-새
글자
겨울 연못

수련을 위한 몇몇 말들의 설치
(수련 1)
(수련 2)
물 1
연못 1
연못 2
물과 종이
수련의 비밀 1
공기의 그림자
안개 낀 새벽에
캄캄한 밤하늘에
많은 언어들이 저 물 속에 잠겨 있다
수련
겨울이 오래전에 왔다
진눈깨비
사랑은
거리에서
두 개의 눈
여름
물 2
물 3
물 4
물 5
물 6
나무
햇빛이 너무 예쁘게 핀 여름날
바다 1
바다 2
영덕, 겨울 바다
공기 1
공기 2
공기 3
공기 4
공기 5
공기 6
별과 수련
읽을 수 없는 수련의 말
수련의 비밀 2
햇빛!
여름의 비밀
어둠
빛이 있다
8월

해설·수련, 그 황홀한 물성(物性)·송상일

작가 소개

채호기 지음

시인 채호기는 1988년 『창작과비평』 여름호를 통해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지독한 사랑』 『슬픈 게이』 『밤의 공중전화』 『수련』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2002)과 현대시작품상(2007)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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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현도
    2002.06.19 오전 12:00

    먼저 인사올립니다.

    저는 대한민국 순수문학지의 산실인 문학과지성사를 사랑하며 어려운 고난의 시련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외길을 걸어오신 많은 선배님들 개인적으로 늘 존경하고 있습니다.
    모든 상업주의,이념,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요.
    그러나 바로 그러한 분들이 있었기에 이세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렵고 힘들게 태어난 수련…..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저를 아는 문예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함께 읽고 항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직하렵니다.
    언제나 변함없으신 허부장님께 감사드리고
    문지의 영원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