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이 모두 들어 있는 어린이를 위한 시 모음집
『가만히 들여다보면』에는 윤동주, 조운, 정지용, 김소월 등 민족 시인들이 동심을 노래한 동신, 식민지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시에서부터 임길택, 이상교, 정두리, 구용 등 90년대 동시인들이 아이들의 생활을 솔직하게 노래한 시까지 모두 65편의 아름다운 시가 담겨 있다. 2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원로 동시인, 중견 동시인, 현대 시인을 모두 아울러 우리 귀에 익숙한 시, 조금은 생소하지만 자꾸자꾸 읽고 싶은 시 등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시들을 모아 놓았다.
『하나 기분이 좋아』 편에는 하루뿐인 5월 5일과 364일인 어른의 날을 맞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서재환의 <5월 5일>, 이웃집 순이가 울 엄마보고 할매라고 한 것이 분해서 잠이 안 온다는 이종택의 <울 엄마보고>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시들을 모았다.
『둘 가만히 들여다보면』 편에는 나무 속에는 뿌리에서 나뭇잎까지 물을 공급하는 식수 공급차가 있다는 오규원의 <나무 속의 자동차>, 넣을 것 없던 호주머니가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로 꽉 찬다는 윤동주의 <호주머니> 등 늘 보아 오던 것이 달리 보이고, 내 마음 속이 그림처럼 보이는 때를 노래한 시들을 모았다.
『셋 보이지는 않지만』 편에는 사람들이 다 썩은 나무라고 하는 그 나무가 내 보기엔 썩지 않은 나무라는 천상병의 <나무>, 말없이 소리없이 눈 내리는 밤엔 나는 나하고 얘기하고 싶다는 강소천의 <눈 내리는 밤> 등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인 시들을 모았다.
『넷 나 너 그리고 우리』 편에는 가난한 우리 집에 하나님이 주신 축복은 바로 나라고 얘기해 주는 엄마의 따뜻함과 사랑이 묻어나는 문명래의 <보물찾기>, 돈도 없고 옷도 없고 쌀도 없을 정도로 가난한 재중이네는 가난해도 어떻게든 할머니와 살아간다는 임길택의 <재중이네를 보니> 등 조금 뒤로 물러서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바라보는 시들을 모았다.
『다섯 노래잖아!』 편에는 <초록바다>, <나뭇잎 배>, <섬집 아기>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로 불려지는 시들을 모았다.
■ 이 책을 펴 드는 낯모르는 아이들에게
여러분, 이런 말 들어 보았나요?“동심은 시심이다.” 무슨 뜻인지 아나요? 아이들 마음은 곧 시의 마음이다, 그러니까 아이들 마음은 시와 같다는 말이지요. 어른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동시를 좋아한다는 아이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상하지 않아요? 아이들 마음과 같은 동시를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니……그게 이상해서 나는 동시집을 많이 읽어 보았습니다.그리고 알았답니다. 왜 아이들이 동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정말 재미없는 동시들이 많더군요. 아이들 마음이 들어 있지 않은 동시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제야 동시라면 ‘에이―’ 하고 시큰둥해하는 아이들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실린 동시들은 제 나름대로 아이들 마음이 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골라 본 것입니다. 몇몇 친구들에게 읽혀 보았더니, “알 거 같다” “재미있다” “나랑 똑같다” “기분이 좋다” “내 인생과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잘 찾아보면,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동시들도 꽤 있답니다. 심심할 때, 여기에 실린 동시들을 한번 읽어 보세요.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고 다 읽지 않아도 좋아요. 마음에 드는 작품만 골라서 읽어도 좋아요. 뒤에서부터 읽어도 좋고, 왔다갔다 읽어도 좋아요. 읽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덮어 두어도 좋아요. 그렇지만,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답답한 마음이 풀리거나, 조금 슬퍼지거나, 까르륵 웃고 싶어지거나, 아니면 마음 속에 그림이 떠오르거나, 하여튼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 보세요. 가만가만 소리내어 읽어 보세요. 제목을 한 번 더 읽어 보세요. 천천히 다시 읽어 보세요. 그리고 예쁜 종이에 또박또박 옮겨 적어 좋아하는 친구에게 건네 주세요. 친구랑 같이 한 구절씩 나눠서 읽어 보고 외워도 보세요. 그런 다음에 한번 생각해 보세요. 동시란 정말 재미없는 것인지, 어려운 것인지, 쓰기도 싫고 읽기도 싫은 것인지 말이에요. 자, 조용히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자기 맘 속에 들어 있는 동시가 보이나요, 들리나요, 느껴지나요?
_최윤정
이 책을 펴 드는 낯모르는 아이들에게
하나 기분이 좋아
5월 5일 서재환
전자 계산기 김현
라면 김현
반장 되던 날 이상교
눈물 이상교
엄마의 회초리 구용
이상한 아빠 이문구
이럴 땐 임길택
울 엄마보고 이종택
고개 숙이고 오니까 권태응
만돌이 윤동주
벌을 쓴다 어효선
둘 가만히 들여다보면
방 오규원
나무 속의 자동차 오규원
빗방울 권오삼
까불이 눈 문명래
눈 윤동주
개아미 김소월
탱자나무 꽃 최승렬
채송화 조운
저녁때 피천득
바위 이종택
개구리 한하운
호주머니 윤동주
재밌는 집 이름 권태응
셋 보이지는 않지만
나무 천상병
눈 감고 간다 윤동주
내일은 없다 윤동주
눈사람 문명래
내가 쓴 글자 문명래
울고 싶은 아이 문명래
눈 내리는 밤 강소천
마주 보는 각은 같다 최향
보이지 않는 손 신현득
호수 1 정지용
석류 조운
풀 김수영
개살구 정두리
넷 기분이 좋아
우리 집 아빠 엄마 문명래
보물찾기 문명래
엄마 손 약국 최향
우리 엄마 임길택
엄마를 기다리며 김용녀
거미 백석
란이의 소원 구용
떡 가루 설탕 가루 문명래
알고만 싶어요 권태응
재중이네를 보니 임길택
저녁 한때 임길택
은수저 김광균
문둥이 서정주
키 작은 아이 노여심
지도 놀이 고은 다섯 노래잖아!
어린 음악대 김성도
초록 바다 박경종
구슬비 권오순
앉은뱅이꽃 원치호
할미꽃 박목월
나뭇잎 이원수
고드름 유지영
나뭇잎 배 박홍근
퐁당퐁당 윤석중
옹달샘 윤석중
오빠 생각 최순애
섬집 아기 한인현
엮고 나서 “시, 그 아름다운 말들의 회복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