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도움말]
지금의 올림픽 게임은 전세계인이 참여하는 성대한 스포츠 잔치라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그 올림픽의 기원이 고대 그리스에 있다는 것도 다 아시죠? 물론 고대 그리스 시대에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제우스의 자손들, 즉 헬레니즘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민족들뿐이었죠. 로마는 약간 계통이 다르지만 종교 체계에 있어서나 국가 이념에 있어서 고대 그리스의 조카뻘 되는 사람들이라 그들도 올림픽에 참가했었나봐요. 로마가 골Gaule 지방까지 세력을 확장했으니 골 지방 역시 로마의 일부잖아요? 그렇다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그건 이 책의 내용에서 확인하셨을거예예요. 어쨌든 아스테릭스의 이번 모험은 바로 ‘올림픽’이라는 고대 유럽인 최대의 축제를 무대로 펼쳐집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올림픽 게임은 매우 신성한 것이었어요. 물론 지금의 우리도 올림픽이라고 하면 열심히 훈련을 한 운동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히 경쟁하는 순수한 마당으로 생각하죠. 또 세계인이 시기와 미움을 훌훌 털고 만나는 평화의 제전이라는 생각도 하구요. 그것들이 모두 고대 올림픽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아마 올림픽 게임에 대해 신성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치자면 우리가 옛날 사람들을 따라가기가 힘들 것 같아요. 에게 해 연안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일삼던 도시 국가 사람들이 전쟁을 집어치우고 모두 모여 제우스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축제 마당이 바로 올림픽 제전이었던 거죠. 사실 올림픽이 열리는 올림피아는 그리스 사람들이 가장 경배하는 신전인 ‘헤라의 신전’을 비롯한 수많은 유적들이 있는 곳, 그리스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라고나 할까요? 얼마나 신성한 축제였으며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선수들이 신이 주신 선물인 훌륭한 몸 하나만으로 경기를 했겠어요! 그러니까 그리스 사람들의 다른 많은 행사처럼 이 제전 역시 종교적인 행사의 일부였죠. 그들은 요즘처럼 4년마다 한 번씩 올림피아 언덕의 ‘알티스’ 즉 ‘신성한 제우스의 숲’에 모여 신성한 경기를 했습니다. 8월 6일부터 9월 19일까지 축제를 벌였다고 하네요. 이 기간 동안 그리스 세계의 ‘표준시’가 조정될 만큼 이 축제는 그리스인 모두가 공유하는 축제였죠. 기원전 472년에 개최되었던 제77회 올림픽까지 모든 경기는 단 하루에 행해졌습니다. 그러니까 나머지 날들은 전부 신에 대한 제삿날인 셈이죠. 그 이후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죠. 4일 간에 걸쳐서 행해졌고, 5일째 되는 날의 폐막식에서 우승자들에 대한 시상과 향연이 베풀어졌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여성은 참가할 수도 관람할 수도 없었다는 거죠. 또 관람도 테메테르의 성직자들 이외에는 할 수 없었구요. 선수들은 월계관 하나를 받는 것으로 족했지만 귀국하면 많은 영예와 물질적 보상이 뒤따랐다고 해요.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이었지만 사실은 엄격하게 훈련된 진짜 운동 선수들이나 마찬가지였죠. 그리스 시대에는 ‘이상과 균형’을 중요시했잖아요? 그러한 이념이 가장 직접적으로, 또 이상적으로 구현된 것을 인간의 육체로 생각했기 때문에 근육과 체격의 아름다움을 빚어내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고, 올림픽 경기는 말하자면 그러한 이념이 현실로 펼쳐지는 중요한 자리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운동 선수들에게 많은 영광과 부가 몰리는 걸 당연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로마 시대가 되면서 올림픽의 의미가 약간 달라집니다. 보통 ‘그리스 시대에는 경기자들을 위해 경기가 열렸고 로마 시대에는 대중을 위해 경기가 열렸다’고들 하지요. 실용적인 성품의 로마 사람들은 올림픽을 통해 헤라의 후예 모두가 즐거운 기분이 들도록 하는 걸 우선 생각했던 거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초기 올림픽의 순수성 같은 것은 조금 약해지지 않았겠어요? 우리의 아스테릭스 전사들이 참가한 올림픽은 바로 그 시기의 올림픽입니다. 이 시기에는, 선수들도 올림픽을 통해 명예와 부를 얻을 수 있으니 훈련 중의 고통을 참고 나중에 성공적인 로마 시민, 그리스 시민이 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격이 되었고, 또 참가국들도 올림픽을 대중적인 지지를 모으는 장으로 이용하게 되었으니 어떤 면에서는 요즘의 올림픽과 비슷해졌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이 책에는 그러한 고대 올림픽의 정황이 그럴듯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현대적인 삶의 그림자들을 은근슬쩍 집어넣는 것이 아스테릭스를 보는 재미 중의 하나인데, 이번 이야기 역시 그렇습니다. 응원하러 온 골족 사람들을 통해 마치 촌스러운 관광객들이 호들갑스럽게 올림피아를 관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죠. 아스테릭스가 씌어진 60년대는 전후에 붐을 이룬 관광 산업이 점점 기업화되면서, 가치 있는 역사 유적들을 의미 있게 돌아보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재미삼아 우루루 몰려다니는 단체 관광이 주를 이루게 되었는데, 아스테릭스는 은근히 그런 상황을 꼬집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엉터리 관광’인 셈이죠.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엉터리가 아닙니다. 올림픽에 참가한 아스테릭스의 활약이 펼쳐지는 배경인 올림피아의 중요한 유적들은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그려졌으니까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장면 하나하나가 고대 그리스 유적에 대한, 그리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참고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그려졌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이번 모험에서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마술 물약’입니다. 올림픽에서도 마술 물약을 사용 할 수 있다면 아스테릭스를 비롯한 골족 선수들이 우승할 게 뻔합니다. 물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나가 마라톤 종목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았던 것처럼, 로마의 깃발 아래에서의 우승이었겠지만요. 그런데 올림픽에서는 ‘약물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니 어떻게 한다? 오벨릭스는 어려서 물약 솥단지에 빠졌던 적이 있으니 아예 참가 자격이 없구요. 아스테릭스는 마술 물약을 먹지않은 상태라면 피나게 훈련한 그리스 로마 선수들을 이기기가 힘들 테구요. 마술 물약을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잖아요. 아마 올림픽 에피소드에서 지은이가 가장 고민한 것도 그러한 설정일 겁니다. 결론은 어떻게 되냐구요? 간단하죠. 반대로 다른 선수들에게 마술 물약을 먹이는 길밖에는 없죠 뭐. 이번에는 마술 물약이 아니라 순수하게 아스테릭스의 꾀가 골족 사람들에게 승리를 안겨다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