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 모든 것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사람들은 우리의 진실한 역사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셀린
『치즈와 구더기』는 이 책의 출판에 앞서 이미 프린스턴 대학 데이비스 역사연구소에서 1973년 가을 ‘민중 종교’를 주제로 개최하였던 한 세미나에서, 그리고 계속해서 볼로냐 대학에서 필자가 참여한 한 세미나에서도 논의되었다. 필자는 데이비스 역사연구소의 소장 로렌스 스턴에게 감사하며 아울러 이 책이 완성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여러분, 특히 피에로 캄포레지, 제이 돌란, 존 엘리엇, 펠릭스 길버트, 로버트 머셈블리드, 오타비아 니콜리, 짐 오벨케비치, 아드리아노 프로스페리, 라이오넬 로스크루그, 제리 셰이글, 아일린 요, 스테픈 요, 그리고 볼로냐 대학에 재학 중인 나의 제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그밖에 우디네 대주교청의 도서관장 굴리엘모 비아수티 경, 알도 콜론넬로 선생님, 몬테레알레 발첼리나 자치 도시의 안젤로 마르틴, 그리고 이 책에 인용된 여러 기록 보관소와 도서관의 직원들께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이 책의 출판에 관여한 모든 분들께 이 기회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975년 9월 볼로냐에서, 카를로 진즈부르그
[표지글]
진즈부르그가 메노키오를 통해서 추적하려 한 것은 그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진즈부르그는 메노키오가 읽은 문헌의 목록을 살펴봄과 동시에 그 당시 그에게 영향을 끼쳤을 여러 종파와의 관계를 분석한다. 그러나 메노키오는 그 당시 상당한 영향력을 주었을 마르틴 루터의 사고를 그대로 수용한 것도 아니며, 그가 읽은 책들이 자신을 심문한 재판관과 똑같았을지라도 나름대로 독특하게 해석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진즈부르그는, 메노키오의 독자적 사고 방식은 지금까지의 역사학이 소홀히 여겨온 민중 문화의 전통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메노키오의 이단적 사고와 독창성은 개인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 같은 사고를 가능하게 한 지속적이고 심층 구조적인 민중 문화가 뒷받침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진즈부르그가 메노키오의 재판 기록에서 찾아낸 것은 사료상의 진실 여부가 아니라, 사료의 담론 속에 억압된 민중 문화이다.
한국어판 서문: 카를로 진즈부르그와 마렉 탐의 대담
이탈리아어판 서문
옮긴이 서문
1. 메노키오
2. 촌락
3. 최초의 심문
4. “악마에 홀렸을까?”
5. 메노키오, 콘코르디아에서 포르토그루아로로 이송되다
6. 권력자들에게 일침을
7. 고색창연한 사회
8.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합니다
9. 루터파와 재침례파
10. 방앗간 주인, 화가, 광대
11. 이 모든 것은 저의 생각입니다
12. 서적
13. 마을의 독자들
14. 인쇄본들과 ‘환상적 견해’
15. 막다른 골목?
16. 처녀들의 신전
17. 마리아의 장례식
18. 그리스도의 아버지
19. 최후의 심판일
20. 『맨더빌의 기사』
21. 피그미와 식인종
22. 자연의 하느님
23. 세 개의 반지
24. 기록 문화와 구전 문화
25. 혼돈
26. 대화
27. 신화적 치즈와 현실의 치즈
28. 지식의 독점
29. 『성서의 약술기』의 용어
30. 비유의 기능
31. 주인, 관리인, 일꾼
32. 하나의 가설
33. 농민 종교
34. 영혼
35. “모르겠습니다”
36. 2개의 영, 7개의 영혼, 4개의 원소
37. 사상의 궤도
38. 모순들
39. 천국
40. 새로운 ‘삶의 방식’
41. 사제 죽이기
42. 새로운 세계
43. 심문의 종식
44. 재판관들에게 보내는 편지
45. 수사학적인 표현 방식
46. 첫 판결
47. 감옥
48. 마을로의 귀환
49. 고발
50. 한 유대인과의 심야 대화
51. 두번째 재판
52. 공상
53. 허영과 꿈
54. 전지전능하시고 성스러우신 하느님
55. 15년 전에 죽었더라면
56. 두번째 판결
57. 고문
58. 루카의 촌부 스콜리오
59. 순례자 바로니
60. 두 명의 방앗간 주인
61. 지배 계층의 문화와 피지배 계층의 문화
62. 로마에서 온 편지
옮긴이 후기
나는 카를로 진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가 번역되어 나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이다.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면 목숨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세의 방앗간 주인의 삶의 궤적이 우리가 흔히 망각하고 지내는 원형질적인 인간성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러므로 프리울리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의 말과 생각을 추적하는 과정은 미망 속에 가리워지고 잊혀진 인간의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옛 이야기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중세의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거리낌없이 말하는 인간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인물로 간주되었듯이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위험한 미혹의 가시울타리 속에 살아가기는 마찬가지이다. 위험한 미망에 휩싸인 인간사의 실상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저자가 책의 서두에 인용한 프랑스의 작가 셀린느의 말에 그대로 함축되어 있다.
Tout ce qui est interessant se passe dans l’ombre… On ne sait rien de la veritable historie des hommes. – Celine
(모든 흥미로운 것은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인간들의 진실한 역사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른다.)
추신: 셀린느의 이 말은 그의 대표작인 ‘밤끝으로의 여행’에 나오는 일구입니다. 이 인용구의 번역에 약간의 잘못이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