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행성 가운데 살아 있는 단 하나의 행성, 지구 ……
그 멋진 푸른 행성은 어떻게 생명을 이어 온 것일까?
『우리는 지구』는 지구가 자신을 ‘우리’로 지칭하며 자신의 입장에서 지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태양계 안에 있는 아홉 개의 행성 가운데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행성은 오직 지구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태양으로부터 똑같은 빛과 열기를 받으면서 어떻게 지구만 생명을 이어 올 수 있었을까? 저자는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가이아(Gaia) 이론’(지구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 작용하는 생물체로 바라보며 지구가 생명을 이어 온 이야기를 유려하게 들려 주고 있다.
■ 줄거리
태양계 안에 있는 아홉 개의 행성.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이 행성들은 천천히 쉬지 않고 원을 그리며 온기와 빛의 원천인 태양의 주변을 돕니다. 이 아홉 개의 행성 가운데 태양으로부터 가까우면서도 충분한 거리로 떨어져 있어 생명이 존재할 수도 있는 세 개의 행성…… 금성, 지구, 화성. 수분이 있기는 하지만 메마른 불모의 나라 화성, 숨쉬기에 적당한 공기가 없는 금성. 이 두 행성은 죽어 있는 셈입니다. 오직 우리 지구만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행성인 것입니다. 태양으로부터 똑같은 빛과 열기를 받으면서 어떻게 우리 지구만 생명을 이어 올 수 있었을까요?
우리 지구는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신을 살펴 왔습니다. 얼음이 온 세상을 꽁꽁 얼린 빙하의 세월에도, 그 얼음이 녹아 없어지는 시기에도 대양의 물의 양은 항상 변함이 없었습니다. 또 우리 지구의 대기는 한 가지 성분이 아닌 여러 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들, 즉 식물들과 동물들은 대기의 이 성분은 저 성분으로, 저 성분은 이 성분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 지구는 스스로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보살피는 것이지요. 너무 덥지는 않은지…… 너무 춥지는 않은지…… 숨쉬기에 적합한 대기는 충분히 있는지…… 이런 것들을 세심히 살피면서 말예요. 점검을 하고, 균형을 유지하고, 변화를 이루어 나가면서 우리 지구가 조화롭게 모든 생명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보살핍니다.
거대한 숲은 우리 지구의 피부이며, 강과 대양은 피, 대기는 허파, 강하고 견고한 바위는 뼈이지요. 우리 몸 어느 한 부분을 아프게 하는 것은 몸 전체를 아프게 하는 것이며,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은 전체에게 도움이 됩니다. 살아 있는 우리 지구는 하나의 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죠. 우리 지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을 살아 오면서 화산 폭발, 지진 등 수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지구는 어떤 종류의 변화든 견디어 나가는 방법을 배우며 삶을 계속해 왔습니다. 이렇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지구의 끊임없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티라노사우루스, 브론토사우루스 등 생명의 역사가 종말을 고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하지만 누군가의 상실은 누군가에겐 소득이 되기도 합니다. 거대한 공룡이 사라진 세계는 다른 생명체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공간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지구의 여러 생명체 가운데 자신들이 다른 종류의 생명체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생명체가 있었는데 그것은 인간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지구를 이해하려 애를 썼지만, 결국엔 자연을 이용해 여러 가지 유용한 것들을 만들어 내고, 마을과 도시를 이루어 살면서 우리 지구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아주 잊게 되었습니다. 인간들은 자신의 말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지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주 속으로 여행을 떠나 우리 지구의 모습이 어떤지, 다른 우주의 구성원들에게 우리 지구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게 되었어요. 물로 덮인 행성, 푸른색과 황금빛으로 덮인, 하얀 구름으로 수놓아진,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행성임을. 그리고 또 알게 되었어요. 우리 지구가 하나임을, 우리 지구와 인간이 하나임을.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우리 지구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우리 지구가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지, 결코 손상되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부분이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지요. 사람들은 더 빠르게 변화하기에 이르렀어요. 급기야는 생명이 존재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이제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모아 온 모든 지식과 기술을 가능한 한 현명하게 사용할 때가 온 것입니다. 우리 지구에게 상처를 준 그 힘이 지구를 치료하는 과업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죠. 과업은 힘든 것일 수도 있지만 희망은 여전히 있습니다. 우리 지구의 일부인 어린아이들에게 바다를 사랑하도록, 꽃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도록 가르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지구의 일부이니까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우리 지구와 하나임을 다시금 알게 되었지요.
지구라는 행성. 아홉 개의 행성 가운데 살아 있는 단 하나의 행성. 그 멋진 푸른 행성은 지금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답니다. 생명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
■ 옮기고 나서
얼마 전 천혜의 보고인 동강이 그 곳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온갖 오염 물질로 뒤덮이게 되었다는 보도를 접한 일이 있습니다. 또한 여름 휴양지들이 쓰레기 더미 때문에 말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도 끊이지 않고 들리는군요. 우리의 자연 환경을 우리가 아끼고 보호하자는 구호가 그치지 않고 들리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인색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름다운 산과 강, 바닷가에다 쓰레기를 버리고 올 수 있겠습니까. 아니, 굳이 자연보호라는 구호가 없더라도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자신이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닐까요. 인간들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거나 멸종 위기의 동식물이 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 지구의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거나 각 지역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어디 어제 오늘 들리던 것이겠습니까. 심지어 ‘하나뿐인 지구’를 아끼고 보호하자는 말도 이제 너무 들어 식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자연 환경이나 생활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군요. 무엇 때문일까요? 아마도 자신이 만들어 낸 쓰레기 하나 제대로 치우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가짐 때문이 아닐까요. 사소하고 작다고 느껴지는 일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의 ‘하나뿐인 지구’가 온전하겠습니까. 무겁고 어두운 마음은 비단 저만의 것일까요. 사람들에게 ‘하나뿐인 지구’의 소중함을 새롭게 일깨울 방법은 없을까요.
바로 이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때 저는 우연히 캐서린 스콜즈의 『우리는 지구We the Earth』라는 책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구가 자신을 ‘우리’로 지칭하며 자신의 입장에서 지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형태의 책이지요. 종래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를 되풀이하기보다는 새롭고 참신한 시각에서 지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아름답게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 이 책은 저에게 ‘하나뿐인 지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바로 이 책이라면 우리 어린이들에게 지구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말로 옮겼습니다.
책의 제목을 원문 그대로 옮겨 ‘우리 지구’로 할까 하다가 이렇게 옮기는 경우 제목을 ‘우리의 지구’로 잘못 이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그래서 ‘나 지구’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본문에 지구가 자신을 자주 ‘우리’로 지칭하고 있는데, 이를 ‘나’로 바꾸면 글의 분위기가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랜 궁리 끝에 여러 분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우리는 지구’를 제목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어린이 여러분에게 ‘하나뿐인 지구’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자연 환경 및 생활 환경에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뿐인 지구 어느 한 지점에서
2001년 10월 장경렬
우리는 지구
옮기고 나서|장경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