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 깊이 읽기
분야 우리 문학 깊이 읽기
[작품 소개]
이 책은 [우리 문학 깊이 읽기] 총서로 열한번째 엮은 것으로,대담과 김주연의 자전 에세이, 소설가 김주영씨가 쓴 인물론, 김주연 비평의 전모를 고찰하거나 그 궤적의 각 단계를 점검한 평문들, 그리고 동료,후배 들의 인물 소묘, 김주연의 숨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엮으며]
김주연의 언어는 예리하다. 그가 일찍이 자신의 책에 칼 크롤로브의 말을 따와 『나의 칼은 나의 작품』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예리한 칼이 번뜩일 때 한국 문학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병을 발견한다. 당장은 그 예리함이 아픔을 가져다주지만 그 아픔은 사실 살아 있음의 징표이다. 그 예리함과 그 아픔은 병이 고황에 든 뒤에는 불가능해질 치유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김주연의 자세는 단호하다. 그는 시류와의 타협을 모르는 경골(硬骨)이다. 시류가 자신의 발언을 어떻게 오해하고 어떻게 비난할지 훤히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에 대한 충실함을 유일한 원칙으로 하여 그는 단호하게 발언한다. 그는 전략에 대해서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전략이라는 것이 타협을 포장하는 데에 사용되는 명분이기 일쑤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주연의 예리한 언어와 단호한 자세는 아집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대상에 대해서는 그 대상의 긍정적 측면과 잠재적 가능성을 부드러운 호명으로 불러낼 줄 알고, 자신에 대해서는 치열하고도 섬세한 반성을 부단히 수행할 줄 아는 것이다. 신앙인으로서의 그가 “하나님을 열심히 믿고, 교만하지 않은 가운데, 살아나가는 것이 그의 뜻이리라는 판단은, 마치 자기 자신이 그런 열심과 겸손을 갖추고 있다는 부지불식간의 교만에 의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곤 했던 것 같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라. 김주연의 예리함과 단호함은 고도의 주관성에서 나온다. 객관성이라는 이름의 형식주의를 넘어서서 높은 수준에서 자아를 세우는 일. 그 고도의 주관성이야말로 김주연이 추구해온 ‘정신’의 한 구체적 모습일 것이다. 그것을 근거로 김주연은 시류에 맞서 부단히 이의를 제기해왔고 그 이의 제기를 통해 한국 문학의 현장에서 언제나 비판적 파수꾼으로서의 소임을 수행해왔다. 1966년 「카프카 시론」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래 햇수로 36년에 달하는 오랜 시간 동안 김주연은 그 소임을 게을리한 적이 한시도 없다. 놀라운 일이고 한국 문학을 위해 다행스런 일이다.
이 책은 대담과 김주연의 자전 에세이, 소설가 김주영씨가 쓴 인물론, 김주연 비평의 전모를 고찰하거나 그 궤적의 각 단계를 점검한 평문들, 그리고 동료,후배 들의 인물 소묘, 김주연의 숨은 글들로 이루어진다. 이 책을 엮으며 나는 김주연 비평의 일이관지(一以貫之)와 때로는 유연하고 섬세하며 때로는 급격하고 거친 변화가 어떻게 공존해왔는가를 다시금 실감했고, 그 실감 속에서 지난 30여 년 간의 한국 문학의 흐름을 새롭게 되짚어보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이 실감과 경험을 이 책의 독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다면 엮은이로서 더없이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2001년 7월
성민엽
[차례]
책을 엮으며
제1부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
대담 총체적 성찰로서의 정신(김주연 / 성민엽)
자전 에세이문학, 그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김주연)
내가 본 김주연예리함과 온화함의 조화(김주영)
제2부 보편성을 향해 움직이는 정신
김주연론 시적 자아에서 초월까지(진형준)
논쟁적 사랑: 방법적 이원론의 세계(정과리)
보편성을 향해 움직이는 정신(성민엽)
비평의 정신주의(송희복)
김주연, 정신, 초월 그리고 잃어버린 신의 묵시를 찾아(남송우)
신앙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심미적 비평(유성호)
김주연 비평 이론의 전개 과정(김태환)
김주연 비평의 궤적사회와 역사에의 인식(이재선)
문학사 인식의 다양성과 깊이(송희복)
시대와 시의 딜레마(김병익)
김주연의 시민적 전망과 인문주의 정신(성민엽)
현상학적 인식의 출발(이경수)
총체성과 보편성을 향한 자기 확대(성민엽)
문학과 초월(권오룡)
비평가의 정신사와 독자적 개성(최동호)
균형잡힌 문학적 사유의 흔적(남진우)
세기말을 넘어서는 성찰의 언어(성민엽)
세기말 작가들과 어울리게 된 60년대 비평가의 작품 읽기(박은경)
성(聖)과 속(俗): 세기말에 다시 던져보는 질문(김영옥)
타락한 문명과 문학적 초월(김병익)
신성(神聖)에 이르는 길(하응백)
영성에 이르는 문학(구모룡)
초월성을 바라보는 감동의 비평(오생근)
욕망의 정화를 위한 비평적 성찰(우찬제)
제3부 김주연을 찾아서
김주연과 나신사(紳士) 김주연(황동규)
마른 장작에서 숯불이 되기까지(김원일)
땀냄새를 물씬 풍기는 사람(김수용)
40년 묵은 기억의 앨범(김화영)
부드럽고, 따뜻하고, 넉넉한(오생근)
김주연 소묘(박라연)
문지의 작은 거인 김주연(이승하)
푸른 언덕에서 만난 선생님(신혜양)
*숨어 있던 글들
누가 하나님의 뜻을 알랴
낭만주의와 그 극복
지식인의 슬픔
자술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