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모의 기상천외한 중학교 적응 훈련이 시작됐다!
아무도 못 말리는 까모! 더 못 말리는 마르주렐 선생님!
이제 이들이 ‘세기의 아이디어’ 대결을 벌인다.
초등학교 졸업반인 까모와 나. 너무나 예쁘고 상냥한 마도 마지 누나가 실연을 당한 게 이해가 안 간다. 어른들의 ‘중학교에 가면……’ 하는 중학교 타령도. 결국 자상한 담임 마르주렐 선생님으로부터 혹독한 중학교 적응 훈련을 받으면서 까모네 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서로의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한다. 이 유대감이야말로 교실을 생동감 있는 성장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다. 또 자신의 이상형이 어떤 남자인지 몰랐던 한 여자(마도 마지 누나)와, 모든 여자가 자신의 이상형인 줄 알았던 한 남자(마르주렐 선생님)를 마주하게 하는 사랑 이야기는 다니엘 페나크의 번뜩이는 재치를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게 한다.
■ 줄거리
까모와 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사랑하는 마도 마지 누나가 실연을 당해 괴로워하는 데다가 어른들은 모두 ‘중학교에 가면……’ 하면서 중학교 타령만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중학교에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건지 까모와 반 친구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오직 한 사람, 자상한 마르주렐 선생님만이 중학교 얘기를 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오히려 중학교 얘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궁리 끝에 까모는 선생님께 중학교 선생님들의 역할을 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기는 광대가 아니라며 단번에 거절한다.
이제 걱정은 다시 마도 마지 누나. 엄마 아빠도 누나의 장래 문제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이기만 하면 마도 마지 누나에게 누구를 소개시켜 주면 좋을지 아는 사람들을 떠올리기 바쁘다. 나는 누나에게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이 또한 이해가 안 된다. 누나의 직업은 다른 부부의 싸움을 해결해 주는 부부 상담사가 아닌가. 게다가 누나는 얼마나 예쁘고 발랄한가! 그러던 어느 날 밤 까모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바로 마도 마지 누나에게 이상형의 남자를 찾아 줄 세기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이다. 누나의 웃음, 젊음, 상냥함, 발랄함을 적어 지구상의 모든 신문에 광고를 내자는 것. 어느 수학 시간, 까모와 나는 수많은 문구를 지어 본 끝에 누나의 진짜 모습, 다이아몬드 같은 순수함을 단 네 줄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비극은 그 순간에 일어났다. 누나의 특징을 적은 종이를 마르주렐 선생님께 뺐긴 것이다. 종이를 달라고 애원했지만 선생님은 끝내 그 종이를 돌려 주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 될 건 없다. 이미 까모의 머릿속엔 이미 그 문구들이 살아 있었으니까.
다음 날 첫 수업 시간. 마르주렐 선생님이 변했다. 그렇게 싫다고만 하던 중학교 적응 훈련을 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까모와 친구들은 그렇게 바라던 중학교 적응 훈련을 받게 됐으니 신이 날 수밖에. 하지만 선생님의 갑작스런 변화에 아이들은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선생님은 까모와 친구들에게 마르주렐 선생으로서 작별 인사를 한다.
이제 마르주렐 선생님은 온데간데없고 다른 선생님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변신은 프랑스 어 선생님 ‘크라스탱’. 매서운 눈빛에 쉰 목소리, 뾰족한 코, 피곤한 표정…… 아이들 눈앞에 있는 건 분명 마르주렐 선생님이지만 마르주렐이 아니기도 했다. 두 번째 변신은 긴 팔을 흔드는 게 특징인 영어 선생님 ‘사이먼’. 세 번째 변신은 그나마 마르주렐과 가장 닮은 수학 선생님 ‘아렌’. 뿐만 아니라 수다쟁이 역사 선생님 ‘비른느롤’, 생물 선생님 ‘피파르’, 체육 선생님 ‘라르케’. 도대체 선생님의 변신은 어디까지 가능한 거지? 게다가 선생님의 변신은 완벽하기까지 하다. 까모네 반 아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수은 방울처럼 여러 모습으로 변하는 선생님을 보고 예전의 마르주렐 선생님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선생님 집까지 미행하기, 전화해 보기…… 하지만 이런 것도 아무 소용 없다. 선생님은 여전히 철저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꼬맹이 말로센느가 중학생인 자기 형 제레미가 생각해 낸 선생님을 되찾을 아이디어를 얘기한다. 그건 바로 ‘학교 발전 위원회’를 여는 것. 중학교 선생님들은 한자리에 모여 어떤 문제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를 얘기하는데 한 학기에 한 번씩은 학생들의 잘못을 혼내 주기 위해서 모인다는 것. 그럼 모든 마르주렐 선생님들이 같은 장소에 모이니까 선생님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 까모와 내가 반 대표로 나가기로 했다. 드디어 회의가 시작됐다. 까모는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 선생님들 아니었으면 중학교가 어떤 곳인지 체험하지 못했을 거라면서…… 까모는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면서 자기네 반 아이들은 예전의 마르주렐 선생님을 다시 찾고 싶다면서 얘기를 마무리지었다. 교장 선생님은 선생님들과 회의한 후 내일 아침에 알려 주기로 했다. 그 날 밤, 까모와 나는 잠도 자지 않고 전화로 서로를 격려했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마르주렐 선생님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예전의 너무 자상한 마르주렐 선생님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처럼 젊은 남자, 선생님처럼 교사인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남자는 어느 날 수학 시간에 빼앗은 쪽지 한 장 때문에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그 쪽지에 적힌 단 네 줄의 문구에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줄곧 찾고 있었던 한 여인이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당장 그 여자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 여자는 자신의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 뿐더러 얼마 전 자신의 꿈과 남자 때문에 괴로움을 겪었다며 그 남자를 거절한다. 그 남자는 고심 끝에 그렇다면 자기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인간형들을 연기해 보기로 한다. 그러면 그 여자는 그 중에서 자기가 꿈꿔 온 사람을,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고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기까지 20억 명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 하리라고 마음먹는다. 그 남자가 바로 마르주렐 선생님. 선생님은 중학교 적응 훈련을 시켜 달라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여러 명의 선생님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한 마르주렐 앞에서 마도 마지 누나도 마음을 열 수밖에…… 그리고 마르주렐 선생님도 다시 예전의 너그러운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 옮기고 나서
못 말리는 까모가 우리 앞에 또 나타났다. 초등학교 졸업반인 까모는 잔뜩 화가 나 있다. 사랑하는 마도 마지 누나가 실연을 당한 것만도 안타까워 죽겠는데, 어른들은 계속 중학교 타령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라는 건, 어른들이 무엇이건 금지하고 싶을 때 내놓는 협박의 도구이다. 까모가 그걸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는 없다. 중학교라는 게 대체 어떤 덴지 한번 맛을 봐야겠다고 덤벼든다. 기상천외한 중학교 적응 훈련은 이렇게 하여 시작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도 넘게 계속된 그 소동이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나의 두 아이도 이러쿵저러쿵 학교에 대한 불만이 많다. 교장 선생님의 한없이 긴 연설, 스타킹에 구멍을 내는 거친 나무 의자, 찌개인지 국인지 모를 맹맹한 급식…… 그러나 ‘학교에 안 간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엄마의 불안이 무색하게, 두 녀석은 다음 날 아침이면 또다시 부지런히 학교로 달려간다. 지겹다고 하면서도 학교엔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가는 걸까? 학교에 꿀단지라도 숨겨 놨나?
그 해답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은 학교에 ‘까모’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어느 반이건, 쉴새없이 ‘세기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까모’가 적어도 한 명씩은 있는 법이니까. 까모는 한나절의 웃음거리로 끝나고 말 장난을 칠 때도 있지만, 때론 엄청난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까모와 그 일당 때문에 학교는 천국이 되었다가 지옥이 되었다가 한다. 그들 덕분에 밍밍한 곰국 같은 학교는 매콤 달콤 새콤한 초고추장처럼 맛깔스런 공간으로 변한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도 당연히 그런 애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아이는 얼굴이나 이름은 가물가물하면서도, 그 애의 생일이 8월 8일이었던 것만은 생각난다. 선생님께서 “넌 생일까지도 팔팔하구나” 하셨던 말씀이 너무도 그럴 듯하게 들렸던 기억 때문이다.
천방지축인 아이들에게 선생님까지 장단을 맞춰 줄 땐, 정말로 못 말리는 ‘까모네 교실’이 생겨난다. 교실 밖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 언제나 시끌벅적한 곳. 그 무질서한 교실이 무너지지 않고 있는 건, 그 바탕에 사랑과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존중해 주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진심으로 걱정해 준다. 그들 사이의 끈질긴 유대감이야말로, 교실을 생동감 있는 성장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다.
작가 다니엘 페나크는 진짜로 궁금한 수수께끼 하나를 선물로 던져 준다. 마도 마지를 완벽하게 묘사한 그 서른 개의 낱말들이란 과연 어떤 것들일까? 우리도 이 책을 덮으면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자.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그려 보자. 20억 명 중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어떤 여자나 남자의 모습을, 더도 덜도 아닌 꼭 서른 개의 단어로 표현해 보자. 누가 아는가. 사랑이 가득 담긴 그 마법의 문구가, 이 밋밋한 현실을 수수께끼로 가득 찬 이상야릇한 세계로 바꾸어 줄지……
2001년 9월 조현실
[차례]
마도 마지 누나
우리 사부님
작은 광고, 큰 걱정
한번 해 볼까?
사이먼 선생님과 그 일당
수은 방울처럼 괴상해
너무 걱정스러워
세기의 아이디어
괴무부 장관 까모
옮기고 나서
다니엘 페나크와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