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이왕주는 이 책에서 우리를 구속하는 선입견과 굴레로부터 벗어나 자연스러운 삶의 이치를 따르자고 제안한다. 몸의 감각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찬찬히 음미하는 삶의 태도를 지닐 때, 우리는 우리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있고 익숙한 일상을 축제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미 {소설 속의 철학}(김영민과 공저, 문학과지성사,1997)을 통해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가로지르는 거침없는 글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이 책에서도 그의 전언은 단숨에 읽히는 시원한 문장을 통해 읽는 이의 가슴에 바로 꽂힌다.
〔책머리에〕
인정한다. 이 책에서 나는 저자로서 겸손하지 못했다. 이것은 전략도 술책도 아니다. 그저 풀어놓아야 할 이야기들로 황망하여 예를 갖출 말미를 놓쳤던 것뿐이다. 이것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은 그냥 책장을 덮어라. 도전이 나의 특권인 것처럼 묵살은 당신의 특권일 테니까. 그러나 기억해두라. 삶과 죽음은 멀리 있고 이득과 손실은 가까이 있어 보이지만 이런 원근법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책의 모태가 되는 것은 매일신문에 일 년 가까이 연재되었던 철학 에세이이다. 나는 그때 그 글쓰기를 인문 좌파로 자처하는 내 철학의 관점을 세상에 소통시키는 기회로 삼았다. 할말은 많았고 입술을 갖다 댄 구멍은 좁았다. 결국 그 불균형이 문제였다. 더러는 내가 꺾었지만 또 더러는 내가 꺾이기도 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세상의 문법이라는 저 완강한 권력과의 힘겨루기를 통해 한 실존이 남긴 꺾음과 꺾임의 흔적들을 보게 될 것이다. 어쨌든 내 철학적 사색의 고향인 누항에 내 지문이 묻은 어휘들을 통풍시켜준 김태한 문화부장, 이춘수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본문의 사실 중에 몇 가지는 이제 과거의 진실로만 남겨져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걸 갖고 나를 탓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나는 박제된 인간이 아니라 매순간 존재함 자체가 문제 되는 실존인인 까닭이다.
버펄로의 눈 내리는 그 많은 밤에 노변 정담을 함께 나눴던 뉴욕 주립대 이중오 교수께 감사드린다. 문학과지성사에도.
2001년 1월
이왕주
〔차례〕
책머리에
음미하는 삶
숨쉬기 연습
시선의 문법
귀로 읽기
얼굴 읽기
손이 주는 행복
발의 평화
아픔과의 싸움
슬픔과의 화해
분노의 권리
불안의 깊이
부끄러움의 두께
저토록 불온한 욕망
유혹자
축제로서의 삶
삶과 앎
시대의 신드롬
인연의 꽃
쾌락의 옹호
유행의 그늘
파우스트의 교훈
노래 마시기
춤살기
축제의 예의
야인 예찬
자기만의 방
못 말리는 본능
속도와의 싸움
빼앗긴 겨울
예의 아까움
깨어 있는 삶
그냥 놔둬줘
전문가 전성 시대
고장난 세상
촛불 하나의 밝음
무삭제 안네
「피아노」의 선율
철학의 자리
참을 수 없는 신앙의 이 가벼움
솎음의 벼리
만남 그리고 사귐
아름다운 얼굴
시뮬라시옹 386 1
순교의 덫
한 마리 나비로 날기 위하여
아름다운 무게
철학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