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내 마음

샤를 보들레르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1년 1월 20일 | ISBN 9788932012223

사양 · 202쪽 | 가격 6,000원

책소개

〔개요〕

이 글은 보들레르 자신에 관한 고백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독설과 통찰의 비망록으로 이 책의 원고가 된 글들은 보들레르가 크고작은 종이 위에 휘갈겨 써놓은 다양한 주제의 메모와 단장, 경구 들이다. 이리저리 뒤섞여 있던 원고 뭉치가 『악의 꽃』 출판주에 의해 번호를 부여받고 분류되었으며, 그의 사후 20년 만에 간행된 『보들레르 유고집』에 ‘내면 일기’라는 제목으로 실려 처음으로 공개된다.

〔기획의 말〕

일찍이 마르셀 레몽은 그의 주저(主著) 『보들레르부터 초현실주의까지』의 첫 문장에서, 프랑스 현대시의 계보를 발레리에서 말라르메로 거슬러 올라가는 ‘예술가군(群)’과 랭보에서 초현실주의자들로 이어지는 ‘견자들’로 분명히 양분하고 있다. 물론 양쪽 모두 그 시원(始原)은 『악의 꽃』으로, 현대시의 물꼬를 튼 보들레르의 문학사적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생전에 미술 비평가를 자처하던 보들레르가 남긴 문학 작품은 1백 편의 시를 모은 그 유명한 『악의 꽃』, 시의 영역을 기존의 운문에서 산문으로 확장하며 장르 문제를 야기한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술과 마약 등의 인공적 환기력을 다룬 『인공 낙원』 등으로, 영역은 매우 다채롭지만 그과작(寡作)에는 놀라게 된다.

시대보다 앞선 사상으로 질주하던 보들레르는 1867년 마흔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질병과 생활고, 주위의 몰이해로 고통받다 세상을 등지고, 그 후 20년이 지난 1887년에서야『보들레르 유고집』이 발간된다. 보들레르 연구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편집자 외젠 크레페가 쓴 진정한 의미의 최초의 보들레르 평전이 붙어 있고, 무엇보다도 이번 역서의 표제작이 되는 「벌거벗은 내 마음」과 「폭죽불꽃」의 두 원고 뭉치가 ‘내면 일기’라는 제목으로 함께 묶여 소개되어 있다. 이 두 작품 사이에는 집필 시기와 의도에 있어 여러 상이점이 있겠으나, 촌철살인의 경구라는 단장 형식과 그의 정신적 스승이던 미국 시인 에드거 앨런 포의 산문집 『마르지날리아』의 영향을 받은 점은 동일하다. 프랑스 혁명기에 활동한 보수적 정치 사상가인 조제프 드 메스트르와 더불어 보들레르의 예술 철학을 형성하는 데 있어 포의 영향은 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통일성에서나, 인간 내면의 악의 존재를 인정하는 원죄 의식에 있어 확연하다.

비정상적인 가정 환경에서 자란 시인의 저주받은 운명은, 21세 성년이 되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방탕하게 낭비해버리고 내리막길로 치닫게 된다. 만신창이가 된 만년,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쫓겨가며 세상에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보들레르는 자서전 준비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틈틈이 적어놓은 단장들을 모아놓은 ‘내면 일기’는 엄밀한 의미에서 문학 작품이라기보다는 수기에 가까운 보들레르 개인의 내밀한 기록이다. 시작도 끝도 따로 없는 이 미완의 잡기장(雜記帳)이 유난히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인간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적나라하게 분석해내는 모랄리스트 보들레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는 충천하고, 희망은 희박한 상황이라 천성이 신경질적인 그가 때로 다혈질로 보이기도 한다.

위대한 시인으로서가 아닌 인간 보들레르를 정말 알고 싶다면 이 책 『벌거벗은 내 마음』을 펴서 읽으면 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우리가 보들레르를 읽어야 하는 이유. 탁월한 심미안을 갖춘 비평가였던 보들레르가 “이웃 나라 영국과 독일에서 셰익스피어와 괴테를 들먹인다면 우리에겐 누구누구가 있소!”라고 프랑스 시인들을 언급할 때에, 내심으론 자기 자신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2001년 1월
기획위원

목차

〔차례〕

기획의 말

폭죽불꽃
벌거벗은 내 마음

옮긴이 해설
독설과 통찰의 비망록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샤를 보들레르 지음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 청년 시절 여러 문인들과 어울리며 문학의 길로 들어섰으나, 무절제하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우려한 가족의 청원으로 금치산 선고를 받아, 많은 유산을 상속받았음에도 평생 가난과 빚에 시달려야 했다.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창작을 중단하지 않은 보들레르는 1845년, 첫 책인 미술 평론집 『1845년 미술전』을 출간하고, 1847년 중편소설 『라 팡파를로』를 출간한다. 프랑스 최초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번역 · 소개하여 큰 찬사를 받기도 했다. 1857년에는 보들레르의 문학과 삶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악의 꽃』이 출간됐으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벌금과 시 여섯 편 삭제 판결을 받았다. 이후 에세이 『인공 낙원』과 『악의 꽃』 2판을 연이어 출간하고 비평문도 활발히 발표했으나, 오랜 가난과 병으로 고통받다가 1867년 46세에 영면했다. 사후에 소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에세이 『내면 일기』 등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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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1 =

  1. killbrick
    2001.03.04 오전 12:00

    보들레르는 추한 미의 모습을 보았고 알수 있었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간임에 분명하다. 고백이라는 말. 벌거벗은 내모습은 그래서 그 천부적인 낭만의 압축적인 설움이 묻어나오고 반짝인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풍요로운 고백을 그는 던지고 또 찾고 있다. 스스로의 고뇌가 빛나보이는 지점. 나의 고민과 숨결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유하고 진정한 깨어있음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이 글을 부디 오래오래 메모와 더블어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