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 깊이 읽기
분야 우리 문학 깊이 읽기
〔개요〕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의 시세계로 평가받고 있는 시인 김광규가 1975년 우리 시단에 등단한 이래 어느덧 자신의 시력 스물 여섯해째를 맞았다. 이 책은 [우리 문학 깊이 읽기] 시리즈의 신간으로서 엮자(성민엽)와의 대담과 김광규의 자전전 에세이,독문학자 김용민 교수가 쓴 인물론,김광규 시에 대한 주요 비평들, 그리고 동료 후배 등의 인물 소묘,김광규의 숨은 글들로 채워져 있다.
〔엮은이의 말〕
책을 엮으며
1975년 여름, 「유무(有無)」 「영산(靈山)」 「부산(釜山)」 「시론(詩論)」의 4편을 발표하면서 등장한 시인 김광규는 그 첫 발표작들만으로도 한국 시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쉽고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적인 세계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광규를 소개한 『문학과지성』 편집동인들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그러나 명쾌하게 해설했다. “대상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되 거기에서 획득하게 되는 인간 정신의 질량을 세련된 언어로 연결하여 언어의 염증성과 사고의 복합성을 대결시킨다.”
등단 이후 햇수로 26년에 달하는 김광규의 시력은 7권의 시집과 3권의 시선집, 그리고 1권의 영역 시선집, 1권의 독역 시선집을 낳았다. 놀라운 것은 그 동안 김광규의 시세계가 그 근본적인 자세나 방법에 있어서 변함없는 탐구를 계속해왔다는 점이다. 시속(時俗)의 덧없는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이 자기 세계를 지켜온 이러한 모습은 참으로 귀중하다 아니 할 수 없다.
김광규 시가 개척한 것은 ‘일상시’의 영역이다. 여기서의 ‘일상’은 자동화된 습관적 삶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활 세계 속의 현실 체험이다. 그것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일상, 깊은 산 속의 절이나 바다 밑의 해조류, 그리고 2만 미터 상공의 하늘과 잠자다가 꾸는 꿈……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비판 의식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발견되는 것들이다. 이 일상시는 시인과 독자 사이의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해왔다. 그래서 김광규의 시는 단순성·명징성 등의 언어적 특징을 갖는 ‘쉬운 시’가 되어왔다. 그러나 그 ‘쉬운 시’가 단지 쉽기만 한 것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쉬움 속에는 사고의 복합성과 깊은 울림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김광규는 이러한 쉬우면서도 쓰기 어렵고 일상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를, 한 비평가가 지적한 것처럼, “아침나절에 맑은 정신으로 또박또박 써내려가”며 지난 26년 간을 매진해온 것이다.
이 책은 대담과 김광규의 자전적 에세이, 독문학자 김용민 교수가 쓴 인물론, 김광규 시에 대한 주요 비평들, 그리고 동료·후배 등의 인물 소묘, 김광규의 숨은 글들로 이루어진다. 앞에서 26년 간의 변함없는 시적 탐구에 대해 말했지만, 그 전체적인 변함없음 속에서는 또한 섬세하고 미묘한 변화들이 부단히 있어왔다. 김광규 시에 대한 주요 비평들에서 그 변화들이 어떻게 추적되고 있는지, 그리고 김광규 시의 쉬움 속에 숨어 있는 복합성과 다의성과 깊이가 어떻게 포착되고 있는지에 주목해주시기를 바란다. 특히 하이제와 슈타우다허의 글은 독일에서 김광규 시가 어떻게 읽히는지를 잘 보여주는데, 여기서 우리는 민족어 문학의 특수성과 문학의 보편성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귀중한 글의 재수록을 허락해주신 분들과 새 원고를 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김광규를 깊이 읽는 데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그분들의 덕택이다.
2001년 1월
성민엽
〔차례〕
책을 엮으며
제1부 시의 정신
대담
단순한 소리, 깊은 울림(김광규 / 성민엽)
자전 에세이
나의 삶, 나의 문학/ 시의 정신
인물론
내가 만난 김광규(김용민)
제2부 일상시의 안과 밖
말과 삶이 어울리는 단순성(김주연)
시와 의식화(유종호)
시원의 빛과 시(김현)
정직과 단순성의 시(김병익)
삶과 시적 인식(오생근)
‘영산’에서 ‘크낙산’으로(김영무)
현실주의자의 통일성(박철화)
평범과 비범의 표리(조남현)
순수에의 갈망(김천혜)
평범함과 비범함(홍정선)
일상성의 미학과 자연스러움(문혜원)
두 개의 시간(성민엽)
나의 노스탤지어에 붙는 범칙금(한스-위르겐 하이제 / 김진혜 옮김)
제3부 김광규를 찾아서
내가 아는 김광규
지금을 사는 서울 선비(홍성원)/ 내 친구, 시인 김광규(변재승)
뮌헨에서 마신 맥주(김병규)/ 지혜로운 시인 김광규(안삼환)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인(김혜순)/ 독일어 수업(최인석)
꾸밈없이 가득 찬 그릇(박설호)/ 그런 나를 쓰라구(이응준)
안개의 나라에서 온 시인(코르넬리아 슈타우다허 / 정혜영 옮김)
숨어 있던 글들
떠나온 곳, 돌아갈 고향/ 어린 게의 죽음/ 메아리 없는 낭송 /
우울한 세계화/ 늙은 4·19 세대의 자화상
연보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