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말〕
‘문지푸른책’은 성장하려는 이들의 푸른 대지이다. 사색하고 실천하여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마당이다. 그 동안, 배움은 곧 경쟁이며, 지식은 힘을 얻는 수단일 뿐이라는 오해가 오랫동안 퍼져 있었다. 책도 너무 먼 곳에서 그저 외우기만 강요했다. ‘문지푸른책’은 스스로 깨닫고 익혀서 풍요로운 삶을 이룩해가는, 참된 앎의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를 찾고 실현하며, 우리 모두가 자유로운 터전을 닦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물구나무 과학』은 소위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일상 생활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현상에 대하여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대추나무를 시집보내는 내력, 엄마 손이 약손인 까닭, 아이들을 오줌싸게 만드는 도깨비불의 정체, 초상화들이 대개 왼쪽 얼굴인 이유, 동물들이 경칩날을 아는 비결, 눈 오는 날 강아지가 행복해하는 이유, 간지럼나무에 얽힌 사연, 솔잎 송편에 관한 따뜻한 관습 등, 우리 문화의 풍속과 관련된 서른일곱 가지의 과학 이야기를 재미있고 독특한 일러스트와 함께 엮었다.
〔서문〕
대학 시절에 모두 함께 불렀던 「타박네야」라는 노래가 있었다.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 울고 가니/우리 엄마 무덤 가에 젖 먹으러 찾아간다/우리 엄마 무덤 가에 개똥참외 열렸는데/두 손으로 따서 들고 정신없이 먹어보니/우리 엄마 살아생전 내게 주던 젖 맛일세” 하는 가사가 있었다. 그때 문득 개똥참외의 내력을 상상해보다 내가 어린 시절 수박을 먹고 경험했던 일이 떠올랐다.
수박을 먹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몇 개의 씨는 그냥 삼키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똥을 누면 똥 속에 수박 씨가 고스란히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똥은 두엄자리에 버려지고 두엄은 밭에 뿌려졌다. 그런 다음 밭에서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수박 순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박은 원래 거름을 많이 먹는 과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수박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초봄에 수박을 심을 자리마다 구덩이를 깊이 파서 거기에 똥거름을 많이 주고 그 위에 수박을 심었다. 조무래기들은 수박밭이 될 곳을 지나면서 똥 냄새에 코를 막았지만 어른들은 그렇게 많은 거름을 주어야 제대로 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했다.
아무도 모르게 두엄에 섞여서 밭에 뿌려진 수박 씨는 똥거름도 없이 혼자서 어려운 여건을 뚫고 자라야 했으므로 순이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겨우겨우 자랄 뿐이었다. 어머니를 따라가 밭에서 우연히 자란 어린 수박 순을 본 나는 어서어서 커다란 수박이 열려주기를 바랐다. 어머니는 자라봐야 못 먹는다며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 작은 수박 순이 너무나 귀하고 탐스럽게 보였다. 물론 어머니 말대로 거기에는 수박이 거의 열리지 않았다. 열린다고 하더라도 겨우 수박 흉내만 낸 주먹만한 수박이 열릴 뿐이었다. 하지만 날마다 어머니를 따라가 조금씩 커지는 동그란 수박을 볼 때마다 유년은 그만큼씩 부풀어올랐다.
배운 과학으로는 수박이 이렇게 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식물이 오랫동안 길러온 진화적인 전략 덕분이라고 한다. 식물은 스스로 몸을 움직여 씨를 먼 곳까지 퍼뜨릴 수 없으므로 간접적으로 씨를 퍼뜨리는 방법을 많이 개발했다. 봉숭아처럼 씨방을 톡 튀겨서 멀리 보내는 놈들도 있고, 민들레처럼 바람에 날려보내는 놈들도 있다. 그 중 어떤 놈들은 새나 다른 동물을 이용해 자신의 씨를 옮기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씨 껍질을 단단하게 만들어 새나 다른 동물에 먹히더라도 소화가 되지 않고, 배설물에 섞여나와 먼 곳에서 새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박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과육 속에 씨가 알알이 박혀 있으면 과육을 먹으면서 어쩔 수 없이 씨까지 먹게 된다. 그러면 동물이 다른 곳에서 배설을 하면서 씨도 따라 그곳에 옮겨진다. 수박은 동물에게 과육을 제공하고 동물은 그 대가로 씨를 옮겨주니 서로가 이익을 보는 거래를 하는 셈이다.
타박네라는 가난한 아이 엄마의 무덤 가에 자란 개똥참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느 날 아이는 참외를 먹었다. 먹을 것이 귀했으니 씨까지 다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참외 씨가 박힌 똥을 눴다. 그 똥을 강아지가 먹었다. 강아지는 아이를 따라 어머니 무덤에 갔다. 그리고 그 무덤 가에 똥을 눴다. 강아지 똥에 박혀 있던 참외 씨는 거기서 싹을 틔워 자라났다. 무덤 가에서 자란 참외는 거름이 없어서 조그마했고 맛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엄마의 무덤을 찾아 참외를 발견하고 따먹어보니 엄마가 생전에 주시던 젖 맛처럼 달콤했다. 배고픈 아이에게 참외는 돌아가신 엄마가 준 선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상상한 개똥참외의 내력이 이러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은 하나라도 더 알아야 하는 지식이요, 사람의 정서와는 먼 자연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한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알고 싶어하고 우주의 기원인 빅뱅에 대해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블랙 홀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길섶에서 울고 있는 개구리의 정확한 이름을 알고 싶어하고, 꽃에 앉은 나비의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고, 계란이 며칠 만에 병아리로 부화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할머니의 무덤 가에 핀 할미꽃과 온실에서 사온 할미꽃을 구별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가시덩굴에 하얗게 핀 꽃이 찔레꽃이라는 것을 외워두었다가 어린 자식에게 가르치려 할 뿐 그 꽃이 할아버지 상여의 만장 자락을 찢었던 꽃이라는 사실은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과학이 어렵고 딱딱해서 싫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더욱 메마르고 날카롭게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과학을 가지고 물기 어린 시를 쓸 수는 없을까. 중력·가속도·상대 속도·좌표계·회절·반사·굴절률·4차원·시공간·전류·자기장 같은 말들로 만들어진 시가 아름다울 수는 없을까. 사람들이 듣는 순간부터 머리를 쥐어뜯는 반듯반듯 각진 말들, 소위 과학 용어들, 과학 원리들을 가지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나는 ‘물기 있는 과학’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 과정에서 할미꽃은 왜 유독 할머니의 무덤에 많이 있고 깊은 산속에는 없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또 대추나무를 시집보내는 내력, 엄마 손이 약손이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 아이들을 오줌싸게 만드는 도깨비불의 정체, 간지럼나무에 얽힌 추억, 봉숭아물 들이기, 솔잎 송편에 관한 이야기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써놓고 보니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알량하게나마 대학 시절부터 배워온 과학(본류 자연과학이라고는 할 수 없고 아마 과학 상식쯤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배우려고 하지는 않았으나 어느 틈에 몸 깊숙이 박혀 있는 유년의 경험들. 어쨌거나 그것들이 서로 합쳐져 물기 있는 과학 이야기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할미꽃은 햇볕을 좋아해서 양지바른 곳이 아니면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청개구리 동화에서 청개구리의 어머니가 양지바른 곳에 묻히길 바랐던 것처럼 무덤은 늘 양지바른 곳에 쓴다. 그리고 매년 추석이면 벌초를 해주기 때문에 무덤에는 키 큰 풀들이 자라지 않아 그늘이 지지 않는다. 무덤은 할미꽃이 살기에 가장 좋은 자리인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를 생각하지 않는 과학이라면 무덤은 왜 양지바른 곳에 있어야 하는지, 정말로 무덤에는 할미꽃이 많은지만 설명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할미꽃에 얽힌 궁금증을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의 대부분은 원래 1997년 11월부터 약 2년 동안 『과학동아』에 ‘물구나무 과학’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것이다. 또한 일부분은 여기저기 다른 기회에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책으로 다시 묶어내면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여기저기 손보았지만 천성이 게으른 탓으로 시간만 많이 흘렀지 좋아진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독자들의 넓은 이해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실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얻었다. 맨 먼저 부족한 글을 위해 『과학동아』에 지면을 내어주신 김두희 편집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야기가 막힐 때마다 아이디어를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과학동아』 동료 기자들에게 감사한다. 아울러 별로 쓸 데도 없을 것 같은 하찮은 질문들, 예를 들어 “간지럼나무는 정말로 간지럼을 탑니까” “봉숭아물 들이면 진짜로 마취가 안 됩니까” 같은 질문들을 친절하게 받아준, 그리고 일일이 성함을 밝힐 수 없을 만큼 많은, 여러 대학의 교수님들과 취재원들에게도 감사한다. 글 속에서 도움을 밝힌 분들도 있지만 훨씬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글의 성격상 도움받은 사실을 밝히지 못한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글 속에 포함된 과학 지식 중에서 틀린 이야기들은 모두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뿐 도움 주신 분들의 잘못은 아니다. 또한 이런저런 기회에 접한 여러 책들로부터도 이야기에 유용한 지식들을 많이 빚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문화 상징 사전』(동아출판사)과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정신문화연구원)은 늘 도움이 되었다. 글의 흐름상 따로 출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귀중한 사실들을 모아준 위 책의 필자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책으로 묶을 수 있도록 늘 닦달하고 격려해준 윤병무와 문학과지성사 식구들에게 감사한다. 또한 각 글마다 어울리는 재미있고 뜻있는 만화를 그려준 진동주씨와 필자의 캐리커처를 그려준 정애란 선배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언제나 나를 지탱해주는 어머니와 사랑하는 가족들, 가난한 유년이 지혜로운 삶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일깨워주는 아내 주영에게 감사한다.
〔차례〕
서문
비너스는 왜 바람을 피웠을까
동방박사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시험 전날에 먹는 찹쌀떡
아들딸 골라 낳기
귀신은 왜 여름에 많을까
아홉수와 13일의 금요일
상사병과 사랑니
바늘구멍 황소바람
엄마 손은 약손
별에 대한 오해
간지럼나무와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찔레꽃은 붉지 않다
선녀의 옷자락에 바위가 닳을 때까지
서리 맞은 단풍은 꽃보다 붉지 않다
삼복 더위와 누렁이의 수난
황금빛 까마귀를 추모함
모란꽃은 정말로 향기가 없을까
나비는 장자의 꿈을 꾸지 못한다
초상화는 왜 왼쪽 얼굴이 많을까
승천하는 용은 토네이도
제왕 절개로 만드는 사주
관상은 어디까지 과학인가
돌을 쇤 아이는 왜 두 살일까
모세의 기적과 진도의 바닷길
달 속의 계수나무와 옥토끼
동물이 경칩날을 아는 비결
눈 오는 날 강아지는 왜 행복할까
곰의 변신과 마리아의 수태
공동 묘지의 도깨비불
진시황의 불로초는 가능한가
솔잎 넣고 송편을 찌는 뜻은
여인의 봉숭아물이 더 진해지는 까닭은
봄볕 아래 생각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잘 나가는’ 제비의 자식 사랑 부부 사랑
토끼와 용왕의 병
금술의 지혜
인간과 더불어 산 얼음의 비밀
이 책은 권장도서 목록에서 찾을수 있었고 그리고 읽게 되었다.
처음 이책을 읽으려고 했을땐 과학은 생가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그리고 내가 싫어 하는 과목이고 또한 못하는 과목이기도 하기때문에 많은 걱정을 했었다.
너무 유식한 말, 어려운 말을 사용해서 내가 중간에 책을 그만 읽게 될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구나무 과학은 처음에 걱정했던거와는 달리 오히려 다른 책들보다 쉬웠고 과학을 소재로 한 책에 대한 거무감을 허물수 있었다.
과학을 주제로 하긴 했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쉽게 과학을 풀어 나가는 책이 바로 물구나무 과학이다.
중학생인 나로서는 딱딱한 글만있는 것보다는 그림을 찾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부분부분 마다 삽화가 들어가 있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것 같다.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 보다도 재미 있는 이야기 우리가 잘알고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썼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면 (시험전날에 먹는 찹쌀떡),(귀신은 왜 여름에 많을까?),(삼복더위와 누렁이의 수난)등 37가지의 이야기 모두다 우리에게 있어서 친숙한 소재이다.
어른들에게 흔히 들어왔던 말이나 익히 알고 있는 속담에서 찾아내여 보여는 주는 것도 이책의 장점이라고 볼수있다.
어렵게 이해되지 않게 설명하지 않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로 이야기의 소재를 풀어나가니 쉽게 이해가 갈수 있기 때문이다.
쉽지만 많은 것을 알수 있는 물구나무 과학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수 있을것 같아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