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풍경

김윤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 ISBN 9788932012124

사양 신46판 176x248mm · 297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개요〕

같은 시인의 눈에 비친 시인들의 풍경은 어떨까? 사물과 배경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유려하고 간결한 시어의 물결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채로 계속되는 시인 김윤배의 작품 세계는 시집에서 산문집으로 옮겨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황동규, 황지우, 최하림, 신경림 등 우리 시단의 거목들을, 그리고 그들의 다소 풀어헤쳐진 모습을 한자리에서 그려볼 수 있는 이색적인 글모음이다.

〔저자의 말〕

시인들의 풍경을 향해 떠나는 여행은 즐겁다.
그들의 내밀한 내면의 풍경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부장품처럼
견고한 침묵과 순금으로 빛나는 시 정신의 보고였다.
시인은 자신만의 성채에서 시간의 참혹한 흐름을 묵묵히 지켜보거나
달빛이 성채를 건너가는 소소한 소리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말과의 고투는 언제나 힘든 싸움이어서 가슴에 늘 응혈이 고여 있고
꽃잎과의 대화는 물소리에 묻히기도 한다.
붉은 꽃송이가 한 권력으로 오고
서늘한 그늘이 그리움으로 수놓아지는 것,
그것이 시인들이 보여주는 풍경이다.
나는 시인들의 새로운 풍경을 만날 때마다 감동으로 몸을 떨었으며
시인들이 행간에 숨기고 있는 비의를 찾아 헤매며 절망하기도 했다.
이제 한 무전 여행자의 무례한 여행을 접으려고 한다.
내게 자신의 내밀한 세계를 보여준 시인들에게 감사드린다.

― 책머리에서

목차

책머리에

데스밸리의 황동규 시인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신경림 시인
열음사와 최하림 시인
후포 방파제의 김명인 시인
시도예전의 정진규 시인
학고재의 황지우 시인
황구지천의 최두석 시인
철둑집의 이시영 시인
양지리조트와 라자로마을 사이의 조창환 시인
수원 삼환까뮤에서의 한때, 이윤택 시인
들꽃세상과 월문리 사이의 송기원 시인
평해 달밤의 임영조 시인
해청과 아버지 사이의 고형렬 시인
병점과 돌모루 사이의 홍신선 시인
수련과 말 사이에서 자웅 동체를 꿈꾸는 채호기 시인
해직의 먼 길 돌아온 도종환 시인
혈육에 대한 부채와 미혹 사이의 이재무 시인
역사적 책무와 침묵 사이의 김명수 시인
가난의 사회학과 사각형의 기억 사이의 송찬호 시인
침묵과 그늘, 혹은 섬과 육지 사이의 장석남 시인
문의마을과 장미골 사이의 고은 시인
욕망과 회저 사이의 최승호 시인

작가 소개

김윤배 지음

194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세계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겨울 숲에서』『강 깊은 당신 편지』『굴욕은 아름답다』『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부론에서 길을 잃다』『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장시『사당 바우덕이』와 산문집『시인들의 풍경』『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바람의 등을 보았다』, 평론집『온몸의 시학 김수영』, 동화집『비를 부르는 소년』『두노야, 힘내』를 상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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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정욱
    2002.11.25 오전 12:00

    시인들의 풍경

    드디어 김윤배 시인의 쓴 책 ‘시인들의 풍경’(문학과 지성사 刊을) 이 아침에 다 읽었다. 문의 마을과 장미골 사이의 고은을 읽을 때, 책의 본문을 감싸는 마지막 속지가 달랑거리더니, 욕망과 회저 사이의 최승호시인을 다 읽자 그 누런 속지가 나의 속내처럼 바닥에 달랑 떨어진다. 달랑게의 눈망울을 본적이 있는가? 하얀 백사장을 옆으로 기어 자기 집 구멍으로 달아나는 달랑게를 잡는 방법을 아는가? 짱짱하게 마른 하얀 모래를 달랑게의 집에 넘치도록 집어넣고 그 구멍을 따라 파들어간다. 상대적으로 물기가 있는 달랑게의 모래집으로 막무가내로 들어간 마른 모래가 달랑게의 하얀 몸에 닿게 될 때, 달랑게는 긴장한다. 바로 그 마른 모래는 저승사자의 손길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백사장에서 그 달랑게를 잡던 기억이 떠오른 것은 순전히 김윤배 시인의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을 다 읽었을 때, 속지가 달랑하고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연,김윤배 시인이 소개한 시인들이 미당의 손길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미당은 달랑게를 잡던 어린 소년이었던 것이다. 미당의 손아귀에 잡힌 달랑게의 발버둥, 허공 위에서 달랑게의 달랑거리는 발들이 우습다. 발 한 짝을 달랑 미당의 손아귀에 잡히고 모랫벌에 떨어져 또 다른 구멍으로 달려가는 달랑게의 모습이 처연하다. 발 하나를 잃어도 제 속도로 달릴 수 있는가?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시인 고은께서는 본명을 되찾을 필요가 있겠다싶기도 하다. 이젠 고은시인은 고은태 시인으로 돌아가야 차령산맥 같은 무게로 좌정할 수 있겠다 싶다. 고은 시인이 제안한 필명쓰기를 거부한 김윤배 시인의 판단이 옳다 싶은 것이다. 김윤 보다는 김윤배가 훨씬 시인답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는데 나의 여신께서는 미당 서정주를 얘기하시는가? “서방님, 어제 미당 책이 왔사이다”. 그랬다. 나는 미당을 알기 위해 책을 주문하였던 것이다. 민음사 版의 미당 자서전1.2와 미당 시전집1.2.3을 주문했는데, 그것이 어제 도착했고, 어제 밤늦게 귀가한 나는 오늘 아침에서야 그 소식을 귀뜸받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나도 미당의 손아귀에 붙들리고 마는 달랑게의 신세가 될랑가?아니면 내 손에 잡힌 미당의 처지가 달랑게가 될랑가? 미당을 생각하면 마당에서 판굿하고 놀고 있는 무당이 떠오른다. 童顔과 老顔을 함께 그 얼굴로 거느리고, 바람과 꽃과 하늘과 그리고 연못 같은 저승에서 학 그림자로 노니는 무당이 생각나는 것이다. 과연, 마당에서 굿판을 벌이는 무당 같은 미당은 제대로 된 부족방언의 주술사인가? 아니면, 사악한 판수 무당인가? 내가 여든 다섯을 살고 간 미당을 생각할 적마다 여든 여섯을 살고 가신 신선 같은 풍모의 내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 위로 겹쳐진다. 수염을 밀고 기둥 서방같은 입매의 미소를 지닌 소년과 산신령 같은 길고 긴 하얀 수염을 지닌 나의 할아버지는 지금 도솔천에서 만나 함께 있을 계실 것이다. 어린 동자와 신선 같은 인연으로 나의 할아버지 앞에 미당은 달랑게의 미소를 짓는 소년으로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내 할배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미당의 작품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내가 미당에 잡힌 달랑게가 될 운명을 맞이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인들의 풍경’이란 제목을 가진 책에서 달랑 떨어진 책장을 주워,강력풀로 그 원자리에 예쁘게 붙여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책장이 그 원래자리를 그대로 찾는 것도 아니다. 책 나올 때 튼튼한 제본을 원초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원초적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미당은 결국 어린애에 불과하다. 다른 이보다 조금 더 달랑거리는 그 입술을 가진 것이 그의 죄라면 죄가 될만도 하다. 그것을 확인할 올 여름은 꽤나 서늘할 것만 같은 예감이다. 즐거운 예감 그것은 즐겁게 맞이해야겠다.

    2001.7.5 나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