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하일지 소설

하일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0년 10월 27일 | ISBN 9788932011981

사양 · 210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개요〕

이 소설은 주인공이 독백체로 구술하는 형식이다. 내용 면에서 ‘환상과 실제’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는 데다, 한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느낌을 주기도 할 만큼, 사건의 진실을 향한 행보가 주인공의 진술을 따라 나선을 그리며 펼쳐진다.

〔작가의 말〕

나는 이제 또 한 권의 소설을 독자들 앞에 내어놓는다.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내가 써온 소설들 중에서도 가장 짧다. 그러나 가장 긴 시간에 걸쳐 씌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1998년 5월에 쓰기 시작하여 2000년 5월에서야 탈고할 수 있었으니 무려 2년이 걸려 그 완성을 보게 된 것이다. 나의 다른 작품이 3,4개월 혹은 4,5개월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이 짧은 소설은 너무나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아니할 수가 없다. 정말이지 이번처럼 고통스럽게 쓴 작품도 달리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쓰면서 내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고뇌에 찬 한 인간의 독백을 한줄 한줄 떠올려 옮기는 일이었다. 이 일은 얼마나 고통스런 것이었던지 피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쓰는 일은 나에게 있어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의 그 혼란스런 모놀로그는 곧 내 내면의 언어들이고, 나는 그것을 진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절대성 앞에 봉착해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마침내 이렇게 모든 것을 진술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로써 나는 아홉번째 소설을 내는 셈인데 내 생애에 내가 해야 할 그다지 많지 않은 숙제 중의 하나를 해냈다는 생각이다.

다른 작품을 낼 때도 그러했지만, 이번에도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이 작품 역시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유익한 정보나 교양을 주지 못하고, 따라서 그런 것을 구하려 했던 독자들은 크게 실망을 하게 될 텐데, 나는 그들에게 굳이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에 이상한 호기심을 발동시켜 10년 이상을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에도 이제는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나의 몇몇 애독자들만이 이 책을 읽고 실망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분들만을 위해 글을 쓰게끔 되어 있는 나의 운명에 대하여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나는 행운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을 내면서 나는 특히 김병익 선생님께 감사한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그렇겠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 작품의 원고를 꼼꼼히 읽어봐주신 선생님의 친절과 성실성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작품을 출판하는 데 선뜻 동의해준 문학과지성사 채호기 사장님께도 감사드린다.

2000년 10월
하일지

작가 소개

하일지 지음

1955년 출생. 프랑스 푸아티에 대학에서 불문학 석사학위를, 리모주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소설로『경마장 가는길』(1990),『경마장은 네거리에서』(1991),『경마장을 위하여』(1991),『경마장의 오리나무』(1992),『경마장에서 생긴 일』(1993),『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1994),『위험한 알리바이』(1995),『새』(1999), 번안소설로 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1997∼1998)가 있으며, 시집『시계들의 푸른 명상』(1994; 영문판, Blue Meditation of the Clocks, 1994, USA: Pine Press), 문학이론서 『소설의 거리에 관한 하나의 이론』(1991) 등이 있다.

독자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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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5 =

  1. 유정곤
    2001.01.12 오전 12:00

    책을 다읽고난후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다.그의 소설을 마치 어떤 의식을 행하듯 읽곤했던 나의 모습과 (진술)속의 여인의 유령이 마치 대면하는듯한 착각을 받았기때문이다.이렇듯 소설(진술)은 텍스트가갖는 구조적 형식보다는 생래적 감각이랄까?여튼 특이한 심리적인 경험을 갖게했다.
    이 말은 당초 기대했었던 그의 소설특유의 구조탐험을 생의 드문 즐거움의 하나로 행하곤했던 지난 시절의 독서 체험과는다른 그런 것이었기에 아쉬움과 더불어,”여성” 왜 이렇듯 하일지의 소설에서의 여성은 하나같이 강렬한 모성을 갖고 있는듯한 여인들로 묘사될까?하는 강한 의문을 다시한번 확인하게되는 기회가 됐다는 뜻이다.
    하일지의 소설들에 애정을 갖고 읽어 보신 분들은 간파하시겠지만그의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있는 남자들과 일상적이지않고 깊은 심리적 관계를 맺고있는 여인들은 예외없이 강한 모성의 소유자들이다.특히 나이 어린 여인들이 모성을 보일때는 정말이지 신비롭기까지한 심리적 반응을 갖게한다.
    급기야(진술)에서는 주인공 철학교수에게 죽은 나이 어린 아내를 잊지못해 실제와 환상마저 분별할 수없는 애처러운 배역을 맡긴다.
    자신의 처남 살해혐의로 취조받는 가운데 그는 아내에대한 회상에 잠긴 채 “아내를 향한 나의 사랑은 욕정과는 다릅니다.”라는 말로써 그의 신화적이기까지한 어린 아내에대한 순수한 지향을 강조한다.
    사실 마광수의 독자였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가 주체할 수없는 손톱 페티쉬의 자기 복제의 운명을 벗어날 수없듯이 하일지 또한 언젠가 tv인터뷰였던가,”나는 왜이리 저급한 상상속에서 살까.”라는 솔직한 내면 고백에서 알수있듯이 한 없이 신화적인 대상이랄수있는 여인들에대한 자신의 감출수 없는 저급한 반역의 심리를 속죄하려는 마음으로 어쩌면 그의 애독자들의 취조에 진술하는 심정으로 소설 진술을 그의 고백대로 고통스럽게 2년여에걸쳐 고심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때는 대상없는 사랑으로 열병을 앓곤하던 어렴풋한 그 시절의 환상으로 결코 돌아갈수 없게 돼버린 현재,어쩌면 신화적인 화석이 돼버렸을 여성성,아니마,모성에의 영원한 아들이 되려고 하는 하일지에게 맑은 물 한 모금 줄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