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 (원제:까모, 바벨 에이전시Kamo L’agence Babel)는 다니엘 페나크가 까모를 주인공으로 발표한 네 권의 소설 가운데 첫번째 책입니다. 독특한 이름을 가진 소년 까모가 펜팔을 통해 영어 공부를 하며 겪게 되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기둥 줄거리인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까모 시리즈’는 ‘문지아이들’을 통해 계속 소개될 것입니다.
■ 줄거리
나와 같은 반인 까모는 영어 성적이 형편없어 엄마로부터 꾸중을 듣는다. 까모의 엄마는 까모에게 바벨 에이전시에서 받은 펜팔 후보자들의 명단을 주며, 영어로 펜팔을 해 보라고 한다. 앞으로 석 달 안에 영어를 마스터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까모는 명단에서 ‘캐서린 언쇼’라는 이름을 선택하여, 장난기 가득한 편지를 보낸다. 캐서린 역시 까모 못지않게 짓궂은 답장을 보내 온다. 우리 반에서 영어를 가장 잘 하는 나는, 까모에게 온 편지를 일일이 번역해주고, 또 까모가 쓴 답장을 영어로 번역해 주는 일을 한다.
캐서린 언쇼는 자신의 불행한 상황을 한탄하는 절박한 편지들을 계속 보내온다. 까모는 그 편지들의 음울한 분위기에 점차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캐서린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그런데, 캐서린의 편지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가득하다. 말투도 생소하고, 편지 봉투가 18세기식으로 봉인되어 있는가 하면, 편지지에는 조지 3세의 스탬프가 찍혀 있기도 하다. 또 캐서린은 ‘전화’나 ‘지하철’이 뭔지도 모른다.
까모는 이러한 나의 의심을 무시하고 내 도움 없이 자신이 직접 편지를 쓰기 위해 미친 듯이 영어 공부에 몰두한다. 오로지 캐서린의 편지와 영어 공부에만 정신이 팔려서 넋이 나간 까모는 몸까지 허약해진다. 답답한 나는 선생님께 캐서린의 편지를 보여 주며 자문을 구해 보지만, 18세기에 씌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뿐.
그러던 중 나는 학교에서, 까모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을 또 발견하게 된다. 그 중 한 아이는 이탈리아의 귀족과 펜팔을 하느라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 외에도 러시아, 스웨덴 등 유럽 각국에 사는 옛날 사람들과 펜팔을 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가 바벨 에이전시를 통해 펜팔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바벨 에이전시의 사서함이 설치되어 있는 우체국에 잠복하고 있다가, 드디어 바벨 에이전시에 온 편지들을 수거해 가는 괴상한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할머니를 미행하여 바벨 에이전시의 위치를 알게 된 나는, 할머니가 없는 틈에 몰래 들어가 본다. 그곳은 아주 허름한 사무실로, 온갖 옛날 편지지들, 봉투들, 깃털 펜들, 그리고 온갖 외국어들로 쓰다가 망친 편지들이 마구 쌓여 있는 난장판이었다. 까모가 캐서린에게 보낸 편지도 거기에 있었다. 모든 편지들이 다 그곳에서 씌어졌던 것이다. 그 흉측한 노파가 캐서린이라니……
나는 캐서린의 실체를 까모에게 알려 준다. 그런데 까모도 이미 캐서린이 가공의 인물이란 걸 알고 있지 않은가. 그걸 알면서도 편지 자체의 마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는 캐서린을 꼭 만나봐야 한다고 조르기까지 한다.
나와 까모는 바벨 에이전시로 간다. 마침내 까모도 진상을 알게 된다. 그 순간, 노파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다름아닌 까모의 엄마다. 바벨 에이전시의 정체는 바로 까모의 엄마였던 것이다. 그녀는 각국의 언어들로 가짜 편지들을 써 왔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편지를 쓰기 위해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하게 되고, 웬만한 실력을 갖출 때쯤이면, 펜팔 상대는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 다급해진 아이들은 내가 그랬듯이, 직접 바벨 에이전시를 찾아와 보고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때쯤엔 이미, 그들의 외국어 실력은 훌륭해져 있다.
마지막으로, ‘캐서린 언쇼’에 대한 궁금증도 풀린다. 그녀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주인공이었다. 다른 아이들의 펜팔 상대들도 모두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럼 그 노파는? 그 건물의 관리인으로, 편지 찾아 오는 심부름을 해 주었던 것이다.
결국 까모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외국어 선생님 노릇을 한 셈이다.
■ 옮긴이의 말
지혜로운 엄마가 있어서 행복한 까모
이 작품은 다니엘 페나크의 까모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아직 까모의 초상을 자세히 그려 보긴 어렵다. 독특한 이름을 가진 열네 살의 소년이며 엄마와 둘이 파리에 살고 있다는 것. 역사 과목을 좋아하고 영어는 싫어한다는 것. 그리고 아주 좋은 친구를 한 명 갖고 있다는 것 정도가 우리가 알 수 있는 전부다. 그런 까모가 펜팔을 통해 영어 공부를 하는 석 달 동안에 겪은 희한한 사건들이 바로 이 책의 줄거리이다.
그 사건들을 여기서 귀띔해 줄 순 없다. 혹시 책을 들자마자 제일 먼저 옮긴이의 글부터 읽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 책은 탐정 소설처럼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다니엘 페나크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기를 원한다면, 절대로 책을 거꾸로 읽어선 안 된다!
까모가 주고 받은 괴상한 편지들과 씨름하는 동안, 내게도 아주 오래 전의 추억들이 떠오르곤 해, 혼자서 미소를 짓곤 했다.
영어를 처음 배웠을 때, 파인애플 통조림에서 ‘pine-apple’이라는 낱말을 읽어 내고는 마치 세상에서 나 혼자만이 영어를 읽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감격했던 일! 그러나 며칠 후, apple을 쓰기 위해선 a, p, p, l, e라는 철자를 순서대로 외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는 얼마나 난감해했던가. 억지로 철자를 외우면서부터, 영어는 더 이상 신선한 충격이 아니라 따분한 숙제일 뿐이었다.
또 한 장면이 떠오른다.
중학교 1학년 때던가? 『사랑스런 포리』라는 소설을 읽었던 것이…… 포리가 왜 그리도 불쌍했었는지 자세한 사연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책 표지에 그려져 있던 인형같이 예쁜 서양 소녀를 지독히 사랑해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했던 기억은 생생하다. 지금 아무리 감동적인 소설을 읽는다 해도, 그 때처럼 온 마음을 다해 빠져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는지.
두 살도 안 되어 억지로 한글을 배우고, 서너 살엔 영어까지 배우는 우리네 아이들의 현실을 생각할 때, 까모는 정말 행복한 아이이다. 그 아이의 영어 공부는 삶 그 자체였으니까. 영어를 배우며 첫사랑에도 빠져 봤고, 세상살이의 괴로움, 또 예술이 주는 감동까지도 다 경험해 본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혜로운 엄마가 있기에 까모는 행복하다. 아들의 힘겨운 성장 과정을 초조해하지 않고 지켜봐 주는 인내심 많은 엄마. 아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 거리를 만들어 준 까모의 엄마가, 못난 엄마인 나 자신에게 뼈아픈 반성을 하게 만든다.
사춘기의 가파른 언덕을 넘어 훌쩍 성숙해졌을 까모를 다른 작품들에서 또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끝으로 다니엘 페나크의 짧고 재미난 인터뷰를 소개해 볼까 한다. 그의 개성을 엿보고,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2000년 7월
조현실
■ 다니엘 페나크와의 인터뷰
질문 : 어디서 태어나셨습니까?
대답 : 우리 엄마의 팔에서요.
질문 : 지금은 어디 사십니까?
대답 : 여기요.
질문 : 매일 글을 쓰시나요?
대답 : 네, 매일 시간 날 때마다.
질문 :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대답 : 초등학교 때부터요. 학교 생활을 놀이로 바꿔 보기 위해서였죠.
질문 : 전업 작가이십니까?
대답 : 글쓰는 것은 직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삶의 한 방식이지요. 나는 교사이기도 한데, 이 역시 삶의 한 방식입니다.
질문 : 까모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태어났습니까?
대답 : 까모는, 학교가 ‘학교의 꿈’으로, 혹은 ‘꿈의 학교’로 변형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질문 :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대답 : 아무런 영감도 주지 못하는 학교에 대해 한 번 저항을 해 봤습니다.
질문 : 까모 이야기를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까?
대답 : 네. 전 말은 빨리 하지만, 글은 천천히 쓰거든요.
질문 : 이 작품이 첫 번째 소설인가요?
대답 : 각각의 작품이 다 첫 번째 소설이지요.
질문 : 다른 소설들도 많이 쓰셨나요?
대답 : 네. 이런 것 저런 것.
질문 : 작가 지망생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 주고 싶으십니까?
대답 : 작가라는 걸 의식하지 말고 글을 쓰라는 것이죠. 언제나, 작가보다는 책이 더 흥미로운 법이니까요.
까모의 엄마(Kamo? mother) |까모의 아버지(Kamo? father) |비프에게(Dear beef)
|더럽고 병든 개구리 새끼(Dirty little sick frog)
|캐시, 제발 용서해 줘요!(Cathy, please, your pardon!) |나도 그래요(Me too)
|맙소사(My God) |조지 왕(King George) |꿈, 꿈, 꿈(Dream, Dream, Dream)
|사랑에 빠져(In love) |전염병(Epidemic)
|까모, 당신은 나의 꿈인가요?(Are you my dream, dear Kamo?)
|얘들아, 꿈 깨!(Wake up, boys and girls!) |불쌍한 신세(Poor little soul)
|캐시? 캐시!(Cathy? Catlhy!)
옮기고 나서
다니엘 페나크와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