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소개]
지금은 세상을 떠난 평론가 김현이 “신문화 이후 몇 안 되게 손꼽히는 간결하고 아름답고 힘있는 문장”이라고 극찬한 마해송의 자서전격인 산문집.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의 강건한 ‘산문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책머리에]
아버님의 글 『아름다운 새벽』은 1959년부터 1960년초까지 월간 잡지 『사상계』에 연재되었고 그 이후 곧 출판사 민중서관을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던, 가톨릭 신앙 고백을 중심으로 한 자서전격의 글입니다.
그 몇 해 후 아버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자 유고집이라는 이름으로 유족의 허락도 없이 어느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되었지만 그것도 잠시뿐, 오랜 세월 유족의 게으름으로 이름도 잊혀진 채 있다가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의 고마운 제의로 재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평론가 김현이 나를 만날 때마다 아버님의 산문은 신문화 이후 몇 안 되게 손꼽히는 간결하고 아름답고 힘있는 문장이라고 말해주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것은 아마 남보다 앞서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특히 일본 생활중에는 당대 일본에서 으뜸가는 문학가들과의 교유와 그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야 했던 『문예춘추』나 기타 잡지의 편집 책임자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설명까지 해줄 때면 나는 이 친구가 무척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책 출간을 계기로 『아름다운 새벽』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 우선 어쩔 수 없이 사무쳐오는 육친의 정으로 가슴이 메었지만, 글의 전체를 관통해서 당신이 언제나 옳고 바르게 또 비굴하지 않고 예의바르게 살려고 평생을 노력하신 그 고집이 느껴져서 새삼 아버님이 고맙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못나게도 직계 유족은 모두 외국에 나와 살고 있기 때문에 그간 아버님의 글과 정신과 살아오신 궤적이 자주 잘못 인식되고 질시와 모함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기만 하면서 죄송한 마음으로 밤잠을 설친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그러기에 이번에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누렇게 빛 바랜 책을 당신이 돌아가신 지 35년 만에 재출간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이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에게는 이 책을 통한 아버님의 의도가 아무쪼록 좋은 뜻으로 이해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0년 1월, 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