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장하던 날

플로랑스 세이보스 지음|최윤정 옮김|김소영 그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9년 12월 30일 | ISBN 9788932011271

사양 국판 148x210mm · 123쪽 | 가격 6,000원

책소개

그 날이 그 날 같은 하루 하루가 흘러갑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습니다. 브뤼노 부스 일당 때문에 너무너무 억울했던 날, 필립이랑 억지로 엄마 아빠 놀이를 해야 했던 날, 선생님이 뚱보 발로를 못살게 굴어 아무도 웃을 기분이 아니던 날, 사람 해골 모형인 아르튀르를 납치하던 날, 죽을 병에 걸렸던 날, 내가 대장 하던 날…… 하루 하루가 모두 그 나름의 법칙과 비밀, 행복과 난관으로 가득합니다.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억울해하고 신나게 장난도 치면서, 그렇게 아이들은 어른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현실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 『내가 대장하던 날』은 열 네 개의 삶의 단면을 통해서 바로 그런 아이들의 세계와 만나게 해줍니다.

 

프랑스의 어느 지방 도시 의사의 딸, 학교 성적도 좋고 좀 귀찮기는 하지만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오빠도 있는 화자이며 주인공인 여자 아이가, 그 나름의 법칙과 비밀과 행복과 난관으로 가득한 유년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일상의 기록들로 되어 있는 이 이야기들에는 거북함과 두려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과 유쾌함이 느껴지는 사건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 짧은 소설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며 어른 독자들은 그들의 유년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입니다.

 

■ 옮기고 나서

아이들은 어른들을 떠나서 산다 / 최윤정

몇 년 전에 번역된 『파스칼의 실수』를 기억하는 독자에게는 플로랑스 세이보스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선생님 때문에 파스칼이 주워 담을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된 『파스칼의 실수』는 상당히 많은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내가 대장하던 날』의 맨 첫 번째 이야기도 선생님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의 첫 번째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있는, 그리고 작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로베르 선생님’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선생님이나, 하야타니 겐지로의 작품들에 나오는 선생님, 야시마 타로의 그림책 『까마귀 소년』에 나오는 선생님이나 크리스 도네르의 동화 『말의 미소』에 나오는 선생님들처럼 감동적인 교육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훌륭한 선생님들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 교사 중의 문제 교사다. 이 로베르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참 놀랐다. 『파스칼의 실수』에 나오는 파스칼 담임 선생님의 나쁜 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나쁜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학대하는 선생님, 그 밑에서 길들여진 채 속으로만 단단하게 여무는 아이들…… 아이들은 선생님을 떠나서 산다.

선생님 때문에 엉겁결에 거짓말을 해 버리고는 일이 커지자 속으로만 끙끙 앓는, 소심하고 별로 똑똑해 보이지 않는 파스칼과는 달리 『내가 대장하던 날』의 주인공 ‘나’는 겉으로는 고분고분 어른 말씀 잘 듣는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간 당찬 게 아니다. 어른들의 억지와 위선과 불합리한 말과 행동들을 꿰뚫어 보면서 안으로 안으로 여물어 가는, 10살을 겨우 넘겼을 여자 아이 마음의 움직임이 플로랑스 세이보스 특유의 긴장미 있는 문체 속에 야무지게 드러나 있다. 번역을 결정하고 실제 우리 말로 옮기느라고 여러 번 이 작품을 읽어야 했는데, 나는 매번 작가가, 제 속을 꼭꼭 여미고 있는 주인공 여자 아이의 심리를 그려 낸 솜씨에 탄복하게 된다. 아이들 속으로 그렇게 깊이 파고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참으로 부럽다.

아이들을 기르노라면 커 가면서 점점 더 속을 다 드러내 보이지 않는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그 동안 읽어 온 아이들 책 속에서 만난 크고 작은 아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늘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는 어른들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상처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전보다 훨씬 자주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내가 대장하던 날』은 10살을 넘기면서 비밀이 많아지고 부모보다 친구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내 딸의 모습에 순간 당황하다가 잡은 책이었다. 나는 이 한 권의 책이 나로 하여금 내 딸의 세계를 좀더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을 준비시켜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데, 내 아이가, 내 아이의 친구들이 이 책을 좋아할지 어떨지 몹시 궁금하다. 아직도 나는 멀었나 보다. 아이들 마음을 이렇게 짐작할 수 없으니…… 모쪼록 많은 아이들이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부모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목차

아무도 웃을 기분이 아니던 날
임시 담임 선생님이 떠나시던 날
내가 아르튀르를 납치하던 날
일요일이던 날
내가 폴 뒤베크를 울리던 날
다섯 가지 죄를 짓던 날
식탁에서 못 일어나던 날
내가 대장 하던 날
피에르 오빠를 미워하기로 했던 날
너무너무 억울했던 날
리디아가 스테파니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 날
죽을 병에 걸렸던 날
캠프 떠나던 날
할머니가 스크러블 게임에서 지시던 날

[옮기고 나서]

작가 소개

최윤정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와 파리3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린이 책에 눈을 떴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로 어린이 책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여 지금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전문 출판사 ‘바람의아이들’ 대표로 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아이들과 책과 교육에 대해서 부단히 성찰하고 작가, 편집자, 사서, 교사 등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양파 이야기』 『미래의 독자』 『슬픈 거인』 『그림책』 등이 있으며, 『글쓰기 다이어리』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내 꿈은 기적』 등을 번역했다. 201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을 받았다. 현재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블로그(http://blog.naver.com/ehjnee)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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