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마티아』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피우미니의 대표작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손자인 7살 소년 마티아가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모험을 통해 어린이들이 죽음을, 특히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줄어드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걱정하실까봐 그걸 숨기려는 마티아의 따뜻한 마음, 여행하면서 만난 어려움들을 통해 하나하나 배우게 되는 삶의 지혜들은 읽는 이들을 절로 웃음 짓게 합니다. 할아버지는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은 책을 읽는 내내 마지막 장을 훔쳐보고 싶게 만드는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온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7살 소년 마티아는 할아버지와 산책을 나갑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할아버지는 오직 마티아에게만 보일 뿐이니까요. 다른 가족들 눈에는 할아버지가 여전히 침대에 누워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마티아는 할아버지와 신나는 모험을 시작합니다. 과연 할아버지와 마티아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 옮기고 나서
예전에 어린 아들을 두고 죽어야 하는 젊은 엄마의 이야기를 TV로 본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아들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정말 보고 싶을 때는 네 마음 속을 보렴, 엄마는 그 곳에 살고 있을 거야.”
몸은 사라지지만 아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엄마…… 너무나 슬픈 이야기였지만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마티아』를 다 읽고 났을 때 그 엄마의 말이 떠올랐던 것은 아마 서로 이야기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 내용이 똑같았기 때문일 겁니다.
『할아버지와 마티아』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슬프거나 심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맑고 순수하고 착한 마티아와 할아버지의 모험이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이끌고, 흥미진진한 사건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죽음이 자연적인 현상의 하나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일러 줍니다.
마티아는 죽음을 눈앞에 둔 할아버지와 여행을 떠나 온갖 모험을 합니다. 모험을 하는 동안 할아버지의 몸은 자꾸만 작아집니다. 할아버지는 겨우 눈에 보일락말락한 크기까지 작아지십니다. 마티아는 할아버지가 영원히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할아버지는 마티아의 몸 속으로 들어가십니다. 가족들은 모두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마티아는 변함 없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비록 할아버지의 몸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할아버지가 자신의 몸 속에 들어와 계시니까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마티아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고민하시던 아빠가 마티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거란다, 영원히. 알겠니?”
이미 죽음이 삶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마티아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미소를 짓습니다.
1999년 11월, 이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