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폴 리쾨르의 『시간과 이야기』 제1권을 완역한 것이다. 『시간과 이야기』는 총 3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번역된 1권은 「줄거리와 역사 이야기」라는 부제 아래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리쾨르는 1부에서 『고백록』에 나타난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에 대한 사유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핵을 이루는 미메시스―뮈토스―카타르시스 이론을 상호 보완적으로 종합하여 시간과 이야기의 관계를 정립한다. 다시 말해서 시간에 대한 이론과 이야기에 대한 이론을 개별적으로 검토해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양자를 종합함으로써 이야기한다는 실천 행위가 어떻게 인간의 실존적·윤리적 조건과 의미를 밝히는 데 기여하는가를 탐구하고 있다. 그는 아우구스티누스를 통해, 시간을 규정하려는 철학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아포리아를 재발견한다. 리쾨르의 독창성은 이러한 아포리아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시학, 특히 이야기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서사시, 민담, 전설, 신화, 희곡, 소설에서 실제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역사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비가시적 시간을 형상화하는 이야기의 특성은 이렇게 설명된다. “시간은 서술적 양식으로 엮임에 따라 인간의 시간이 되며, 이야기는 그것이 시간적 존재의 조건이 될 때 그 충만한 의민에 이른다” 그리하여 2부는 역사 기술에서의 이야기와 시간의 형상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서 모든 역사 서술은 서술성을 바탕으로 하며, 궁극적으로는 역사적 시간이 갖는 서술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리쾨르의 철학적 입지는 해석학이다. 그것은 텍스트를 향(to)하기 마련이다. 텍스트는 그 위상·좌표를 조건으로 조명되는 것이지만, 이런 점에서 그의 눈이 시간으로, 시간 위의 이야기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는 기존의 문학 연구의 시간 연구를 종합하여 시간의 주제 측면과 형식 측면을 한데 아우르는 통합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다시 그의 해석학이 드러나는 것이리라.
[차례]
책머리에
옮긴이의 말
제1부 이야기와 시간성 사이의 순환
제1장 시간 경험의 아포리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제11서
1. 시간의 존재와 비존재의 논리적 모순
2. 시간의 측정
3. 긴장과 이완
4. 영원성과의 대조
제2장 줄거리 구성: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읽기
1. 선율핵: 미메시스―뮈토스의 짝
2. 줄거리: 화음 모델
3. 내포된 불협화음
4. 시적 형상화의 상류와 하류
제3장 시간과 이야기: 삼중의 미메시스
1. 미메시스 I
2. 미메시스 II
3. 미메시스 III
제2부 역사와 이야기
제1장 이야기의 쇠락
1. 프랑스의 역사 기술에서 사건의 쇠락
2. 이해의 쇠락: 영어권의 분석 철학에서의 ‘법칙론적’ 모델
제2장 이야기를 위한 변론
1. 법칙론적 모델의 파열
2. ‘서술학적’ 논증
제3장 역사의 지향성
1. 머리말
2. 단일한 원인 전가
3. 역사 기술의 일차적 실체들
4. 역사의 시간과 사건의 운명
5.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