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로 더욱 성가가 있는 한승원은 고향의 바닷가에서 싱싱한 생명의 노래를 건져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는 일방적인 자연 예찬이 얼마나 무책임한 노릇인지 알고 있다. 그 생명의 노래는 인간과 자연의 긴장과 알력에서 걸러낸 것이며, 형식의 압력을 철저히 자각한 결과로 완성된 것이다.
[시인의 산문]
흥행하려면 재주 넘기를 해야 한다. 순도 높고 향 좋은 술 잘 빚는다고 소문난 주모는 솜씨 칭찬과 쇠푼맛에 제 영혼을 망친 결과 슬쩍슬쩍 물타기한 술을 팔게 된다. 파괴자인 시간 앞에서의 겁없는 재주 넘기와 물타기만큼 슬픈 어릿광대짓이 또 있을까.
시는 붙잡으려고 하면 한없이 달아나버리는 묘한 말이다. 그것은 삶의 앙금이고 사리이다. 그것과 삶은 둘이 아니다. 둘일 때 흥행이고 하나일 때 보석이 된다. 그것이 삶이고 삶이 그것이다.
와이축인 시간과 엑스축인 공간이 만나는 자리에 어리는 화엄의 빛을 포착하는 순간의 떨고 울음 우는 영혼 붙잡기 혹은 법열을 샛별 같은 보석으로 만드는 연금술사가 될 일이다.
▨ 시인의 말
제1부
이 바다에 왜 왔니
그리하여 바람 불면 춤춘다
부자 된 내력
바다는
시인의 무덤
새벽달
구름이 물었다
바다 선물하기
제2부
세상이 슬퍼졌을 때
주꾸미
바람 부는 날
모래알
魚燈
산책
누군들 고달프지 않으랴
송장게
몰래 하는 사랑법
꽃게
목선의 다비
우렁이고둥
파도
제3부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떨림에 대하여
연 날린 날 밤에
모순
진실은 농담처럼
손금을 보여주며
감 따는 날
不二
가을 편지
다시 가을 편지
고향 친구에게
산길
달궁 여행
하루살이
도라지꽃
참사랑
보림사 가는 길
제4부
내가 진실이야
옷에 대한 집게와 참게의 견해
바리데기의 말
수리취꽃
잡초의 말
엘크 사슴 아주머니의 말
노을
달개비꽃의 말
거꾸러져 있는 시인 한 놈
사리를 만드는 것은
오월이 오면 가리라
돌탑을 쌓으며
우리들의 시간
마지막의 빛바다
희망
제5부
스님과 소설가
슬픈 유한함
앞장서간 아우 생각에
장지환의 그림에는 그림이 없다
임감오
캐나다로 가는 친구 황의본을 위하여
하림 형에게
제6부
人山 전설 1
인산 전설 2
인산 전설 3
인산 전설 4
인산 전설 5
인산 전설 6
▧ 해설| 자연과 문명, 자유와 구속 사이에서- 장경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