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철학

박이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3년 11월 13일 | ISBN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20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예술 작품에 대한 기존의 실재적 정의와 제도적 정의를 분석 검토하고, 이어, 다각적이고 철학적인 여러 이론들을 포용하면서 보다 포괄적이고 참신한 관점의 제시를 통해, 예술에 대한 해석의 논리를 정리한다.

– 「책머리에」 중에서

내가 다니던 벽촌의 심상소학교(尋常小學校)에서 편연(片淵)이라 쓰고 가다부찌라고 부르던 일본인 여선생님이 나의 담임이었다. 두터운 로이드 안경을 쓰고 음성이 특한 편인 그 분은 한때 만삭이 된 둥근 배를 안고 교단에 선 때도 있어 어느 모로 보나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성실한 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고 추측되는데 가끔 시골 꼬마들을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어앉혀놓고 좌선 같은 것을 시켜서 그 당시엔 이상한 선생같이 보였다. 그 선생님은 수업이 끝난 교정에서 흔히 유화를 그리기도 했다. 나는 그 분의 캔버스 위에 형상을 나타내고 생생한 색깔로 칠해지는 교사(校舍)며, 화원 등에서 무한한 신기함과 매력을 느끼곤 했었다. 얼마 후 석천탁목(石川啄木)의 시, 유도무랑(有島武郞)의 소설 등에서 문학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됐었고, 해방 직후 서울 부민관에서 유치진의 연극을 보고 예술이 주는 감동을 체험했고, 그 후 음악회 등을 통해서 예술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다. 중학 시절에 시인이 되겠다고 결심했었고 대학에서 불문과를 택하게 된 것은 결국 내가 무의식적으로 예술에 알 수 없는 마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슬프게도 타고난 재주가 없어 예술가의 길에서 벗어나 딴 직업을 갖게 되었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나의 막연한 향수는 버릴 수 없었으며 예술은 언제나 신비스럽고 아름답고 가장 멋있는 것으로만 느껴진다.

예술이 갖는 신비로운 힘은 무엇일까, 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답을 찾으려고 나는 지난 약 10여 년 간 예술 철학에 대해서 생각하고 가르쳐왔다. 이런 물음에 대해 일관성 있고 통일된 대답이 찾아질 듯 느끼게 된 것은 1977년 여름 ‘인문과학 국가 연구비’를 받고 단토의 주도하에 컬럼비아 대학에서 열렸던 12명의 예술 철학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들의 두 달 간의 세미나에 참석하고 난 후였다. 여기서 나는 처음으로 단토나 디키의 새로운 이론에 접하게 되었고 그 후 대충 그런 테두리에서 예술에 대한 총괄적인 대답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1980년 가을에서 1982년 여름까지 풀브라이트 교환 교수 자격으로 서울에 있는 동안 이대와 서울대에서 각각 한 학기씩 예술 철학의 강의를 맡으면서 예술 철학의 윤곽을 대충 정리한 다음 1982년 1월초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982년 3월에서 12월까지 그것을 『문학사상』에 연재하게 됐었다. 이 책은 이것을 한데 묶은 것이다.

작가 소개

박이문 지음

1930년 충청남도 아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불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불문과 조교수(1957∼1961)를 시작으로 미국 렌슬레어 공과대학 철학과 전임강사(1968∼1970), 시몬스 대학 철학과 조교수·부교수·정교수(1970∼1993), 이화여자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철학/미학과에서 풀브라이트 초청교수(1980∼1982), 미국 하버드 대학 교육대학원 철학연구소 선임연구원(1983∼1991), 독일 마인츠 대학 초청교수(1985∼1986), 일본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대학 초청교수(1989∼1990)를 역임했다. 2000년 포항공대 교양학부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뒤, 현재 시몬스 대학 명예교수이자 연세대학교 특별초빙교수로 있다.

『시와 과학』『현상학과 분석철학』『하나만의 선택』『노장사상』『인식과 실존』『예술철학』『명상의 공간』『삶에의 태도』『철학 전후』『과학철학이란 무엇인가』『문명의 위기와 문화의 전환』『이성은 죽지 않았다』『철학의 여백』『이성의 시련』『논어의 논리』 등의 저서와 『눈에 덮인 찰스 강변』『나비의 꿈』『공백의 울림』『아침 산책』등의 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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