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무서우면서 처절하리만큼 아름다운 그의 소설 세계는, 이 세계에서의 현실적 삶의 의미에 대한 강렬한 물음이다.
[머리말]
부모를 따라서 처음으로 섬을 떠나 뭍으로 옮겨온 후, 나는 미술 시간이면 언제나 바다와 배를 그려넣곤 했었다. 기차와 비행기와 빌딩만을 그려대는 도회지의 아이들 틈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 했을 때마다, 나는 늘 홀로 낙심하여 담 밖을 맴돌며 그들의 성 안으로 들어가기를 열망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모르는 혼자만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무슨 은밀한 죄의 기억처럼 내심 자랑스럽기도 했었다. 결국 그 어린 시절 미술 시간의 그림 속에서처럼 나는 지금껏 늘 혼자서 새로운 출항을 꿈꾸며 커온 셈이지만, 그러나 내가 띄운 배는 번번이 가 닿을 곳을 미처 찾지 못하여 갈팡질팡 떠돌기만 하다가 종내는 오던 길로 되돌아와버리곤 했다.
그 동안 써온 것들을 막상 한데 모아놓고 보니 그렇듯 물만 가득히 차오른 배를 끌고 초라하게 되돌아온 때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직 진실된 삶만이 진실한 목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도록 애써야 할 터인데도 여전히 그렇지가 못하다. 하지만 이 첫번째 작품집이 내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출항을 꿈꾸게 할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1984년 6월, 임철우
곡두 운동회
그들의 새벽
아버지의 땅
사평역
뒤안에는 바람 소리
어둠
잃어버린 집
그 밤 호롱불을 밝히고
개도둑
그물
수박촌 사람들
[작가 후기]
[초판 해설] 아름다운 무서운 세계·김현
[신판 해설] 광기의 시대, 유자(遺子)의 소설·하응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