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기로부터 중년기에 이르는 여성 주인공들의 내면을 세대의 흐름으로 구성, 한국 여인들이 지니는 보편적인 한과 절망, 삶과 죽음, 방황과 질서를 일관되게 정리해본 창작집.
[작가 후기]
1977년도의 『불의 강』에 이어 두번째 창작집을 낸다. 여러 잡지에 드문드문 발표했던 소설들을 새삼스레 한 책으로 묶는다는 일에 정리라기보다 이때까지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의 표현이라는 쪽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하나의 매듭을 지어놓으면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들, 그리고 현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강할 때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위안받는다. 나 역시 그렇다. 잠이 안 오는 밤, 나는 자주 생을 바쳐 훌륭한 작품을 남긴 이들을 생각하고 글에 대해 성실함이 생에 대한 그것이며 진실로 소중히 아끼는 것들을 사랑하고 지키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목소리는 낮추고 사랑과 분노와 슬픔은 깊이 가라앉혀 보다 큰 힘으로 키울 일이다. 이슬이 보이지 않는 사이 굳은 땅속으로 스미어 잎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듯.
작품이란 쓰고 난 후에는 작가의 손을 떠나 읽고 받아들이는 독자의 몫에 속해져 어떤 덧붙임도 변명도 용납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늘 미흡감에 앙앙불락하는 것이, 욕심 탓이거나 글에 대한 결벽증 탓이라고 자신을 호도할 생각은 없다.
– 1981년 7월, 오정희
유년의 뜰
중국인 거리
겨울 뜸부기
저녁의 게임
꿈꾸는 새
비어 있는 들
별리(別辭)
어둠의 집
[작가 후기]
[초판 해설] 전율, 그리고 사랑·김치수
[신판 해설] 영원한 ‘현재’의 시간을 위한 변주곡·최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