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체로 80년 즈음 이후의 시들을 묶은 『조국의 달』은 초기의 그의 시에서 보이던, 내면을 투시하던, 정제된 형태미로부터 크게 걸음을 옮겨, 미국 땅에서 약소 민족으로 구차하게 삶을 이어가는 우리 자신들의 아픈 모습들에 대한 연민과 일그러진 조국의 현실에 대한 뜨거운 분노로 증폭되고 있음을 보인다. 그러나 그의 시는 연민과 분노로 멈추지 않고 밝은 날을 향한 따뜻한 꿈으로 모두어지고 있어 이민 시인의 시적 의미를 새로이 높여주고 있다.
[시인의 산문]
한 시인의 시가 하루아침에 거꾸로 서서 걷는다. 아름다움도 선량함도 머리끝까지 곤두서서 몸부림친다. 한 시대를 두 나라에 걸쳐 살고 있는 시인의 꿈, 무지개가 두 나라 사이에 뜨는 날을 기다리던 꿈은 하루아침에 개똥벌레가 되어 날아가려 한다.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그 개똥벌레를 어루만진다. 창백한 우리나라 뉴스. 땡볕 길바닥에 넘어지는 검은 그림자 속에서 [……] 꿈은 하루아침에 사금파리가 되어 부서지려 한다.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그 울분의 사금파리를 주어 하늘에 던진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