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61

안수환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4년 12월 23일 | ISBN 9788932003207

사양 신46판 176x248mm · 178쪽 | 가격 3,000원

책소개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에서 시인은 시선을, 이 땅의 세속 세계로 돌리면서 공동체적 존재로서의 우리의 삶 전체를 조명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여전히 모순과 결여로 충만해 있으며 기독교적 시선으로 조명할 때 더욱 그렇다. 시인은 여기서 사랑과 평화의 덕성과, 불변의 진리와 소망으로 이 세계가 전환될 것을 꿈꾼다. 그 꿈은 우리의 현실에서 도덕적이다.

[시인의 산문]

본래 문학의 몫이 따로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을 더듬어 찾는 노력이 얼마나 시인을 자기 기만 속에 가두어놓는 일이 되랴! 별과 꽃을 노래한다고 대체 그 별과 꽃보다도 곱게 노래할 수 있는 것이랴? 별과 꽃, 거기 내버려두면 더 곱다. 그럼 무슨 시를 쓰면 좋을까? 내가 요새 영혼을 찾아가 보았더니, 그 영혼은 개똥벌레처럼 어디로 날아디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그 사람이 다 영혼이었다. 영혼이라는 게 당장 그 사람이라면, 그 물건이라면, 그것들이 차지한 현장성-영원은 그냥 침묵하는 적멸성에 있지 않고, 언제나 현장성의 방식으로 살아 있으니까-의 움직임을 홀대할 수 없다. 옳지, 저렇게 움직이는 세계·관계를 쓰자. 내 마음이 어찌 내 것이며, 내 영혼이 어찌 내 영혼이겠느냐? 숨 넘어가기 전에 저 몸을 아끼자. 안과 밖을 따로 쪼개는 이 ‘主理, 主氣’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구나. 시 따위를 가지고 어찌 ‘洗心’하겠다는 것이냐? 차라리 ‘作心’으로 본다면, 저렇게 살아가는 움직임에 무슨 힘도 되겠다. 그렇다. 우리 시대에 이 힘쓰는 자가 시인이다. 가령 신약 시대에 율법을 만들어 가르친 바울 같은 선생이 시인이겠느냐? 아니면, 메뚜기 먹으며 예수보다 먼저 신발 끌고 온 요한 같은 거지가 시인이겠느냐? 움직이는 힘이라야 그것이 정이 되고 뜻이 되고 나라도 된다. 그런 관계를 터놓는 시를 쓰자.

작가 소개

안수환 지음

1942년 충남 천안에서 출생.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 대학원을 거쳐 명지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문학』과 『문학과지성』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단에 데뷔했고 시집으로는 『神들의 옷』 『징조』 『검불꽃 길을 붙들고』 『저 들꽃들이 되어 있는』 『달빛보다 먼저』 『충만한 시간』 『가야 할 곳』을 냈으며, 시론집 『시와 실재』 『상황과 구원』 등이 있다. 현재 연암축산원예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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