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의 신작시들을 묶은 『떠나도 떠날 곳 없는 시대에』는 그의 인식의 폭이 더욱 깊고 넓어져, 삶의 존재론적 고뇌와 싸우는 한편으로 우리의 현재적 삶을 역사적 시각으로 조명하는 새로운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선은 비관주의적이지만, 그 비관적인 세계와의 진지한 싸움 자체에 그것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태도에서 그의 시는 감동적이다.
[시인의 산문]
꿈꾸는 것에 취할 수 있던 젊은 날, 그것에 취하거나 취할 수 없을 때, 시시하게 내가 하던 짓거리는 고작 만세부르기였다. 혼자서 바닷가에서거나 산 위에 올라 만세를 부를 때, 비록 절망 속에서 절망으로 허덕일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이 저주받은 지상에서 유일하게 만세 소리 속에 혼이 깊숙이 깊어지는 절정에 섬을 깨닫곤 했다.
어두운 시대, 아니 너무 환하게 밝은 시대.
나는 이 시대 속에서 나의 시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변방에서 덤으로 살며 죽어가고 있다.
젊은 날 꿈꾸던 시는 영원하고 아름다운 것으로만 굳게 믿었다. 인간 존재의 탐구-그것이 슬픔이며 고통으로 자꾸만 드러날 줄이야!
나의 시가 병들고 이토록 괴로운 날, 나는 참으로 슬프다. 젊은 날처럼 만세를 부르고 싶다. 그러나 탁 마음 터놓아 만세조차 부르지 못한다. 패기도 꿈도 사라져버린 때문일까? 그렇기는 하지만 들어보아라.
내 절망의 하늘에서 캄캄하게 그리움에 목말라 죽어가는 순수한 새들의 노래를, 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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