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는 재치 있는 상징과 암시로 가득찬 시집이다. 대부분의 시들이 이런 기교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겠지만, 이 시집의 시들은 기교의 차원을 넘어 구조화되어 있다. 그것은 시인인 대상을 다루는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시인은 대상을 그들이 속한 질서의 세계로부터 시인이 주관하고 있는 말들의 세계로 옮겨 놓는다. 시인에게 세상은 시로 번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시보다 모자라거나 넘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들은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의 시이며, 따라서 시인과 독자는 창조자로서의 유희와 쾌락을 함께 누릴 수밖에 없다.
[시인의 산문]
연보
1959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서 태어나다.
1960년 4 19 이틀 전날 인천에서 첫 돌을 보낸 뒤 그곳에서 줄곧 자라다.
1965년 개천을 따라 걷다 처음으로 돛단배가 늘어선 바다를 보고 기겁하여 도망치다.
1969년 흑색 화약 제조에 실패한 뒤 진로를 바꾸다.
1975년 처서 지나고 마루에 누워 신문 연재 소설을 읽다 느닷없이 시쓰기에 매달리다.
1977년 출석보다 결석이 많은 학창 시절을 마감하다.
1978년 승려를 꿈꾸다 포기한 뒤에 목포, 제주도 등지를 떠돌다.
1979년 무심히 입학한 서울예전에서 잊지 못할 스승과 친구, 후배들을 만나다.
1980년 술과 자해로 망가진 마음을 해남에서 초병 생활을 하며 복구하다.
1983년 복학하여 오규원 선생님을 만나다
1986년 새로 산 옷을 입고 두리번거리며 인사동으로 첫 출근하다. 두려운 날들이 가도 우스운 날들이 오다.
1989년 첫 시집을 내던 날 아들 안욱을 보다. 우스운 날들이 가고 부릅뜬 날들이 오다.
1997년 순서에 따라 두 번째 시집을 내다. 혁명은 안 되고 집만 옮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