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시집은 황동규의 10번째 시집이다. 「즐거운 편지」가 처음으로 활자로 인쇄된 지 꼭 40년 만이다. 그 동안 그는 곁눈 팔지 않고 한결같이 시의 길을 걸어왔고 그 결실들 가운데 막 갓익은 열매가 이 시집이다. 이 시집은 동시에 그가 수년 전부터 역투하고 있는 ‘극서정시’의 한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산문]
지난 여름 몇이서 동해안 김명인 시인의 고향에 가는 길에 오랜만에 부석사에 올라보고 놀랐다. 안양문까지 오르는 길은 그대로였으나 그 뒤의 건물들 배치가 마음속의 부석사와 무척 달랐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른 후 십년이 흐르는 동안 무량수전을 포함한 건물들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계속 자리를 이동해 아주 다른 절을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전과 다름없었다면 내려다본 산하(山河)뿐이었다.
그 후로 이 좁은 나라에서 가볼 곳을 다 보고 나면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적이 사라졌다. 그 동안 이름있는 곳은 대개 들러보았다고 생각했었다. 몇 번씩 들른 곳도 있었다. 여행길 오가는 곳에 있는 선운사 선암사 월정사 같은 곳도 수없이 가보았다. 도산서원과 하회도 몇 번씩 들렀다. 김시인의 고향도 네 번이나 갔으니 편도만 생각해도 불영계곡을 최소한 네 번은 스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곳도 십 년만 안 가면 다시 처음 가는 곳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인간도 마찬가지이리라. 이제 잘 아는 시도 사람도 새로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작가 소개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