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의 궁극적인 전언은, 시집에 수록된 시와 언어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투명성을 향한 한없는 욕망에도 불구하고, 세계관의 전환 요청이다. 일차적으로 언어들은 개념적이고 사변적인 의미망을 걷어내고 그 자리를 비운다. 그리고 언어가 의미로 말하기 전에 현상으로 스스로를 말하는 사물들로 시를 가득 채운다. 그 순간, 시의 세계는 모든 존재(그 변화까지도)가 진리 그 자체인 새로운 장이 되어 우리 앞에 선다. 그 세계는 인간을 극점으로 하는 진리와 가치와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다. 그 세계는 모든 존재가 극점인 그런 곳이다.
[시인의 산문]
시와 이미지: 나는 시에게 구원이나 해탈을 요구하지 않았다. 진리나 사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내가 시에게 요구한 것은 인간이 만든 그와 같은 모든 관념의 허구에서 벗어난 세계였다. 궁극적으로 한없이 투명할 수밖에 없을 그 세계는, 물론, 언어 예술에서는 시의 언어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가능성의 우주이다. 그러므로, 내가 시에게 절박하게 요구한 것도 인간이 문화라는 명목으로 덧칠해 놓은 지배적 관념이나 허구를 벗기고, 세계의 실체인 ‘頭頭物物’의 말(현상적 사실)을 날 것, 즉 ‘날[生]이미지’ 그대로 옮겨달라는 것이었다.
구조와 형식: ‘두두’며 ‘물물’은 관념으로 살거나 종속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세계도 전체와 부분 또는 상하의 수직 구조로 되어 있지는 않다. 세계는 개체와 딥합 또는 상호 수평적 연관 관계의 구조라고 말해야 한다. 숲에 있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그 나무는 숲의 부분이거나 종속적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진리며 실체인 완전한 개체이다. 시의 세계 또는 작품과 작품의 세계도 그러하며, 그러므로 그것들은 현상적 사실과 상호 연관 관계의 언어인 ‘개방적 구조’로써 말을 하기도 한다. 나의 시 또한 그러한 개방적 이미지와 구조이기를 꿈꾼다.
▨ 시인의말
Ⅰ
사방과 그림자
식탁과 비비추
토마토와 나이프
하늘과 돌멩이
밤과 별
물물과 높이
안 개
호 텔
강
돌
나 비
새와 길
지붕과 창
하늘과 집
하 늘
골목 1
골목 2
오후와 아이들
Ⅱ
시작 혹은 끝
길
양지꽃과 은박지
장미와 문
벼 랑
여자와 아이
들찔레
새콩덩굴과 아이
하나와 둘 그리고 셋
아이스크림과 벤치
새와 집
처음 혹은 되풀이
Ⅲ
칸 나
물물과 나
빈자리
절과 나무
부 처
잠자리와 날개
산 a
산 b
오늘과 아침
봄과 길
자작자작
나 무
나무와 해
꽃과 새
고려 영산홍
염소와 뿔
박 새
산
비
사루비아와 길
▨ 해설·시선의 조응과 그 깊이, 그리고 ‘몸’의 개방·최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