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은 『머나먼 곳 스와니』에서 개인사적 아픔과 헐벗음의 기억을 맑고 다정한 서정의 공간 속으로 풀어헤치면서 그것이 다름 아닌 우리 민족 전체의 비극과 깊이 맺어져 있음을 빼어나게 보여준다.
[시인의 산문]
수많은 길들로 이어진 세상 한켠에 쭈그리고 앉아, 욕망의 덫에 걸려 지치도록 허우적대온 나를 바라본다. 버려야 할 것들을 제때 버리지 못해 추하게 일그려져 있는 것은 비단 나만일까.
시는 내게 있어서 자기 확인의 쓰리림으로 비롯된다. 그러므로 시의 촉수가 자아의 깊숙한 내부로 향할 때, 어디쯤에서 나는 가위눌려 있는 내 실존의 신음 소리를 듣곤 한다. 그러나 심연 속으로 추락하는 저 써늘한 냉기와 막막함조차 때로 삶의 은밀한 逸樂인 양 느끼는 것은 시가 거세된 삶도 결코 안락하다거나 행복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 逸樂을 부수면서 나아가리라.
꿈이 없는 삶은 현실로부터 속박당하거나 훼손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의 내 시에는 꿈이 메말라 있었다. 마른 삭정이처럼 꺾어지는 생각의 파편들. 이제는 현실의 장력에 버팅기면서 꿈을 살찌우고 싶다. 내 시가 나에게조차 구원일 수는 없다 해도 나는 시로써 내 실존의 쓰라림을 다독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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