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시집은 (주)문학과지성사 창사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시집이다. 이 시집에 실린 실린 시인들 거의 대부분이 『문학과지성』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어온 시인들이다.
[시인의 산문]
세상이 더럽고 추하고 짐승스럽다고 하더라도, 더러움이, 추함이, 짐승스러움이 세상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더럽고 추하고 짐승스럽다면, 우선, 세상이 더럽고 추하고 짐승스럽다고 말해야 한다. 아니다, 우선, 세상은 더럽고 추하고 짐승스럽다.
세상이 깨끗하고 맑고 고귀하다고 하더라도, 깨끗함이, 맑음이, 고귀함이 세상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깨끗하고 맑고 고귀하다고 말해야 한다. 아니다, 우선, 세상은 깨끗하고 맑고 고귀하다.
그러나 시는 세상이 아니다. 시는 언어가 매개한 세상이다. 그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 우리는 언어가 매개한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들어가 보면, 언어도 세상도 없고, 거북함, 불편함, 편안함, 즐거움의 감각적 깊이만이 있다. 그것들을 논리화하게 되면, 우리는 때로 시의 세계에 있고, 때로 세상에 있다.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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